교단일기&교육이야기

선생님. 우토로요.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04

2005.9.4
 
2005년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해..

아주 뜻깊은 해였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중 난 조정래씨의 '아리랑'을 읽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해에 조금이나마 일제 시대에 대한

여러가지 이해를 위해서도 읽었다.

한 2주 동안 집에서 책만 읽었고 다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난 이유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원혼들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첫 수업시간..

난 3학년은 국사. 1학년은 사회를 가르친다.

3학년 국사는 딱 1900년도 초반. 열강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우리의 국사를 가르치고 있었고 1학년은 세계지리로 들어와

동부아시아에 대한 단원을 학습할 차례였다.

1, 3학년 공히 첫 시간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5년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독일인들에게 300만명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던 유태인들의 말.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겠다.' 사과하는 독일을 보고 했던말이었다.

이에 비해 36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했음으도 불구하고..

당시 추정되는 사망인구만 400여만명, 강제징용 200만명..

에 달했던..우리에게 아픔을 주었던 일본에 대해 .. 그리고 교과서

를 왜곡하며 독도를 자기들의 땅이라고 외치는 그들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많은 아이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나 또한 흥분한 것이 사실이었다..

말의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정리했다.

'15년이 지나면..아마도 여러분들은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광복 75주년이 되겠죠. 광복절날 아침에

여러분의 아이들과 함께 태극기를 달고..오늘 이날. 8월 15일이

갖는 의의가 무엇인지를 얘기해 줄수 있는 .. 멋진 아버지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역사는 .. 우리들이 알아야..지켜야

하니까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

일본 교토시에 우토로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일제시대때 강제 징용당한 한국인들의 집단 거주지로써 전기도..

물도 안나오던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 약 200여명의

한국인 2세, 3세들이 살고 있으며 일본인 국적 취득을 거부한

사람들이란다.

2005년에 이 땅의 주인이 우토로에 사는 조센징들을 다 나가라고

했단다. 갈곳도 없는 이들에게 나가라고 했단다..

이 사람들은 갈곳이 없더란다. 땅 주인은 또 이렇게 말했단다.

'한국에서 55억을 주면 이 땅을 팔겠다!!!'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난 이 모금운동을 우리학교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내가 들어가는 모든 반에 우토로에 대한 얘기를 하며 작은 참여를

얘기하고 있다.

우리반은 우토로 성금 모으는 작은 돼지 저금통 두개를 준비

하여 모으고 있다. 지각비와 벌금에 대한 효과적 지출을 생각하다

우토로에 기부하자는 의견을 냈고 우리반 아이들은 너무나도

흔쾌히 '선생님!! 그렇게 합시다.!!!' 라며 동조했다.

어떤 친구는 성금을 내기 위해 일부러 지각을 하기도 했다.

'XX야. 왜 늦었니?' '성금을 낼려구요'

'헉! 자발적으로 내어도 되는데...'

현재 우리반 성금액은 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가 모인 것 같다.

100원짜리가 다수다.

하지만 하루하루 채워져가는 저금통을 보며..이 저금통을 보며

미소짓는 아이들을 보면..저금통에 채워지는 것은 모금액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금통에는 .. 아이들의 생각도 역사관도 대한민국사회에 참가하는

행동들도..꼭꼭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우토로는 이미...우리 교실안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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