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방황의 끝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08

2005.9.29

찬이가 또 집을 나갔었다..

우리반에서만 소위 말하는 가출이라는 사건이 이로써 3번째였다.

찬이와 또다른 친구...그리고 이번의 찬이..

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놈들의 가려운곳을 긁어주고는 있는 것일까..

난 담임으로써의 자질이 있는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상당히 우울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배정된 우리반에 있어서 1학기 초에는 우려되는 친구들이

5~6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심하게 우려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나의 노력보다는 스스로 생각의 변화와 가족의 변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난 나로써 또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찬이를 찾았고 찬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

'띠리리리~'

'네 김용만입니다.'

'아 네 선생님. 저 석이 엄마입니다.'

'아 네 어머님.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네 선생님. 우리 석이가 요즘 담임 선생님께서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고 해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석이는 우리반의 반장으로써 1학기때 약간의 우려가 되던..

사실 나도 엇나가는 것이 아닌가..라며 걱정을 했던 친구다.

하지만 이 친구가 스스히 행동이 좋아졌고 그 때마다 난

격려와 칭찬을 잊지 않았었다.

그런 놈이 나를 걱정했던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석이가 저를 걱정을 다하고..너무 고맙네요.

그런데 석이가 방학후 너무 의젓해져서 저 또한 석이를 보면서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참으로 좋으시겠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잘 봐주신 덕택이지예. 저 사실 일주일정도

마산에 내려와 있습니더. 석이랑 같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 네 석이가 너무나도 좋아하겠네요. 이렇게 연락 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석이를 잘 봐주시니 항상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예.'

'예 어머님. 감사드립니다. 푹 쉬시예'

석이는 어머니와 떨어져 살고 있었던 터였다.

이런 상태에 어머님께서 오셨으니 석이는 얼마나 좋을까..

전화를 끊고 기분이 왠지 모르게 흐뭇했다.

'내가 그리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구나..'

-----

찬이는 어제 들어왔고 오늘 오전에 학교에 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즐겁게 뛰어노는 놈을 보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끝마치고 저녁 10시 30분쯤 찬이집에 전화를 했다.

찬이가 집에 들어왔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어머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어머님 접니다. 찬이는 들어왔는지요.'

'아니요. 아직 안왔습니다.'

순간 숨이 턱 멈추는 듯 했다.

'예? 어디 있을까예?'

'친구들이랑 독서실 간다고 했습니다.'

누구랑 갔는지를 물었고 그 중에 우리반의 남자다운 놈이 같이

있기에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네 어머님. 그 친구랑 갔다고 하면 안심하셔도 될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친구입니다.'

어머님과 상당시간 통화를 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기분 좋은 말씀을 들었다.

아버지께서 찬이에게 편지를 쓰시고 있으시단다.

그리고 찬이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렸단다.

그리고 아버지의 편지는 어제도..오늘도..계속 되고 있단다.

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어머님께 말씀 드렸다.

'어머님.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이렇게

행동하시니 찬이도 긍정적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학교에서 찬이를 대함에 있어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가정과 학교가 함께 찬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면 찬이는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도 기뻐하셨다....

-----

우리반은 조용한 반은 아니다.

난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반 아이들은 살아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방금 태어나 스스로 걷기위해 애써는

송아지처럼....

나름대로의 힘듬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우리반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확인해보면 아이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나도 사실 우리반 아이들이 욕을 들으면

담임으로써 상당히 속이 상한다. 이 놈들을 혼내주려고 교실에

들어서면 나를 보며 반가워하며 .. 관심을 끌려고 장난을 치는..

64개의 살아있는 눈동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으이구...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길래..

내일도 난 전쟁을 하러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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