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딸아이가 다니는 우산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했었습니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50명정도 되는 작은 학교입니다. 학생 수가 작다보니 평소 2교시 후 중간 놀이시간이 30분 정도 있어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기도 합니다.
5월 10일자 한겨레 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들(3살~9살)의 바깥활동 시간이 하루 평균 34분으로 미국 어린이의 30%에 지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바깥활동 시간이 적은 것이 장점도 있겠지만 뛰어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실내생활만 하는 것이 슬프게도 느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딸아이가 1학년이라는, 첫 운동회라 꼭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 걸려있는 만국기는 향수를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신나는 댄스 음악은 분위기를 한껏 돋구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라 그런지 OX퀴즈, 장애물 달리기, 꼬깔모자 쓰고 2인3각, 낚시 게임 등 종목이 아주 다양했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들께서도 함께 해야만 하는 운동회였습니다. 저는 아빠가 이렇게나 많이 참여하는 지 몰랐습니다. 내년 운동회에는 꼭 체육복을 입고 와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교무부장 선생님의 재미있고 구수한 진행은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했습니다.
엄마들도 코끼리자세로 3바퀴를 돌고 뛰기 등 장애물 달리기를 했습니다. 보는 아이들도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개인전으로 6가지의 준비된 종목을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찾아가며 미션을 수행하는 종목도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의 종목은 훌라후프 15초 돌리기로써 시간을 경과하면 스티커를 줍니다. 이 외에도 농구 골 2골 성공시키기, 림보놀이, 투호놀이, 배구공 대야로 받기, 부모님과 단체 줄넘기 7개 이상 하기 등 종목들이 있었습니다.
한 종목 한 종목이 어찌나 유쾌하고 재밌던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성공하면 스티커를 받고 부모님은 성공하면 고무장갑, 위생장갑 등 주방에 필요한 선물을 주더군요. 아빠를 위한 선물이 없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나와 힘껏 당기는 줄다리기는 운동회의 또다른 묘미입니다.
청군, 백군을 힘껏 외치며 당기는 줄다리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이어달리기도 있습니다.
이 날 운동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어달리기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운동회의 꽃은 이어달리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어달리기는 보통 운동회의 마지막 종목으로서 전교생이 지켜보는 속에서 치뤄집니다. 운동장을 힘껏 뛰는 선발된 선수들과, 그 선수들을 보며 열심히 응원하는 아이의 손에는 절로 땀이 나게 합니다. 보통 반에서 잘 달리는 아이들을 선발해서 치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산초등학교는 달랐습니다. 전교생 모두가 선수였습니다.
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아이들은 운동장 반바퀴씩을 돌며 바턴을 이어갔습니다. 선수들이 달리면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이 목청껏 응원하고, 부모님들도 내자식, 니자식 없이 신나게 응원했습니다.
떠나갈듯한 응원소리에 운동장을 도는 아이들은 속도에 상관없이 정말 열심히 뛰더군요. 이를 악물고 달리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전교생이 모두 다 뛰는 이어달리기는 정말 신났습니다. 청군, 백군 선수만 뛰어서 두명의 아이들이 계속 달렸고, 엎치락 뒷치락 순위는 계속 뒤바꼈습니다.
마지막 선수는 6학년들이었는데 한바퀴를 오롯이 돌았습니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환호성은 모두를 승자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이 날의 승리팀은 청군이었습니다. 학교 측의 조작(?)으로 10점 정도로 근소하게 이겼습니다. 이긴 아이들도 좋아하고, 진 아이들도 박수 치며 함께 즐겼습니다.
9시에 시작하여 1시 쯤에 끝난 운동회는 아이들만의 운동회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들의 참여는 당연한 것이었고, 선생님들과 함께 뛰고, 즐기며, 말 그대로 교육 3주체가 함께 하는 마을의 큰 잔치였습니다.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웃고 박수치는 부모님들의 웃음소리는 모두가 학교의 소중한 구성원임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뛰어 놀아야 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고도 놀아보고, 해가 졌는 지도 모르고 뛰어 놀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는 경험도 해 봐야 합니다.
놀이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의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약속지기키, 상대를 배려하는 법, 창의력, 사회성, 회복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복잡한 말이 아니더라도 어릴 때 잘 뛰어 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 특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이는 놀이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목적을 가지는 순간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일이 됩니다.
단지 운동회 라는 학교 행사의 하루를 경험한 것 뿐이지만 이 학교의 아이들이 평소 얼마나 재미있게 뛰어 노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운동회 마치고 딸아이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아니? 안 힘든데, 아빠, 우리 학교 재밌지, 난 우리 학교가 제일 좋아. 또 학교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학교에 놀러가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이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 배움이 지식교육만은 아닐 것입니다.
친구에 대해,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배우는 곳도 학교입니다.
벌써부터 내년 운동회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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