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있어서는 안될 책, 대한민국 악인열전

마산 청보리 2016. 3. 17. 07:00



표현이 적합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책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일제시절 개인의 영달을 위해 민족을 해하고 뻔뻔하게 살다 간 대한민국 악인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지난해 6월부터 경남도민일보를 통해 연재된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 이라는 뉴스펀딩 시리즈 물입니다.


당시 경남도민일보는 이 뉴스펀딩으로 151명의 후원을 받았으며 총 후원금액은 160만원에 달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기사였습니다.


저자인 임종금씨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이완용이라는 이름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다 숨어버렸습니다. 해방 후 부당한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수많은 민중에 대해서도 '시대가 그랬다'는 막연한 논리로 덮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악랄한 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그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군인, 우익단체, 친일경찰, 친일헌병, 친일깡패, 토호, 해외인사 등 각 분양서 대표적인 악인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사학과 출신으로 이미 대한민국의 악인들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총 8명의 악인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를 자칭했던 살인마 김종원, 고향 사람을 무참히 학살한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이 된 극렬 친일파 박춘금, 악질 헌병의 대명사 신상묵, 박종표, 악질 경찰의 대명사 노덕술, 음모와 공작의 달인 김창룡, 일제도 감복한 친일 인사 김동한과 후예들 그리고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최남선, 이범익, 이선근, 백선엽, 김백일, 정일권, 배정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권력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면 안된다.', '이 사람들은 일본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충신을 원하는 리더에게는 간신만이 모인다.' 는 것입니다.


타이거 김,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길 원했던 김종원편을 보면


'김종원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사람 목을 잘라 이웃 지휘관에게 '선물'하는 게 장난이었던 김종원, 그런 그가 불과 20대 후반의 나이에 거의 무차별적인 권한을 받았고, 그는 살육으로 그 권한에 응답했다. 


그것은 결국 이승만과 권부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김종원과 같은 비정상적으로 날뛰는 존재가 꼭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원의 이름과 악행은 영원히 기억돼야 하겠지만 그를 비호하고 이용한 이승만, 당시 국방부 장관 신성모, 11사단장 최덕신 등의 이름 또한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본문 중


거의 이런 내용입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자를 동시에 쏴 죽이는 등 온 가족을 몰살했던 이협우, 상애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민족을 상대로 폭력행동을 저지르며 일본의 국회의원이 된 박춘금, 잔인한 고문 방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였던 신상묵과 박종표, (박종표는 1960년에 마산경찰서 경비주임을 할 당시 김주열 열사의 시신에 큰 돌을 매달아 바다에 유기하기도 했음) 


너무나도 잔인해 다시금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노덕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빨갱이로 위장해 죽이기를 서슴치 않았던 김창룡, 만주 지역에서 온갖 공작으로 항일세력을 이간질하고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체포, 죽이는 데 앞장섰던 김동한.


왜 책 제목이 '대한민국 악인열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암울했던 시기, 악인들은 이 자들뿐이었을까요? 왜 교과서에선 이런 사람들의 행적에 대해선 언급이 없을까요? 이승만 대통령이 노덕술을 보고 '그대 같은 애국자가 있어 내가 발 뻗고 잘 수있다.'고 말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 책의 제목 위에는 작은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


교과서란 민족의 좋은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그랬다.' 라고 모든 것을 덮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임종금 기자와 연락이 되어 이 책에 선정된 악인들과 그 후속작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악랄했던 사람들 이야기 입니다. 전문가들도 저와 비슷한 견해였습니다. 2편은 먼 훗날 쓸 생각입니다. 하지만 내년에 후속작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후속작은 그 시기,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사연과 일본인 가운데 일제에 반대하고 우리 민족의 해방을 지지한 양심있는 사람들에 대해 쓸 예정입니다.' -저자와의 인터뷰 중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민족을 배반한 자들이 끝이 좋아서는 안됩니다. 민족을 배반한 자들이 호의호식해서는 안됩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역사에선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시대를 보고 변신했던 기회주의자들이 권력을 쥐었었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모르더라도 아이들은 알고 자랐으면 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할 때, 악인들을 파헤쳐 세상에 내 놓은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던 우리의 역사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이 때, 광복만을 경축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었던 악인들의 삶도 재조명되어야 합니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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