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아파트 이웃과 함께 하는 텃밭가꾸기

마산 청보리 2016. 3. 5. 07:00

지난 2월 28일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야 '텃밭가꾸기'


저희 아내님께서 최근 들어 작은 텃밭을 가꿔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꽃을 심고 싶다. 이웃 주민분들과 함께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잠시 그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부탁을 하더군요.


"여보, 땅 좀 구해죠."


헉...


저는 땅 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게 되면 저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작년에 잠시 농사일을 해 봤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정말, 힘겨웠습니다. 


그 후로 시장에서 채소값을 흥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부르시는데로 샀습니다.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얼마나 싸고 편한 것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아내는 이미 마음을 확고히 먹은 것 같았습니다.


아는 지인에게 부탁을 했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멋진 땅을 구해 주더군요.

그리곤 저에게 말했습니다.


"행님, 저 검은 비닐 다 뜯어내야 하고 저기 있는 것은 율문데, 뿌리채 다 뽑아야 된다. 다 뽑고 나면 연락주라. 내가 트랙터로 땅 토닥거리줄께."


농사에 문외한인 저는 곧이곧대로 믿었고 아내에게도 전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내가 아주 좋아하며 말하더군요.


"여보, 우리 농사 같이 지을 가족들이 있어, XX네와 XX네야. 같이 농사 짓기로 했어. 우리 28일에 밭에 같이 가자. 땅 정리해야지."


"그..그래, 잘 된네."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아내에게 저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2월 28일이 되었고 아침을 먹은 후 밭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해서 잠시 있으니 다른 가족분들도 오셨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밭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호미를 꺼내 검은 비닐을 뜯고 율무를 뿌리채 뽑기 시작했습니다. 우아...정말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 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삽을 가지고 온 아버님이 계셨습니다. 삽이 이렇게 멋져 보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넘어 마지막 가족분 들도 오셨습니다.


이 분들은 조금 늦게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참 농사꾼들이었습니다. 어찌나 일들을 잘 하시던지요.


지렁이를 끔찍히도 싫어하시던 한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 주셨고 아빠들과 일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함께 일을 했습니다.

"와 지렁이다!"


"와 무당벌레다."


아이들은 정말 신나했습니다.

"아빠, 나도 도와줄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일손을 보태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우리가 한 작업량입니다.


교실 정도 되는 땅을 정리하는 데 정말 하루종일 걸리더군요. 하지만 다 하고 나서의 뿌듯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을 마치고 세 가족은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같이 땀을 흘려서 그런지 너무나 친숙했습니다.


이 날 아내는 일이 있어 노동현장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고통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일 할때는 분노와 짜증이 올라왔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땀을 흘리고 아이들이 함께 놀고, 어른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며 텃밭도 썩 나쁘지만은 않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을 다 하고 땅을 소개해준 전XX 동생에게 전화했습니다.


"검은 봉다리 다 뜯어냈고 율무도 다 뽑았다. 언제 땅 두드려 줄래?"


"아이고 진짜 다 뽑았나. 그거 안 뽑아도 되는데.ㅋㅋㅋㅋ"


"뭐????"


"내가 행님 골탕 먹일라고 그랬다아이가. 아무튼 수고했다. 이번 일요일에 내가 땅 두드려 줄께."


화를 낼 수도 없고, 만약 율무를 뽑지 않았다면 한 시간 만에 끝냈을 일을, 뿌리채 뽑는 다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이웃분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냥 텃밭 농사였다면 힘든 노동이었으리라 예상됩니다.


아파트 이웃들과 함께 하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나이 또래도 비슷하여 저희끼리도 잘 노니 보기도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땅을 밟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는 악해지지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갯벌에서 놀며 자란 사람은 갯벌을 쉽게 메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채소를 사 먹는 돈을 아끼자고 농사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의 소중함, 노동의 신성함, 땅의 고마움을 느끼며 인간의 자만심을 버리기 위해 텃밭농사를 시작했습니다.


1년 후 얼마나 만족할 지는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 보려 합니다.


텃밭농사, 분명히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리숙한 농민 흉내 내기는 계속 됩니다.


농민 여러분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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