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새벽등반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49

2005.3.1 

 

2월 28일..2004년도의 우리 반이었던 1학년 8반친구들과

무학산 새벽등반을 하기로 한날..자유의지였다.

약속대로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출발하면서 상당히 궁금했다.

'몇놈이 와있을까..추운데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올까..'

자전거를 타고 갔다.

너무 추워서 눈물이 막 흘러내렸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놈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추위보다는

설레임이 더욱 앞섰다.

약속장소인 팔각정을 가기위해 합포고 밑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멀었다.

'으..약속장소를 너무 멀리 잡았나?' 이때 시각이 5시 15분이었다.

한창 걸어올라가고 있는데 승용차 두대가 지나갔다.

얼마 안가 차가 서는 것이다.

그리곤 몇놈들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함께 가요. 누구누구도 같이 가요.'

차 안에는 아버님과 친구들이 타고 있었다.

'그래도 될까? 아버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승용차를 같이 타고 팔각정에 도착했다.

원진이와 세진이의 어머님도 함께 오셨다.

'선생님 추운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2학년이 되기 전에 일출을 보며

각오를 한번 다지고 오겠습니다. 부모님들이 더욱 고생이시네요.

죄송합니다.'

'아입니다. 선생님이 더 고생이시지예.'

'사고 없이 잘 다녀오겠습니다.'

부모님들 모두 가시고 우린 아직 안 온 놈들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보니 14명이 왔다.

5시 30분..우린 출발!!했다.

손전등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날뻔했다.

깜깜했다.

큰 손전등이 3개라 제일 앞친구가 한개들고 가운데 한개.

그리고 내가 제일 뒤에서 켜고 갔다.

우리반의 작은 친구 원진이가 계속 쳐졌다.

참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격려하며..산을 올랐다.

오르다 보니 서서히 해가 떠올랐다.

끝내 우린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곤 해를 봤다.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너무나도 웅장했으며 너무나도 뜨거운 해였다.

'야~~~~~~~~~~~호~~~~~!!!!!!!!!!!!!'

모두들 크게 함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었다.

영준이가 초코렛을 가져왔더라

함께 하나씩 까먹고 이야기 하다가 내려왔다.

내려올때는 참 수월했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혼났다.^-^;

원진이는 내려갈때도 쳐졌다. 하지만 친구들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잡아주며 다정히 내려왔다.

정말 보기 좋았다.

한참 내려가다보니 먼저 갔던 놈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후다닥! 내려가 보았다.

이놈들이 냇가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고드름 보세요. 엄청 커요. 선생님 이 얼음 보세요.

너무 신기해요.^-^'

'신나게 놀고 가자!!!'

한참 놀았다.

이놈들은 고드름도 참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 추운 날씨에 고드름을 하나씩 들고 쪽쪽 빨고 있더라.

좀 달라고 해도 안 주더라.^-^;; 고드름을 빨며 내려왔다.

그리곤 돼지국밥집에 갔다.

아침부터 14명의 남성(?)들이 국밥집에 들이 닥치니 주인아저씨도

상당히 놀라신 모양이었다.

우리들의 사정을 말씀드리니 참으로 흐뭇해 하시며 친아들처럼

잘해주셨다.

'밥 모자르면 말해라~ 국물모자르면 말해라~ 정구지 넣어서

비벼먹으면 맛있다.'

우린 참으로 깨끗히 국밥한그릇씩을 다 비웠다.

그리곤 인사를 정답게 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

이 놈들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강제로 나오라 한 것도 아닌데 이놈들은 나와서 나를 감동시켰고

친구가 힘들어 하니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서로서로 도와주었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답게 지내는 모습으로 나를 또 감동시켰다.

이 놈들이 어느 새 2학년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했다.

이 놈들이 우리 반이었다는 게 참으로 행복했다.

난..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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