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개학.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46

2005.2.2 

 

어제 밤에 너무나 떨렸다.

'내일 일찍 일어날수 있을런지..우리 반놈들에게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할지..양복은 뭘 입고 가지..첫말을 무슨말을 할까..'

이런 저런 고민 중에 3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로 출발하였다.

날이 엄청 추웠다.

집을 나서자마자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던 한 놈을 만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 용성이도 잘 지냈구?^-^'

어찌나 우렁차게 인사하던지 상쾌한 아침 공기가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았다.

교무실에 들어갔고 너무나도 반가웠던 선생님들...^-^

인사드리고 교실로 올라갔다.

근 한달만에 보는 것이지만 이 놈들은 어찌나 귀엽던지..

진이는 부끄러워 내눈을 제대로 못보고 있었고 더욱 의젓해진

경이도 멋졌다. 여전히 말 많은 홍이..ㅡㅡ;;..하지만 이놈의

말이 더이상 아이들에게 짜증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 따스했다.

방학 중 30Cm자를 이용해 석궁을 만들어온 상호..머리도 덥수룩

하게 길러온 몇명의 친구들..키가 훌쩍 큰 영민이..여전히 쪼매마한

우리반 귀염둥이 두놈...너무나도 마음 든든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이놈들도 나를 보고 많이 반가운 것

같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영이가 학교에 오질 않았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통화해보니 며칠이 되었다 하신다.

이 추운날...이 놈이 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게 정을 많이 부었던 놈인데..그렇게 사랑했던

놈인데..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지금 영이의 출결상황을 솔직히 얘기해주고 함께 찾아보자고

얘기했다.

너무나도 이해를 잘하던 이 놈들..

작다고..어리다고 한번쯤 무시했던 놈들이 이렇게 멋진 놈들이었

을 줄이야.

---

난 행복한 교사다.

나를 지켜봐 주는..나를 지지해 주는 이렇게 많은 놈들과 함께

생활하는 .. 나는 행복한 교사다.

며칠 남지 않은 2월달..

곧 학년도 바뀌고 담임도 바뀌겠지.

아쉬워하는 이 놈들의 소리도 들었지만 난 1년 동안 이놈들과

함께 생활했던 것이 너무나도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도 귀에 선하다.

오늘 아침 조례시간때의 이 놈들의 우렁찬 인사소리가...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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