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태봉고 아이들의 귀국, 그 후..

마산 청보리 2015. 5. 6. 15:47

 태봉고는 지난 달 16일부터 16박 17일의 일정으로 2학년이 네팔 이동학습을 떠났습니다. 매년 행해왔던 교육과정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네팔에서 규모 7.9의 강진이 일어남으로써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자들은 남아있는 자들로, 네팔에 있는 자들은 네팔에서 각각 엄청난 고통을 받았습니다.


네팔로 이동학습을 떠났던 태봉고 아이들이 지난 30일 특별기편으로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오늘(6일) 아이들은 정상 등교를 했고 오전 9시, 태봉고 모든 식구들은 3층 태봉도서관에 모였습니다. '네팔이동학습 귀환 축하 및 마음 나누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9시부터 있었던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당시의 공포와 다시 친구들을 만났다는 안도감,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흘리는 눈물같았습니다. 분위기가 진정된 후 쏟아진 발언들은 다양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나라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들, 분명 못 사는 나라이지만 해맑고 순수했던 네팔 사람들, 우리는 탈출했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네팔 사람들, 공포도 분명 있었으나 서로를 위해 다독거렸던 시간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괜찮다고 SNS에 글을 올렸던 이야기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분명히 힘들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괜찮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부터 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네팔의 경험을 다시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하는 도중에도 박영훈 교장선생님은 연신 눈물을 닦으셨습니다. 한아이, 한아이가 소중하고 보고싶고 또 보고싶었다는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보이시는 교장선생님 곁으로, 조용히 눈물을 닦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을 보았습니다. 


박경화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연예인들이 상을 타면 고마운 사람을 한명, 한명 말하는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여러분,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행정실에 계시면서 여러분들이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기도하며 매일 기숙사 앞을 청소하셨던 선생님, 


매일매일 수많은 전화와 언론을 상대 하시면서도 흔들리지 않으시고 여러분을 기다리셨던 교장선생님, 너무나도 여러분들이 보고싶고 걱정되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여러분을 기다렸던 부모님들, 여러분의 안전을 기원하며 자리를 지켜주셨던 많은 태봉 가족들, 모두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2학년 여러분들께는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태봉카페는 무제한 공짜입니다. 언제든 와서 노십시오. 간혹 선생님이 뒤에서 백허그를 하더라도 성희롱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여러분들이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건강히 돌아와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큰 박수소리가 들렸고 환호성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박수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중,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계셨습니다.


생과 사를 넘나다니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봉고 아이들은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학생 44명과 교사 4명에 대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외부의 지원을 받아 시행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현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추후 있을 이동학습 글쓰기와 수업시간을 통해 아이들을 보다 깊이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화면을 통해 뉴스로 본 사람들과 실제로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태봉고 2학년들은 네팔만 보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태봉고등학교 안에서 서로 나누며 다독이며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교육은 가르침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만 한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하고 함께 나눌때, 배움은 일어납니다. 


태봉고 아이들은 또 한 뼘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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