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아이들보기 참 부끄럽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5. 3. 27. 07:00

지난 3월 26일 아침에 사천 동성초등학교 앞에서 꿈키움학교 학생 몇명이 무상급식 폐지를 반대하는 피켓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사실 올해 경남꿈키움학교 학생들은 무상급식 폐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삼시세끼를 먹지만 올해는 운이 좋아 삼시세끼 모두 지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꿈키움학교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내 아이는 급식비 지원을 받기에 무상급식 폐지는 나와 상관없다.'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모두의 일입니다. 내 아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밥 한끼로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생각한다면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사실 무상급식 폐지 내용은 잘 몰랐어요. 단지 어머니께서 나가신다길래, 동참이라기 보단 체험의 의미로 참여했습니다. 막상 나와보니 우리들을 위해 어머니들께서 이렇게 고생하시는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그냥 먹는 밥 한끼지만 이 내용을 우리 친구들도 많이 알고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피켓을 들고 30분 정도 서 있는 것이 별일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오늘 아침 무상급식 관련 일에 동참했기에 적어도 무상급식 폐지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밥 한 그릇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 밥을 무상으로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모님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선택(?)받아 밥을 무상으로 먹을 아이들의 눈칫밥상을 생각하면 이건 복지가 아닙니다.


복지는 위에 계신 분들이 도민에게 기분에 따라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을 위에 계신 분들이 잘 헤아려서 혜택을 고루 볼 수 있도록 힘써주는 것입니다. 


많은 도민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큰 목소리를 내어야 도민들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무조건 옳은 일도, 무조건 그른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최소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나마 바른 해결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니 생각은 다르니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일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나와 다름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저 친구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면 아, 저 친구는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라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저 친구는 나와 생각이 다르니 틀렸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다름을 인정해야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입니다."


학교에선 민주주의를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되레 질문합니다.


"선생님 민주주의의 실현방법이 대화와 타협이라고 배웠는데, 어른들은 왜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나요?"


아이들에게 참 부끄럽습니다. 


이런 지식이라면 가르치기 싫습니다. 아니 가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말그대로 지식뿐인 지식입니다. 죽은 지식입니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지식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살아있는 지식, 우리 어른들이 몸소 실천해 보이는 것이 이리도 힘든 일입니까?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자랍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부모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자랑거리는 말로써, 호통으로써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 앞에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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