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장모님께 드리는 사위의 작은 선물.

마산 청보리 2014. 7. 2. 22:24

저희 장모님(이하 어머님)께선 무릎이 좋치 않으십니다. 시대의 다른 어머님들과 같이 평생 일을 하시며 고된 삶을 사셨습니다. 나이가 드신 지금까지도 어머님께선 일을 하시며 자식들, 사위들 일로 걱정을 하십니다. 


항상 받기만 했던 사위였습니다. 뭔가를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어머님께선 번번히 거절을 하셨습니다.


"됐네. 우리 생각말고 자네들 가족 잘 챙기게, 난 괜찮네."


하지만 사위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찬 얻어 먹는 것, 한번씩 놀러가서 밥 얻어 먹는 것, 항상 받기만 하고 그만큼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번에도 처가댁에 국수를 얻어 먹으러 갔습니다. 역시나 장모님표 국수는 지상 최고의 맛입니다. 실컷 먹고 말을 꺼냈죠.


"어머님. 뭐 필요하신 것 없습니까? 제가 요즘 목공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 만들어 드립니다."


한참을 웃으시던 어머님.


"그럼 내 공부하는 좌탁하나 만들어 주게. 약간 넓었으면 하네."


어찌나 반갑던지요. 바로 치수를 재어 다음날 목공소로 향했습니다.

▲ 초기 도안입니다. 이 그림이 작품이 됩니다.



목수님과 함께 기본 도안을 놓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목수님도 저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성심을 다 하시더군요.


"김선생, 이거, 또 하나 만들어 드리고 얼마나 삥을 뜯을려고 이러는 거야? 뻔하다."


아니라고 삥뜯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도 말해도 목수님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음흉한 웃음뿐이었습니다.


아~! 내가 평소에 이런 이미지였구나..뉘우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무식한 사내 둘이 매달려서 이틀만에 작품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사실 반나절이면 완성할 수 있으나 정말 공을 들였죠.


사포로 애기 피부처럼 나무를 문지르고 문지르고 또 문질렸습니다.


목공을 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설계해서 자르고 붙이는 것은 금방합니다. 그 작품을 매끈하게 문지르고 모난 곳 갈고 다듬는 것이 훨씬 많은 시간이 듭니다.


아무튼 완성했습니다.


▲ 갈고 다듬는 것이 끝난 상태입니다.



완성하고 우리 목공방의 대표색상인 '쥐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칠하는 것도 보통 정성이 아닙니다. 칠하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를 몇번을 반복합니다.

▲ 색을 칠하는 과정입니다.


다 칠하고 그늘에 또 말립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친환경 코팅제(?)를 바릅니다. 나무가 숨쉬는 것을 위해 바닥면은 칠하지 않습니다. 인체에 무해하며 은은함을 위해 하는 작업입니다.

▲ 모든 작업이 끝나고 그늘에서 말립니다.

▲ 장모님 방에 옮겼습니다.



무릎이 안 좋으신 것을 알기에 이동하기 쉬우라고 바닥에 바퀴를 달았습니다. 실제로 어머님 큰방에 놓인 좌탁입니다. 어머님께 가져다 드리니 좋아하셨습니다.


"어이구, 우리 사위 제법이네. 고맙네 고마워."


웃으시는 어머님을 뵈니 어찌나 마음이 좋던지요.^^


별 것 없는 재주지만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행복입니다. 아직까진 어머님께 직접 말씀드리진 못했으나 이 작은 좌탁하나로 저의 감사한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어머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평소 잘 해드리진 못하지만 항상 어머님, 아버님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사위 부리먹을 것 있으시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어머님은 저의 또 한 분의 소중한 어머님이십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