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예술가는 이래야 한다!!

마산 청보리 2014. 4. 29. 23:41

지난 4월 26일(토). 저녁 6시에 창동 아고라 광장에서 특별한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정희 작가님이 준비하신 것이라 했다. 사실 이정희 작가님이 누구신지 몰랐다. 후에 알고 보니 서양화가 셨다. 


▲ 평소 작품활동 중이신 이정희 서양화가님.


'서양화가가 무슨 퍼포먼스를 한단 말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더 컸다. 서둘러 아고라 광장에 도착했다.이미 아고라 광장에는 사람이, 특히 외국인들이 너무 많았다.


"오늘 무슨 일 있습니꺼?"


김경년 창동 아지메께 여쭈었다.


"마산국제연극제가 있는데 그 곳에 참석한 연극인들이 창동에 구경왔다 아이가."


오~~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신기했고 퍼포먼스의 내용은 무엇일지. 더욱 기대도 되었다.


시간이 되었고, 장엄한 음악이 흘렀다.


한쪽에서 한지로 된 새하얀 옷을 입으신 일화선생이 등장하셨다. 


"아...아름답다.."


처음 든 생각이었다. 일화선생의 거침없는 춤사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장엄한 음악에 맞쳐 등장하시는 일화선생님(명상요가하시는 분)


퍼포먼스와 음악에 심취해 한참을 보고 있는데 무대 위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정희작가님이 보였다. 파란색으로 미친듯이 색칠을 하고 있었다. 순간. 퍼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세월호인가?'


다시 일화선생을 보니...


그랬다. 노란리본으로 뒷머리를 묶고 계셨고, 노란리본으로 묶인 꽃다발을 들고 계셨다.


이정희 작가님 또한 노란색의 긴 삼베를 목에 두르고 계셨다.


'아...그랬구나..'


▲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이정희 작가


적어도 이때부터는 나에게 퍼포먼스가 단순한 볼꺼리가 아니었다. 


음악...춤사위...이정희 작가의 거칠고 거친 붓터치가 세월호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난..솔직히 눈물이 났다. 너무 웅장하고 너무 비장했으며 너무 애절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퍼포먼스는 격렬해졌다. 일화선생께서 구경하시는 분 사이로 들어와 격렬한 춤사위를 보여주시고, 이정희 작가도 나름 몸으로 작품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은 몰입하여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중간 중간 들리는 탄성소리와 한숨소리..


퍼포먼스는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 구슬픈 노래로 퍼포먼스의 마지막을 더욱 빛내주셨던 천복희 여사님. 

▲ 퍼포먼스가 끝난 뒤 함께 있는 이정희 작가와 일화선생님. 두 분은 고교 동창이라 하셨다.


박수소리가 들렸고 이정희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줍게 인사를 하셨다.


나는 퍼포먼스가 끝난 뒤 한참을 움직일 수 가 없었다.


4월 29일, 우연히 창동 사랑방에서 이정희 작가님을 만났다. 너무 신기했다. 왠지 연예인 보는 느낌?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 날 퍼포먼스,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너무 느낌이 커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씀드렸다.


이정희 작가님은 수줍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그 날 퍼포먼스도 준비하느라 상당히 힘들었어요. 원래 같이 준비했던 요가작품은 선보이지도 못했고 저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준비된 작품이었어요. 일화 선생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함께 해주셨던 것이구요. 예술인이, 사실 보기에는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힘들어요."


"그렇군요. 사실 저 그 날의 퍼포먼스가 세월호를 뜻하는 지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알고나서 보니 너무 슬펐습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예술인으로 이런 시대적 아픔을 표현하시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니예요. 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었을 뿐이예요. 너무 마음 아픈 일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작품활동 뿐이라 더 미안하고, 더 마음 아픕니다. 힘들게 예술하지만 전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합니다.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이죠. 제 작품 좋게 봐주셔서 다시금 감사합니다."


소녀같은 분이셨다. 보고 느낀 그대로 감동적이었다고 말씀 드린 것 뿐이었는데 너무 수줍어 하셨다.


'예술가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고 일반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희 작가 같은 분이 창동예술촌에 계시다는 것이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모두들 눈치보며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시대에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세상과 함께 소통하는 예술인을 보기가 드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녀의 활동이 기대된다. 덧붙여 창동의,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이 세상과 더욱 소통하시기를 조심히 바래본다. 세상이 없으면 예술도 없지 않은가? 예술은 이성으로 치유할 수 없는 것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꼭 필요한 것이다. 창동에 이런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시는 것은 지역사회의 큰 자랑이다.


창동은 스스로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사진출처:김경년 창동 아지메 페이스북& 블로그, 사전에 사용 허락을 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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