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방과후 학교. 너 정체가 뭐니?

정부는 '특기적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각 학교마다 운영되던 활동들을 2006년 '방과 후 학교'로 통합하면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물론 그때 정부에서는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슴 뛰는 경험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 안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목표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부어 전국의 99.9%의 초중고에 방과 후 학교를 개설했다.(본문)



실로 엄청난 관심입니다. 실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시작은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이 아이들을 안으며 아이들의 가슴이 뛰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방과 후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방과 후 학교를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가 책임지는 것은 아이들의 '정규교육'이다. 

방과 후는 엄연히 정규교육 이후의 일인데 어찌 책임지느냐는 게 학교의 입장이다. 분명 서류상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학교다. 하지만 '수업'에 관한 일은 학교가 책임질 수 없다.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강사는 학교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본문)

방과 후 수업에 자녀를 보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프로그램에 대한, 강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의 형태로 안내받으셨을 겁니다. 그곳에 적힌 것은 단지 프로그램명과 해당 강사와 해당 요일과 시간, 수강료만 적혀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자세히 모릅니다. 단지 프로그램명만 보고 지레 짐작하여 보낼 뿐입니다.

최근에는 방과 후 학교 강사를 해당 학교의 선생님들께서 직접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지요. 선생님들은 정규 수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지 방과 후 수업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분들은 아니니까요. 정부에선 다양한 방과 후 학교를 개설하라고 요구합니다. 아이들의 창의성 향상과 인성함양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현실도 그러할까요? 

<방과후 학교가 불안하다>에 나온 내용 중 아이들과 강사, 교사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재편집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말한다

자유수강권(바우처)으로 공짜로 들어요. 제가 듣고 싶은 것보단 엄마가 들으라고 하는 것 들어요. 그래서 더 흥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6교시까지 수업 듣고 7~8교시를 들어요. 방과 후 선생님요? 하나도 안 무서워요. 그냥 놀러가요. 선생님이 혼내면요? 그냥 수업 끊으면 되요. 그리고 학원 수업 있는 날은 엄마가 전화해줘서 그냥 빼요. 사실 너무 피곤해요. 수업 끝나고 좀 쉬고 싶은데 또 수업들으라고 하니까요. 학원요? 마치고 가죠. 방과 후 듣는다고해서 학원 줄이고 그러진 않아요. 

강사들이 말한다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수업에 지쳐서 아이들이 들어오는 데 저의 열정만 가지고 아이들을 닦달하는 것도 너무 마음 아파요. 부모님으로부터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다음 해 계약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하죠. 저희도 계약자 입장에선 학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선 수업 내용보단 수강생이 몇 명인지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학교 안에서의 차별도 너무 힘들어요. 아이들도 방과 후 강사라고 무시하고 학교 안에서도 선생님들과 대등한 관계도 아니에요. 교무실에 복사하나 하러 갈 때도 너무 눈치가 보입니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학원에서 수업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교사들이 말한다

솔직히 너무 힘듭니다. 방과 후 수업은 사실 저희들의 영역이 아닙니다. 수업은 방과 후 강사들이 하니까요. 하지만 방과 후 관련 업무는 저희가 다 해야 합니다. 교육청에선 예산이 내려오지, 그 예산은 모두 집행해야 합니다. 강사 계약, 재계약, 학생 모으기, 학생이 중간에 그만두면 수강료 정정 등 너무 일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학교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방과 후 수업은 교실에서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반 마치고 저도 교실 정리하고 업무도 해야 하는데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다른 교실로 제가 옮겨가야 합니다. 

심한 경우 한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5~6분이 모여 한 컴퓨터로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우리 교실 깨끗하게 청소해 두었는데 방과 후 수업이 마치고 나면 어질러져 있어요. 속상하죠. 학교는 장소만 제공하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부모들은 방과 후에 왜 보내냐는 질문에 비슷한 대답을 하십니다. '학교에서 하니까 믿는다'고요. 하지만 심한 경우 학원 원장이 학교에 들어와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자기 학원 원장 선생님 수업을 듣고 마치고 나면 학원으로 가서 또다시 원장 선생님의 수업을 받는 웃지 못할 광경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좋은 강사 수급 문제도 시급합니다.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강사 인력 풀은 극과 극입니다. 한 곳에선 강사가 넘치고 한 곳에선 강사가 부족합니다. 교육청에선 계속 사교육을 없앤다는 취지로 끝없이 독려하며 예산을 내려 보내지만, 결국 그해 학교에서 몇 개의 강의가 개설되었고 몇 명이 신청했느냐를 가지고 평가를 해 버립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고 학부모가 얼마나 만족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긴 하지만, 공염불입니다. 이러한 방과 후 학교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저자는 현실적인 방과 후 학교의 여러 문제점들을 나열합니다. 교사들과 강사들, 학부모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의 앞 부분을 보면 너무 우울합니다. 치적에만 집중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 "이렇게 문제가 많은 방과 후 학교를 계속 운영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방과 후 학교의 비리와 문제점을 침 튀기며 이야기하던 사람이나 침통한 얼굴로 교실의 붕괴를 이야기하던 사람이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방과 후 학교는 필요합니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바람직한 방과 후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곳이 '아이를 유심히 관찰해주고 아이가 잘했든 못했든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고 대답하겠다. 가장 바람직한 방과 후 학교란 가정과 학교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은 아이들이 와서 격려와 위안을 받는 곳이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안전한 환경이다.' 그러므로 지금 방과 후 학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투자가 아니라 한 명의 애정 어린 선생님이다.(본문중)

저자는 주목합니다. 결국 사람이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방과 후 학교라고 말합니다. 엄마가 필요로 하여 보내는 방과 후 학교가 아니라, 학교의 실적을 위해 투자하는 방과 후 학교가 아니라 정말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곳,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의 특징과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래도 희망은 학교에 있다

방과 후 학교의 올바른 대안을 찾기 위해 '방과 후 학교 대상(大賞)' 수상 학교들을 분석하면서 나는 방과 후 모범학교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러 가지 공통점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과 후 학교 대상'수상 학교들이 대부분 한때 폐교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었다. 

학교 문을 닫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과 후 학교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질 좋은 방과 후 학교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들며 선순환이 일어났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학부모와 학교가 원활하게 소통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의 문제를 가장 먼저 상의하고 의논해야 할 것은 옆집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이다. 선생님과 소통하자, 선생님들은 촌지나 선물이 아니라 엄마의 진심을 바란다.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방과 후 학교에서 가르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교사와 긴밀하게 협력할 때 '학부모가 만드는 올바른 방과 후 학교'는 만들어질 것이다.(본문)

방과 후 학교는 현재의 사회구조 속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방과 후 학교가 참 좋은 교육 서비스입니다. 이제 형태는 잡힌 것 같습니다. 남은 과제는 학교가 오픈하여 학부모와 함께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청에서의 명령 하달식이 아닌, 그 학교가 학교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과 후 활동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을 설명하며 우리아이들이 어떤 지능이 발달했는지 관찰을 통하여 파악하고 엄마가 원하는 수업이 아닌 아이가 원하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신체운동지능, 공간지능, 음악지능,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탐구지능'의 8개 부분의 특징과 그에 맞는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엄마들에게도 좋은 정보임에 틀림없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생각지도 몰랐던 현실의 벽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학교가 오픈되어야 한다. 학부모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전문성이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불가능한가요? 우리나라의 학교에선 이러한 시스템이 불가능한 것인가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참여해야 합니다. 성적만 가지고 아이에게 잘잘못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상황을 고루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들을 어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원합니다. 부모님들이 지지하는 교사는 그만큼 성장합니다. 교사의 성장은 결국 아이들에게 더욱 교육적인 형태가 되어 돌아갑니다. 

선생님들도 초심을 다시금 돌아보셔야 합니다. 신규 임용시절, 어떤 마음으로 첫학교 발령을 받으셨는지요. 첫 아이들을 만나고 첫 담임이 될 때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셨는지요. '시스템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잡무가 너무 많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소흘히 해서는 안됩니다.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아이들은 불안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방과 후 학교'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아이 이해하기, 우리 아이에 맞는 수업, 학교 이해하기, 등등 아이를 두신 학부모님들께선 꼭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학교 선생님말씀보다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에 더 휘둘리시는 어머니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학교의 제자리 찾기,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만 가능합니다.

방과후 학교가 불안하다 - 10점
박효정 지음/사과나무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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