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오랜 시간,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바로 지난 주 일이다.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같이, 어머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 하러 갔다. 밥 다 먹고 계산하려는 데 마스크를 쓰고 카운터에 계시던 분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저 XX중 나왔습니다. 음료수 서비스 드렸습니다."
XX 중은 나의 첫 발령지였다. 벌써 20년이 넘은, 내가 신규 교사일 때 근무했던 학교였다.
"어? 그, 그렇군요. 참 잘 자랐네요." 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름을 물어보고 안부를 물은 정황이 없었다. 손님이 아주 많은 식당이었다. 계산하고 나와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저 분, 아빠 제자래. XX중 나왔데, 아빠한테 인사하네."
내 말을 듣고 꼬맹이가 신기한 듯 물었다.
"아빤 왜 이렇게 제자가 많아요?"
꼬맹이 질문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제자가 많은걸까? 만약 당시 학생들이 내가 정말 싫은 교사로 기억되었다면 지금 나에게 인사했을까? 그럼 내가 아이들에게 그리 잘못된 교사는 아니었다는 뜻일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계시던 어머님도 흐뭇해 하셨다.
"너거 아빠가 좋은 선생님이었는갑다."
난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적은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관심은 많았다.
미술학원 다니는 학생 발표회 때 반 학생들과 같이 방문했었고 방학 보충수업 끝나는 날, 반 아이들과 회식을 했었다. 더운 여름엔 아이들과 물놀이를 갔었고, 새 학기 시작될 때 반 아이들과 새벽 등산을 했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 데리고 목욕탕을 갔으며 반 학생들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가정방문을 갔었다. 가출한 학생 찾으려 사천까지 갔었고, 계속 학교 안 나오고 미래가 없는 듯 생활하는 학생은 때리기도 했었다.(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지나친 걱정 때문이었다.) 급식소에서 너무 흥분한 학생을 가만히 안고 '괜찮다. 괜찮다. 니 잘못이 아니다.'라며 안정을 시켰고 너무 흥분해서 자기 몸을 해하는 학생을 온 몸으로 막았던 적도 있었다. 돈이 없어 체험학습 못가는 학생에게 몰래 돈을 쥐어 주었고, 힘들다는 아이를 다른 친구 몰래 데리고 나가 밥을 사준 적도 있었다. 친구가 없어 혼자 있는 친구를 데리고 산책을 다녔고 부모님이 너무 엄해 겁이 많던 학생들 데리고 오락실에도 갔었다. 방학에도 학교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깜짝 아이스크림 이벤트도 했으며, 축제 때 도움 필요하다는 팀에 함께 무대에 올라가 흥을 돋우던 적도 있었다.
글을 적다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26년까지 난 4개 학교에 근무했다. 근무연수에 비하면 학교 수가 적다. 난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지 그 이유 뿐이다.
많은 일을 경험했다. 드라마로 찍어도 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도, 너무 화가 났던 순간도, 허무했던 순간도, 무기력했던 순간도, 기뻤던 순간들도 있었다.
정말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아이들이 너무 이뻐 영원히 학교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할 때나 이별할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 성공하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난 똑같은 답을 한다.
"연락하지 마라. 니 인생 잘 살면 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니 곁에 사람 챙기라."
그리고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들었다. 스승의 날이 되어도 특별히 연락오는 학생은 극소수다. 그래서 좋다.
어느 날, 우연히 졸업한 놈들을 만날 때가 있다. 진짜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만난다. 신기하게도 이 놈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난 그 학생 이름을 기억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럼 물어본다. '미안한데 이름이 뭐였죠?' 아이들은 대부분 나를 이해한다는 미소 띈 얼굴로 '선생님, 전 당시 몇 반이었어요. 이름은 XXX입니다.'라고 답해준다. 고맙다.
'내가 혹시 못되게 대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본다. 찔리는 게 있어서다. 초임 때 난 학생들을 때렸었다. 당시는 체벌이 가능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네! 선생님 때문에 큰 상처 받아서 내 인생 망쳤어요!'라는 학생은 아직까진 만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혼자 퇴임 시기를 조율해 본 적이 있다. 기준은 명확했다. 내가 더 이상 학생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내 수업, 내 스타일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때, 난 미련없이 학교를 그만두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2026년, 아직까진 아이들이 나를 좋아한다. 물론 나도 아이들이 좋다.
스승의 날이라고 교직생활을 돌아보는 글을 쓰니 어색하다. 스승의 날이 뭐시라꼬, 사실 스승의 날이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스승의 날이 아니라 '교육의 날'로 바꾸면 좋겠다. 학교 선생만 스승이 아니다.
20편의 연재글을 마무리 하려니 시원섭섭하다.
처음엔 나의 교직생활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쓰다보니 옆으로 많이 샜다. 연재글이 쉽지 않음을 몸으로 느꼈다.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려 한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지금에 집중할 수 있다. 글 쓰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글 쓰는 시간이 좋다.
내년 스승의 날에는 어떤 글을 적고 있을 지 궁금하다.
난 2026년 김해금곡고에서 근무하고 있고 내년에는 어떤 학교에서 글을 쓰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아직까진 학생들과 웃으며 지내고 있는, 난 참 행복한 교사라는 생각이 든다.
난 내일도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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