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아저씨 밴드, '원더부라'를 소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23. 6. 8. 10:22

경남 창원시를 본거지로 하는 아저씨 밴드, 원더부라가 2집을 내었습니다. 해서 멤버분들을 만났습니다. 원더부라는 원더 부라더스의 줄임말입니다. '애들 재우고 문득 거울을 보니 이제는 배 나온 아저씨들, 감춰 뒀던 꿈으로 여행을 떠나다'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그룹입니다. 보컬, 최원호, 기타 조민영, 기타 외 모든 악기 연주 및 편곡 김희영의 3인조 밴드입니다.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최원호, 조민영씨는 현직 의사입니다. 김희영씨는 재즈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지역 뮤지션이십니다. 세 분의 조합부터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 세 분이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거죠?

최원호 : 2020년 코로나 때 작당했습니다. 의도했던 모임은 아니었어요. 당시 코로나가 터지고 다들 갑자기 일이 없어지며 여유로워졌습니다. 물론 저는 병원에 환자들 보느라 격리(?)되어 있었습니다. 즉 오프라인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갇혀 있으니 환자 진료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해서 제가 팬으로 좋아했던 희영씨에게 이전에 제가 만들었던 곡(스케치한 곡)을 보냈어요. 끄적이며 만든 곡들이 제법 있었거든요. 희영씨에게 '이것으로 곡 만들어보자'라고 제안했죠.

김희영 : 원호형이 보내주신 곡을 들었습니다. 들어보니 화장실에서 녹음한 것이었어요. 화장실 특유의 울림이 다 들리더라고요(웃음). 처음 들었을 때 '이것을 더 멋지게 만들어보자. 포장해서 더 멋지게 만들어보자'는 느낌이 있었어요.

▲ 연습 중인 원더부라 ⓒ 김용만

최원호 : 당시 희영씨도 시간이 많았어요. 이유는 간단했죠. 코로나 때문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해서 희영씨에게 부탁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희영씨도 반응이 좋았어요. 솔직히 둘이 장난으로 시작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민영씨가 떠올랐어요. 기타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민영씨도 음악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았고 저와 성향이 비슷했어요. 이렇게 세 명이 모이게 되었죠.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다 보니 뭔가 신나는 거예요. 해서 '우리 앨범을 같이 해보자. 같은 팀으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사실 90%는 희영씨가 다 만들었어요.

김희영 : 작업할수록 재밌더라고요. 보컬 최원호 형님의 열정이 가장 컸어요. 한 달에 한두 번 모여서 잠시 녹음하고 나면 술 먹으러 갔어요. 다들 술 먹고 집에 가면 그제야 저는 작업실에서 작업했죠. 즉 뒷수습은 제가 다 했어요(웃음). 1차 믹싱 후 단체 대화방에 결과물을 올리고 피드백 받고 수정하며 1집을 완성했죠. 돌이켜 보면 1집 때는 작업이 수월했어요. 근데 2집 땐 욕심이 많아져서 그런지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나름 힘들었네요.(웃음)

- 벌써 2집 가수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최원호 : 앨범은 한번 만들고 나면 끝이더군요. 1집 내고 나니 2집 땐 더 잘하고 싶었어요. 1집 땐 할 수 있겠나?하는 마음으로 겁 없이 도전했었고 2집 땐 욕심 내다가 작업이 산으로 간 것 같기도 해요. 2집을 내고 나니 음악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김희영 : 제가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했습니다. 아쉬움은 항상 있죠. 하지만 벌써 2집이 발매되었고(2023.5.19. 발매됨) 이제는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솔직히 1집에 비해 2집은 좀 느슨했었어요. 코로나도 끝나고 바빠진 것도 한몫했지요.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습니다. 의무감으로 작업을 마친 느낌입니다.

▲ 곡 작업 중인 원더부라 ⓒ 김용만

-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 1집 앨범과 2집 앨범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원호 : 1집 명은 '지난'입니다. 즉 지난 1990년대 감성으로 지난 일들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30년 묵힌 저의 지난했던 숙원사업이기도 했죠. 자서전 같은 노래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반면 2집인< Contemplate You or I >는 우리 아닌, 나와 너로서의 우리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때로 우리에서 탈락해 홀로 남겨진 나를 돌아보거나 우리에 닿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나를 강요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로 가득한 나는 언제나 네게 무조건의 애정과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죠. 한 발짝 떨어진 부담스럽지 않을 거리에서요.


- 음악에 관심 있지만 현실적 상황으로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최원호 : 음악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노래를 접할 수 있어요.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혼자선 안 되는 일 같아요. 저희도 상황과 타이밍이 맞고 좋은 분들이 만나서 가능했어요. 결국은 사람 문제예요. 저희같이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는 사람들을 거두어 준 희영씨에게 참 고마워요. 희영씨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김희영 : 저는 음악이 일인 사람이라 주위 뮤지션 분들로부터 아마추어인 분들과 밴드 활동을 같이하는 것이 재밌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전공이 재즈인데 원더부라로 같이 작업하고 공연하는 것이 재밌냐는 것이 주였죠. 솔직히 전 재밌다고 답했어요. 진심입니다. 전 이분들과 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음악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해요. 음악은 누구나 좋아해요. 남녀노소 국적, 성별을 가리지 않죠.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내 삶에 음악하는 것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며 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거든요.

▲ 원더부라 멤버들(왼편부터 김희영, 최원호, 조민영) ⓒ 김용만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원호 : 멤버들과 2집 발매 후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곡을 한 앨범에 담기가 참 어렵더군요. 앞으론 정규앨범이 아닌 싱글 쪽으로 낼까 싶습니다. 1집은 13곡이었으나 짧은 곡이 많았어요. 2집도 처음에는 6곡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점점 늘어 10곡이 되어버렸어요. 앞으로는 음악적으로 좀 더 성숙한 곡을 내고 싶습니다.

김희영 : 저도 최원호 형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2집이 6곡으로 시작했는데, 갈수록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 점점 요구사항이 많아졌어요. 기타리스트인 민영씨도 느슨하게 시작했는데 마지막엔 시동이 걸려 기타 독주도 넣고 싶다고 했어요. 우린 그만하자고 했죠(웃음). 여기까지만 합시다라구요. 부족한 것은 라이브 공연 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멤버들을 다독였죠.  

▲ 연습 중인 원더부라 ⓒ 김용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원호 : 솔직히 우리 밴드는 술 먹다가 시작된 모임이에요.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죠. '노래하고 싶다. 음악 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로 곡 작업은 계속할 것 같아요.


김희영 : 최원호 형님이 계속 가사를 쓰시고 계속 흥얼거리세요. 그러다 보면 곡이 또 나오죠. 형님이 가사를 잘 쓰시거든요. 그러면 제가 마무리 작업을 하지요. 물론 민영씨의 기타에 대한 애정과 실력도 대단합니다. 유튜브 원더부라 링크(https://youtube.com/@wonderbura)에 가시면 1집과 2집 거의 대부분 곡을 무료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저희의 모든 곡을 무료 공개한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이제와서 음악으로 먹고 살겠다거나 무슨 락스타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이 애당초 없었어요. 그럴 만한 실력도 안 되고요. 다만 우리 음악이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발매 전에 전체 공개했어요. 멜론, 바이브, 벅스, 지니,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모든 음원 사이트에는 올라가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들으실 수 있지만 음원 사이트를 통해 들어주시면 원더부라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2집 목표요? 음악을 통한 수입으로 소고기 사 먹는 거예요.(웃음)   

▲ 원더부라 2집 수록곡 ⓒ 김용만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했습니다. 선약이 있으신 관계로 조민영씨는 뵙지 못했지만, 최원호, 김희영씨께서 조민영씨의 마음도 충분히 전했다고 자신하셨습니다. 1집 발매 후 수익금을 미얀마 내전에 아이들 분윳값으로 기부했던 아저씨 밴드입니다. 유명세나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애쓰는 밴드가 아닙니다.

어느 날 집에서 아이와 놀다가 문득 '다시 음악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그런 곡들을 모아 1집을 앨범을 내고 자신감과 의미를 담아 2집을 발매했습니다. 이번 4월 저작권료 6857원이 입금되었다고 신나했던 밴드입니다. 원더부라 유튜브(https://youtube.com/@wonderbura), 인스타(wonderbura21)에 조회수와 '좋아요'를 보며 즐거워하는 아저씨 밴드입니다. 대한민국 평범한 배 나온 중장년층의 고백이라고 앨범을 자신 있게 소개하는 친근한 밴드입니다. 인터뷰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 공연중인 원더부라 ⓒ 김용만

저는 이미 원더부라의 몇 안 되는 팬 중 한 명입니다. 이전에는 원더부라 특유의 잔잔한 감성 있는 노래가 좋았지만 이젠 원더부라 멤버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마음속에 하고픈 일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엉뚱하면서도 즐겁게 자신만의 노래를, 허나 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하는 밴드, 원더부라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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