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김해금곡고등학교 이야기

김해금곡고등학교 1기들의 논문 프로포절(예비발표)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22. 9. 19. 19:25

오늘 (2022년 9월 19일) 5교시부터 6교시까지 금곡 1기, 현 금곡고 3학년 학생들의 논문 프로포절 행사가 있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올해 첫 졸업식을 합니다. 졸업할 때 논문을 쓰는 것은 많은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대안학교에서도 논문을 썼었습니다. 하지만 이전학교는 중학교였고 말이 논문이지, 실제 논문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굳이 글의 형식을 따지자면 에세이 정도? 학생들은 중학교 3년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논문이라고 썼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논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의미있었습니다. 중학교 3년을 글로 마무리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해 김해금곡고등학교에 왔습니다. 처음에 3학년들 논문 프로포절이 있다기에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가벼이 봤던 것이 사실입니다.

5교시가 되었고 전교생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논문쓰기 수업을 진행 중이신 철학 선생님의 간단한 OT가 있었습니다.

1, 2학년들도 모두 참석했습니다. 1학기부터 논문을 준비하고 쓰고 있는 3학년들의 이야기도 같이 듣고, 내년, 내내년이 되면 직접 논문을 써야 했기에 전교생이 참석한 것입니다.

모든 선생님들도 학생 뒤에 앉아 논문 프로포절을 들었습니다. 선생님마다 담당학생이 있었고 해당 학생이 발표 후 담당선생님의 심사평(?)이 이어졌습니다. 칭찬과 격려의 말도 오갔지만 주 내용은 개선사항,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사실 3학년 학생들은 이 날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었습니다. 논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후배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는 의미였습니다. 3학년들의 요구사항을 이해했기에 발표 날짜가 미뤄져서 19일, 오늘 발표했습니다.

첫 발표학생의 논문 주제입니다.

"공립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인터뷰", 개인적으로 논문제목만 보고 놀랬습니다. '그래 이게 필요했어!'

학생의 발표는 계속되었습니다.

"제 연구 목적은 이것입니다. 3년간 김해금곡고를 다녀보니 대안교육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안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단순한 망상, 허상을 가지고 입학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대안학교의 장단점과 대안학교에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본 논문의 목적이 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교수나 교사의 논문이 아닌, 직접 3년을 다닌 학생의 시각에서 대안학교, 대안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간, 꼭 필요한 연구주제였습니다.

첫 발표학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학생들 인터뷰를 촬영했고 인터뷰 설문지도 만들었습니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문을 어서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학생 발표가 끝난 뒤 선생님들께서 피드백과 조언을 하셨습니다.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말씀에 모든 학생들이 고마움을 느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불편한 학생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과 연구를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씀들이었고 선생님들은 일부러, 논문이 완성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을 예리하게 지적하자고 말이 되었던 상태입니다.

"대안교육과 인문교육의 진로 성숙도와 진로정체감 비교연구"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실제 설문지를 제작했고 일반중, 대안고등학교 학생들 각각 100여명의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아직 설문지 분석은 완료하지 못했지만 정성과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내가 대안학교를 나와서 살아갈 수 있을까?"

실제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비단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저는 오늘 확인했습니다. 적어도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본인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합니다. 결론이 어찌 날지는 논문이 완성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답을 찾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참고로 다른 학생들의 논문주제를 소개드리자면

1. 의미 없던 시간을 의미있게 해 준 자기 주도적 학습
2. 인간관계의 호감도 조사와 해석 연구
3. 사랑에 빠짐에 대한 연구
4. 기쁨과 화냄과 사랑과 즐거움 그리고 시
5.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창조
6. 김해금곡고등학교와 미국 메트스쿨의 진로교육 비교
7. 소설 '마인'으로 알아보는 자아에 대한 논문

제목만 봐도 학생들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2시간으로 예정되었던 논문 프로포절은 2시간을 넘겨 끝났습니다.

3학년들은 발표한다고 수고했습니다. 1, 2학년들도 3학년 선배들의 발표를 경청했습니다. 

저는 이 두시간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대견했고 논문수업을 지도하신 선생님이 대단해보였습니다.

논문 프로포절 발표 후 논문을 계속 쓰는 학생

아직 김해금곡고등학교 3학년들의 논문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논문들이 완성되면 세상에 자랑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금곡고학생들은 표절시비에는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다들 직접 쓰기 때문입니다.

비록 문체나 표현이 서투를 순 있지만 노력만큼은 최고라 자신합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안 쓰는데 왜 우리만 써요!"라는 불만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시간이 부족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김해금곡고 3학년들은 본인 인생의 첫 논문을 적고 있습니다. 본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주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은 학교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2022년 논문집이 기대됩니다. 

여기는 김해금곡고등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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