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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대안 김해금곡고등학교 이야기

김해금곡고등학교 제주로드스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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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4박 5일간 김해금곡고등학교 학생들은 제주도로 로드스쿨을 떠났습니다. 로드스쿨은 '길 위의 학교'라는 뜻입니다. 수학여행과는 다르게 4박 5일간 친구들과 활동 하며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교육과정입니다.

1학년은 주제가 '고난과 역경'이었습니다. 이 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 일대를 걷고 마지막 날엔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습니다. 저도 걷는 것이 뭐 힘들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루 8시간, 30km를 걷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첫날, 출발하기 전 사진입니다. 모두들 표정이 밝습니다. 출발의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첫날 목표는 숙소에서 서쪽으로 15km에 위치한 '곽지해수욕장'이었습니다. 왕복 30km 코스였고 아침 8시에 출발했습니다.

화요일이 걷기 시작한 첫날입니다. 하필 화요일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학생들은 비옷을 준비해왔고 비 맞으며 오전 4시간을 걸었습니다.

중간 중간 비가 그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빗속을 걷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힘들었습니다. 계획대로 12시쯤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했고 우린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곤 잠시 쉬고 숙소로 다시 걸어 돌아왔습니다. 갈 때보다 올 때 길이 더 힘들었습니다. 다리가 아픈 친구들도 여럿 나왔고 어쩔 수 없이 준비된 차량으로 먼저 귀가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습니다. 다들 녹초가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우린 저녁을 먹고 씻은 뒤, 8시에 모여 하루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마음 나누기란 그날 경험에 대해 자신이 느낀 것을 말하는 활동입니다. 친구들과 있었던 특별한 일부터 고마웠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끝까지 완주한 자신에 대한 칭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저도 첫날은 마음 나누기 후 바로 쓰러져 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코스는 숙소에서 동쪽으로 걸어 삼양해수욕장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너무 무리했고 삼양해수욕장까진 거리가 너무 멀어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다음 날인, 한라산 백록담 등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서 걷기 둘째날은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비 맞으며 걸은 첫째 날은 최단 거리로 걸었기에 차도 옆을 주로 걸어 제주의 바다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해서 이 날은 제주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제주바다는 참 이뻤습니다. 

아이들 사진입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모두 기분이 좋았습니다. 헌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12시가 되니 수정된 우리 목표보다 훨씬 못 걸은 것입니다. 우리는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안했습니다. "현재 우리 걷는 속도로는 목표지점까지 가기 힘듭니다. 그러니 30분만 더 걷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도록 합시다." 아이들은 동의했고 지금처럼 걷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몇 학생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갈 수 있어요!"

선두로 치고나간 아이들 덕분에(?) 우리는 서둘러 걸었습니다. 결론은??? 헉헉 거리며, 우리가 처음 목표한 지점까지 12시 40분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숙소로 출발했습니다. 이 날도 숙소에 도착하니 6시쯤 되었더군요. 본래 목표보다 짧은 거리를 잡았지만 막상 도착해서 거리를 확인해보니 이럴 수가, 이 날도 30km를 걸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지도를 보니 첫날은 직선거리로 30km를 걸었고 다음 날은 직선거리는 20km인데 바다 쪽으로 걸었기에 총합이 30km였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허탈해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답했습니다. "여...여러분! 오해하면 안됩니다! 선생님도 분명 쉬엄쉬엄 가자고 했고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 것 같아 식당도 변경했었습니다. 그런데 막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우리가 서둘러 걸어서 목표지점까지 갔던 겁니다. 선생님의 큰 그림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랬더니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차라리 30km 걸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전 날만큼 걸은 거잖아요. 근데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지 어제보다 더 힘들었어요."

 

비 온 날은 비가 와서 힘들었고 해가 뜨니 덥고 지쳐서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둘째 날, 힘겨운 걷기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셋째 날, 평소보다 서둘러 한라산 등반을 위해 성판악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8시 30분쯤에 성판악 매표소에 도착했고 우리는 파이팅을 외친 후, 한라산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고행은 제주도 등반을 위한 사전 연습이었다고 말하고 천천히 걸어 올랐습니다. 단순 거리만 보면 한라산 등반 거리가 훨씬 짧았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평지만 걷다가 오르는 경사진 길은 아이들이 지치기에 충분히 힘들었습니다. 마실 물도 떨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체가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어른들께 물을 얻기도 하며 힘겹게 산을 올랐습니다.

저는 뒤쳐진 학생들 챙기느라 제일 뒤에 올랐습니다. 저와 같이 걷던 학생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고 예뻐서 찍은 사진입니다. 몸은 분명 힘들지만 친구 손을 잡고 끝까지 오르는 모습이 예뻤습니다.

끝내 우리는 백록담에 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내린 비 덕분에 우린,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물 고인 백록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산 시간이 정해져 있어 사진을 찍고 잠시 둘러본 후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등산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초보자들에게 산행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후덜거리는 다리를 끌며 아이들과 샘들은 힘겹게, 힘겹게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 날 밤, 마음 나누기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말을 한 날로 기억합니다. 본인이 느낀 점, 기다려준 친구들, 동행한 친구들, 짐 들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와, 완주한 모두가 너무 대단하다는 이야기까지 우린,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나름 늦잠 자고 9시 30분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제 기억에 저 포함, 두 다리로 멀쩡히 걷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리는 쩔뚝거렸지만 표정은 밝았습니다. 고생했던 만큼 집 생각이 간절했던 것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2022학년도 금곡고등학교 1학년 제주도 로드스쿨의 주제는 '고난과 역경'이었습니다. 평소 해보지 못한 걷기와 산행에 도전하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으로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해 내었습니다. 한 친구의 소감이 잊히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곁에 같이 걷는 친구들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 앉아 있을 때, 끝까지 저를 기다려주고 같이 가자고 응원했던 친구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어요."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완주하는 친구들을 보며 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라산은 진짜 못 오를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전, 60km 걸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이 악물고 올랐어요. 제 다리가 제 다리가 아니었어요."

"첫날 완주한 저 좀 대단한 것 같아요. "

"혼자서는 절대 못할 일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라서 할 수 있었어요."

 

'고난과 역경'은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경험했습니다. 선생님이 제공한 것은 길 안내와 걷기, 오르기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했고 자랐습니다.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게 된 친구의 마음, 친구가 느낀 점, 친구들이 하는 칭찬, 힘들 때 잡아준 친구의 손을 아이들은 경험했습니다. 학교에선 데면데면했던 친구들이 제주도 로드스쿨을 함께 견디며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선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선생님과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이 아닌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더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전 다리가 아픕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등교하는 학생들을 한 명씩 맞으며 그 전과는 다른 이쁨을 보았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더없이 예뻐 보였습니다. 저를 보자 아이들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다리 안 아프세요? 괜찮으세요?"

"응, 선생님은 괜찮아. 넌 어때?"

괜찮다 답하며 친구들과 달려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일부러 고생하러 간 것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빌어, 4박 5일간 같이 생활하며, 걷고 걷고, 백록담까지 같이 오른 우리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그 힘든 것을 같이 해내었습니다. 샘이 감히 말하는 데 이틀간 60km를 걷고 다음 날 바로 백록담까지 오른 학생들은 대한민국에 여러분들 뿐일 겁니다. 어른들도 해내기 힘든 일정을 여러분들은 같이 해내었습니다. 고통보단 보람을, 나에 친구를 더한 경험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샘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제주도 올 때마다 2022년 5월 로드스쿨을 떠 올릴 겁니다. 이 것을 해낸 경험을 밑천 삼아 살아가며 힘을 얻길 기대해봅니다.

 

2022년 봄은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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