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뭐랄까...입학 후 3달이 되어 갑니다. 아이들은 적응을 하기도, 고민을 하기도, 힘겨워 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3달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칭찬할 일이 있을 때,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아이가 걱정될 때, 아직 전화를 받지 못한 분도 계시고 전화를 많이 받은 분도 계십니다. 전화가 오지 않은 것은 제가 그 친구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학교가 대안학교지만 아이들이 해 내는 과제, 발표, 활동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번씩 입장 바꿔 생각하면, 저는 학창시절, 지금 우리 아이들만큼 열심히(?) 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수업시간 앉아있고, 시험치고, 우울한 성적표 받고, 부모님 반응 걱정하고..그냥 그렇게 살았습니다. 저의 학창시절을 특별히 후회하지도, 따뜻하게 기억하지도 않습니다. 별 생각없이 살았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힘겨워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근데 아직 아이들은 본인의 힘듬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짚어내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 세 명의 학생이 저와 대화 중 눈물을 보였습니다. 펑펑 서럽게, 힘들게 운 것이 아닙니다. 무난한 표정에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었습니다. 참고 참다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울어도 괜찮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돼. 외로울 수도 있어. 그냥...이 순간을 느끼자.'
우리학교는 지식위주의 교과공부에 집중하지 않을 뿐이지 전인교육 측면에서 일반학교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주 바쁩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포기한 상태로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들도 아시죠? 전교 1등이든, 꼴등이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슷하다는것을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런 과정에 대해 읽고 있고 나름의 방법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물론 선생님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고 방법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해서 각자의 역할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가정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일주일을 친구들과 생활하고 돌아가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충전을 하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 충전한 힘으로 학교에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학교가 재밌고 편하다고 해도 집만큼, 집에 있는 나의 방만큼 편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5~6교시는 과학수업이지만 과학샘도 공감하시고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업을 하고자 합니다. 1학년 길잡이샘, 과학샘, 체육샘께서 1학년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로 봉하마을에 마실가고자 합니다.아이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릅니다. 말그대로 깜짝 이벤트거든요.^^
부모님들도 아실 겁니다. 수업을 각오(?)하고 있는 데 갑자기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오늘 수업 안한다! 나가자!;' 했을 때의 충격과 환호를.^^
아이들의 고민은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옆에서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여유라고 생각하여 샘들이 시간내어 마실가려 합니다.
'니가 뭐가 힘들어!'가 아니라 '그래 우리 딸, 아들, 요즘 힘들구나.'로 충분합니다.
봉하마을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밝게 웃는 아이들 사진 많이 담아 오겠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보다 즐겁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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