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교육부에 묻습니다. 대체 선생님들은 어찌 해야 하나요..ㅠㅠ

마산 청보리 2020. 4. 5. 19:53

사진 비단

TV에서 개학을 연기한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추가 연기한다고 또 TV에서 했다. 학교현장에는 학부모님들의 문의 전화가 불 났지만 샘들도 부모님들과 똑같이 TV로 본 게 모두라서 확답을 줄 수 없었다.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했다. 모든 교사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해야 하기에, 몇 배 오른 기자재를 사비로 구입하고 샘들이 모여 컨텐츠를 짰다. 비록 학교에 아이들은 없었고 샘들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신나게 서로 가르치고 배웠다. 화상회의도 제법 익숙해졌다.

 

오늘 또 TV에 나왔다. 초1~2는 EBS를 보고 출석체크 등 하라고 한다. 이게 학급별 선택인지 의무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학교에는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던 교사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체적으로 준비한 것이 도루묵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초등 저학년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더빙 수업을 녹화하고 왔다. 녹화 마치고 보니 뉴스에 이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같이 작업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슴을 누른다.

"교육부에서 저번에는 교사들을 믿는다고 하더니...오늘 작업한 것이 허사가 되었네요. 열정적으로 하려고 하면 막고, 같이 하려고 하면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해 버리고, 학교자치는 대체 언제쯤 이뤄질까요? 전국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쳐야만 안심이 되는 걸까요?"...

 

정말 교육부에, 한국교육에 협조하고 잘 하고 싶다. 교육부에서 교사들을 존중하고, 교육전문가로 인정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동의하지 않은 연금을 원천징수 하구선 선거때만 되면 나오는 공무원연금때문에 욕 듣는 것도 한두번이다. 연금 안 받아도 된다. 그 연금을 선택하게 해주라. 교육부에 치이고 국민들에게도 손가락질 받으며 선생질 하는 것이 억울하다.

 

교사들이 힘든 것은 학생, 학부모 때문만이 아니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교육부의 이런 행태들도 한 몫한다. 교육부에서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분들이 학교 현장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정말 궁금하다. 현장 교사 출신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더 심한 욕이 나오지만 한번 더 참는다. 그래도 아이들을 웃으며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제발 교사들을 믿어달라. 기자들 앞에서만 믿는다 하지 말고, 진짜로 믿어달라. 열정적인 사람을 지치게 하는 정책은 건강하지 않다. 승진에 열정적인 교사를 만들지 말고 가르침에 전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 내일은 또 TV에 어떤 신기한(?) 교육부 발표가 있을 지 기대된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덧붙여) 눈 좀 붙이고 일어나서 글을 읽어보니 제가 좀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덧붙입니다. 교육부의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교사들을 믿는 다는 말도 존중합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온라인 개학을 하라고 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부랴부랴 하지만 열심히 온라인 학습에 대한 준비를 하고 가정통신문도 보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뜬금없이 일요일에 또 다른 안을 발표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교육부에서 준비중이었다면 온라인 개학 관련 공문을 내려보낼 때 추후 EBS컨텐츠도 연계할 계획이니 참고하시라는 안내가 있었어야 했습니다.

현장의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지침에 협조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책이 금새 바꿔버리는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그 혼란수습은 현장의 선생님들 몫입니다. 교사들이 불편한 점은 이 부분입니다. 이 시국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제발, 같은 실수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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