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입원을 하셨습니다. 해서 설 음식을 저희가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내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어머님이 편찮으시니깐, 우리가 준비하자.
언제 장 보고, 어떻게 준비할까?"
아이들 자는 밤에, 둘이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음식이 예전보단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사 음식은 신경쓰이기 마련입니다.
설 전날이 되었고 아내님께서 튀김을 한다고
했습니다.
아내님은 튀김반죽 준비, 새우 해동을 하셨고
저는 쥐포를 잘랐습니다.
"다 잘랐다. 잘했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아내님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길게 잘라야지!"
한 소리 들었지만 화가 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말해주지!!!!'
감히 입 밖으론 내지 못한 말입니다.
준비를 끝낸 후, 아내님께서 가스렌지 앞에 서셨습니다.
실수(?)를 만회해야 했습니다.
"내가 튀길께."
"응, 고마워.^^"
아내님은 튀김옷을 입혔고, 저는 기름에 새우와
쥐포를 튀겼습니다. 물론 두번 튀겼습니다.
"오! 맛있는데?"
"당신과 함께 하니 금방 끝나네. 고마워~"
"뭘, 같이 하면 좋지."
사실 제가 쥐포 튀김을 좋아해서 직접 해 보고
싶었습니다.
매년 제사때마다 함께 해야지 라고 생각만 했지
음식을 같이 한 것은 처음 같습니다. 보통
아내님께서는 음식하시고 저는 아이들을
봤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그런지 이젠 저희들끼리 곧잘 놉니다.
해서 간만에 부부가 같이 음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아내도 내심 좋았던 모양입니다.
할머니집 갈때까지 표정이 편안했습니다.
제사 지내고, 가족들 만나고, 처가댁가서 놀고
올 때까지, 올해 명절에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피곤했습니다. 제가 피곤한
만큼 아내님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아내님이 많이 피곤해 했었습니다. 제가 피곤하더라도
아내님이 편안해 하니 좋았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편안한 것이 더 좋습니다.^^
자랑하려 쓴 글이 아닙니다. 이번 명절부터는 제사상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산 사람이 먹는 음식을 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해서 부담이 덜했고 앞으로도
명절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의
공통된 생각은, 명절은 1년에 몇 번, 가족들이 만나는
날인데, 불편하게 보지 말고 재밌게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명절은 격식을 차리는 날보다는 언니,
오빠, 동생, 어른들 만나 인사하고 같이 노는 날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지만 산 사람의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순 없습니다.
이런 명절이면 좋습니다. 다음 명절 때에는 가족여행을
다시 준비해 보려 합니다.^^
명절, 즐거운 가족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