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숙제 내주고, 인증샷 찍은 결혼식 주례를 소개합니다.

지난 11월 4일,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제가 최초로!!!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ㅠㅠ.


이 젊은 나이에...게다가 저에게 주례를 요청했던 이는 제가 교사로 처음 발령받고 첫 담임을 했던 제자였습니다. 사실 학교생활 시절에는 그리 막연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후에 사회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오던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전화가 왔었습니다.

"샘! 저 결혼합니다!"

"오! 그래, 정말 축하한다."

"그런데 부탁이 있습니다."

"그래그래 뭔데."


"주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헉!!! 뭐? 주례를?? 내가??? 당치도 않다. 혹시 니 아내님께 먼저 물어봤냐? 니 아내님께서 부탁드리고 싶은 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


"아, 네, 물어보지 못했네요. 그럼 물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야. 그래라."


시간이 흘렀고 저는 이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샘, 아내님도 샘께 부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부모님들도 동의하셨구요."

"그래?(속으로 많이 당황했습니다.) 음...좋아, 그럼 내가 숙제를 내 줄께. 이 숙제를 다 해와야 한다."


"네 샘, 숙제 내 주십시오."


카톡으로 숙제를 보냈습니다. 이 숙제는 결혼하는 당사자들이 개인적으로 하고 서로에게 절대로 보여주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숙제를 공개합니다.

1. 좋은 남편(아내)가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2.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3. 좋은 자식이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4. 좋은 벗이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5. 사랑하는 이와 어떤 삶을 같이 살 것인가?

총 5가지 질문이었습니다. 저의 첫 의도는, 신랑, 신부가 적어온 숙제를 주례를 볼 때 읽어주려고 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 덧 결혼식 날이 되었습니다.

최소 3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저는 10시쯤 갔습니다. 주례를 보기 위해서는 신부랑도 이야기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참 분주하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신랑, 신부는 결혼식 준비를 계속했고 저는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근처의 서점에 갔습니다. 신랑, 신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유시민씨가 쓴 '어떻게 살 것인가', 와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표지에 기념 사인까지.^^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습니다.

식이 시작되었고 주례라고 소개받아 인사 드렸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화끈거리더군요.^^

짠짜잔!!! 신랑입장!!!

장인어른과 함께 신부 입장!!!

신랑 신부 같이 입장!!!


주례사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첫마디를 어렵게 꺼냈습니다.


"신랑, 신부, 결혼이 처음이지요?"

"(약간 당황하며..) 네."


"하객 여러분, 저도 주례가 처음입니다. 해서 제가 꿈꾸던 주례상황이 있어서 여러분들께 도움 청합니다. 제가 하나, 둘, 셋을 하면 신랑, 신부 이름을 힘차게 부르시며 '누구누구야 축하해!!!'라고 힘껏 외쳐주세요. 손도 흔들어 주시면 더 좋습니다. 사진 보면 누가 손 안 흔드는 지 다 나옵니다. 자 시작해볼까요? 하나, 둘, 셋!!! 누구 누구야 축하해!!!!!"


찰칵! 주례 인증샷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곧이어 주례사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신랑, 신부가 작성해 온 숙제를 읽으려고 했으나 신부님께서 부끄러움이 많다고 하셔서 따로 준비한 말을 했습니다. 주례사를 공개합니다.


세상에 뜻대로 안되는 것이 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식입니다. 두번째는 걱정입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자기자신입니다. 이 중에 분노하고 다그쳐야 하는 것은 자기자신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신랑신부에게 당부드립니다. 

비교하는 삶보다는 당당한 삶을

더 가지려는 삶보다 나누려는 삶을

자랑하는 삶보다 만족하는 삶을

삶의 중심이 가족이 되기를,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말하는 데 왜 제가 눈물이 나던지...^^


주례사하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짧고! 굵게! 가 저의 준비였기 때문입니다.

간만에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벌써 30대가 넘은 멋진  청년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놈도 몇 주 후 결혼을 한다고 하더군요.

"내 이제 주례 공짜로 안 봐준다. 함부로 내한테 부탁하지마라!"

"네 선생님" 하며 크게 같이 웃었습니다.


음...이제 저는 결혼식에 관한 대부분의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신랑도 해봤고, 사회도 봤고 축하공연도 해봤고, 들러리도 해봤으며 이제는 주례까지 했습니다. 아! 신부는 아직 안 해봤네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새신랑, 신부에게 다시한번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자연스럽게 축하하는 자리보다는 시간과 형식이 정해져 있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혹시 결혼을 준비중이신 분이 계신다면 굳이 예식장에서 하지 말고 두분의 마음이 맞는 곳에서 정말 축하받으며 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결혼한다고 씌인 돈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사진찍고 식장 잡고, 옷 대여받고, 등등등,


결혼사진? 잘 안봅니다. 앨범? 동영상? 거의 안 보게 되더라구요.
(저만 그런가요?^^;)


우연의 일치인지 12월달에도 주례를 한번 더 봐야 합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그러셨습니다.

"용샘, 앞으로 주례 계속 들어오겠네요. 제자에게 주례를 부탁받는 것이 교사의 큰 보람 중 하나지요. 축하합니다."


가슴 벅찬 보람은 분명 느꼈지만 주례를 계속 보는 것은 힘듭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혹시 저에게 주례를 부탁할 분들이 계시다면, 굳이 제가 봐주기를 원하신다면!!!


결혼식을 평일 저녁에 해주세요. 그럼 가능합니다.^^


숙제내주고 선물도 사 주고 주례 인증샷까지 찍은 세계최초의 주례 진풍경을 소개드렸습니다.


결혼은 축복받아야 할 귀한 만남이고, 저 또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자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두 손모아 기원합니다.


주례서보기, 재미있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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