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부학생회장 보궐선거와 학생인권조례

마산 청보리 2018. 9. 25. 07:00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 지난 9월 13일, 목요일 공동체 회의 시간에 부학생회장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이전의 부학생회장 학생이 전학을 갔기 때문에 치뤄진 선거였습니다.

어찌보면 중학교의 부학생회장 보궐선거는 별 것 아닌 행사치레일수도 있습니다. 허나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는 학생회의 역할과 의미가 중요하기에 아이들은 아주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올해부터 경남꿈키움중학교의 선거는 학생들로 꾸려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합니다. 후보자 접수부터 선거기간, 투표, 개표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100% 진행합니다. 선생님들은요? 선관위가 요구하는 물품, 행정적 절차를 대신해 줄 뿐입니다.

고맙게도 후보자가 두명이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학생들의 자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고 학생들은 '부회장이 되면 어떻게 할 건가? 평소 생활이 이런데, 부회장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학생회 사안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예리하고 진지한 질문들을 했고 후보자들도 성심껏 답했습니다. 위 사진은 질의 응답이 끝난 뒤 후보자들의 유세 장면입니다.

유세가 끝났고 그 자리에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선관위의 철저한 준비로 별탈없이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개표또한 투표 후 바로 이뤄졌습니다. 저녁 먹을 때 쯤 결과가 나왔고 학생회장학생이 전교 방송을 통해 당선자를 축하했습니다. 동시에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당선되지 못한 후보 학생에게수고했다고 격려했습니다. 옆에서 방송하는 것을 듣는 제가 감동했습니다.ㅜㅠ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치권이 확대되면 샘들은 일이 줄어듭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학생회의 역할과 지위는 확실히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회 일꾼들이 하는 말은 개인의 말이 아니라 학생들을 대표하는 말이기에 교사 개개인이 확답을 하지 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회의에서 학생회의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도 합니다. 학교 일정이 바뀔 때에도 학생회의 동의를 받습니다. 샘들이 지시하는 학생회가 아니라 학교일을 함께 하는 학생회로 존중합니다.


민주주의는 교과서로만 배워서는 곤란합니다. 민주주의는 생활속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민주주의인지 모르면서 민주주의를 경험합니다. 당연한 것으로 익힙니다. 억압받고 자란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민주적인 어른이 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민주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는 학생회 뿐 아니라 기숙사 사생자치회의 자치권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샘들이 시키는 것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진행할 때, 참여도와 불만이 적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똑같은 모범학생으로 길러서는 안됩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문제는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솔직히 교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롭고 인내를 요하는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이만큼 자유롭고 건강한 경험도 드뭅니다.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특정 항목만 가지고 인권조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학생인권이 보장되고 인권감수성이 자랄 때 교권도 당연히 함께 자랍니다. 인권은 어른들이 후하게 인정해주는 항목이 아닙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학생과 선생이 다른 존재고, 아이와 어른이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학생과 아이는 어려서 미성숙하고 어른과 선생은 커서 성숙한 존재가 아닙니다. 미성숙한 대우를 받고 자란 아이가 미성숙한 어른이 되며 존중받고 자란 아이가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 


학교폭력, 악플회문제의 시작이 민주적인 경험을 적게 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억압받고, 억울하게 자란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인권 뿐 아니라 동물권, 자연권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나만 귀하고 상대의 귀함을 인정치 않고 무시하는 사회분위기는 결코 건강하지 않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시행을 지지합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동반성장도 지지합니다. 학생을 아이가 아니라 자라는 귀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학생자치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꼭 필요한 활동입니다.


학교는 사회에 나갈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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