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인 '에가미 오사무'씨가 쓴 책입니다. 100% 일본 사회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놀랍도록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에가미 오사무'씨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명 스포츠선수부터 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연봉 10억원이 넘는 최상급 클라이언트를 50명 이상 집중 관리하는 부유층 전문 자산 관리사입니다. 회사원 시절에는 보험업에 종사하며 신규 개척 분야에서 전국 1위를 두번 수상, 최단기간 최연소 매니저 승진 등 돈에 관해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서로는 <1년에 10억 버는 사람들의 사고>가 있더군요. 이런 이력을 볼 때, 돈 잘 버는 법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저자의 말입니다.
-100명의 사람이 사는 잔혹한 마을, 나와 함께 이 마을을 방문해보지 않겠습니까? 이 독특한 '마을 탐방'을 통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선 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더 많이 버시오!'라고 강요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닙니다. 일본 전체 인구를 100명이 산다고 압축해서 숫자로 일본사회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해가 쉽고 끔찍합니다.
-49명이 남성이고, 51명이 여성이다. 13명이 어린이이고, 61명이 생산 가능한 노동자이며, 26명이 노인이다. 초등학생 5명, 중학생 3명, 고등학생 3명, 대학생 2명이 이 마을에 산다.
100명이 사는 마을에서는 41명의 마을 사람이 고용되어 일한다. 41명 중 26명이 정규직이고 15명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시간 동안 일하고 받는 돈은 잔혹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정규직은 한 시간에 1만 9,370원, 비정규직은 1만 2,290원을 받는다. 연봉 2,000만원 이하의 '워킹 푸어'로 불리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는 9명이나 살고 있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셈이다.
일하는 사람을 남녀별로 보면, 더욱 잔혹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정규직의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남성은 5,000~6,990만원, 여성은 2,000~2,990만원이다. 비정규직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남성은 1,000~1,990만원, 여성은 1,000만원 미만이다. 일하는 여성에게 이 마을에서의 생활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여성의 저소득은 한 부모 가정의 가난으로 이어진다. 이 마을 아동, 청소년(18세 미만)의 약 16%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빈곤 아동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그 중 절반이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이 100명인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의 절반인 50명이 '생활이 팍팍하다'고 푸념한다.
이 마을에는 형편이 어려운 마을 사람들을 돕는 '생활보호제도'가 있는데 그 제도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마을에서는 생활보호 예산을 줄이고 신청 방법도 까다롭게 바꾸었다. 생활보호를 받는 마을주민이 늘어난 것은 마을 사람들 탓이라기보다 이 마을의 빈곤과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마을의 규칙은 한 번도 쪼들려본 적 없는 촌장과 그 주위의 몇 사람이 결정한다.(본문 중)
이런 식입니다. 너무 이해가 쉽고 끔찍합니다. 우리나라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잔혹한 100명이 사는 마을입니다. 이 외에도 굶주리는 사람, 빚 현황, 빚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의 수, 자살, 고령화, 등 심각한 일본 내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하게 다룹니다. 저자는 단지 겁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100명이 사는 마을의 여러 통계자료를 보여준 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단언컨대, 만만치 않는 문제에 온 마을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을 때, 마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인생도.
책은 100명의 주민에 대한 소개 후 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 마을이 어쩌다 이렇게 잔혹한 사회가 되었는지, 이 잔혹한 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이 잔혹한 세상의 실체와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일본은 '행복도 순위 46위의 가짜 선진국'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가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때가 많았습니다. '뭐야. 일본 이 정도 였어?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별 것 아니었네.'하면서 말이죠. 적어도 이 부분을 읽기 전에 말입니다.
-국제연합(UN)은 2015년 4월, 이번으로 세 번째인 세계 행복도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민 1인당 실질 GDP, 인생 선택 자유도, 부정부패 수준으로 산출한다. 대상이 되는 158개 국 중 1위는 스위스, 2위 아이슬란드, 3위 덴마크 순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38위, 일본 46위, 선진국 일본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47위였다.(본문 중)
헉...등에서 땀이 났습니다.
이렇게 잔혹하고 위험하고 미래가 암울한 일본보다 우리나라 행복도가 더 낮다고? 책의 내용을 보면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옮긴분과 출판사에서는 우리나라 독자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원문의 일본 자료 옆에,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결코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100명의 마을 주민도 너무나 힘들다는 뜻입니다.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요즘 삶이 힘들어.'가 아니라 왜! 우리 국민들의 삶이 팍팍한지, 대체 이유가 뭔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지, 대책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설명을 '결국 돈이다.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경제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사회 구조에 대해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싶고 대비하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시대를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과,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사실 모든 분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진실은 신문과 뉴스만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충격의 여운이 큰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세상을 더 깊게 볼 수 있습니다. 싫든 좋든 이미 우리는 한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마을, 100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어떤 상황일까요? 우리 마을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고 우리 마을을 정확히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는 귀마개를 하고 눈가면(경주마들의 눈을 가리는 도구)을 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주위를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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