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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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식을 낳고, 자식은 아버지를 낳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윤용인님이 쓴 책입니다. 성장하는 딸아이와 머리가 커지는 아들과의 관계를 서술하며 아버지가 가지는 속마음, 아버지의 아픔과 감동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풀어쓴 책입니다. 윤용인님은 현재 23살 된 따님과 19살이 된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삼십대에 육아서 <아빠 뭐해?>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을 만큼,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입니다. 평범한(?)아빠와는 다르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름 ‘좋은 아버지’라고 자신을 평가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아이들과의 갈등, 특히나 아들이 가출한 상황을 겪으며 좋은 아버지란 대체 어떤 아버지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중년 이후 아버지의 모습을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미리 볼 수 있었던 점입니다. 


-“사내놈들은 그렇게 크는 거야. 지금은 지갑에 돈이 없어지고, 좀 더 지나면 아빠의 담배가 한 개비씩 사라지고, 좀 더 지나면 군대 간다고 없어졌다가, 그 다음엔 제 여자 만나 부모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들이라는 짐승이지.”...내 뜻대로 안 되는 아이 때문에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것은 기대에서 벗어나는 아이의 미래를 마음대로 상상하고 확신하며 재단하는 부모의 ‘자발적 전지전능함’ 때문 아닐까? 그 예언이 절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이 땅이 온통 깡패와 도둑의 소굴이 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본문 중)


저자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한없이 인자하고 좋았던 아빠였습니다. 아들의 사고에 당황하고 속상해 하는 아이 엄마에게도 안심을 시킬 정도로 육아에 대한 생각이 명확했던 아빠였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중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하지 못했음이 마음에 걸려 가족 여행도 자주 다녔던 좋은 아빠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오자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응”, “몰라.”,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아들과의 대화가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가출로 인해 혼란이 오게 됩니다. 아들은 14살이 되던 해, 가출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14개월 동안이나...


아들의 가출


아들은 중학생이 되고 게임 중독이 심해지게 됩니다. 아이를 학교 앞문에 데려다 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 PC방으로 갔습니다. 게임을 말리는 엄마와 아들의 갈등은 거의 전쟁 수준이 되었고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밀치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그날 밤, 아내는 이제 말로는 안 된다며 아빠의 물리력 행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게 됩니다.


-다음 날, 아이는 학교를 가는 대신 아빠의 휴대전화와 지갑을 훔쳐서 PC방에 갔다. 나는 출근도 못 한 채 보이는 대로 동네 PC방을 여러 군데 돌았고, 그 중 한 곳에서 겨우 아이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 굳이 어젯밤 아내가 넣은 압력 때문일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매질을 무섭게 해서 망조가 단단히 든 아이의 게임병을 고쳐 버리겠노라 다짐하면서, 나에게는, 아비 물건에 손까지 댄 행위를 더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으로 관용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아들을 때렸다...아이를 씻긴 후 학교에서 정한 상담 기관에 데리고 가던 그 길가에서, 멍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르던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로부터 사흘 후 아이는 집을 나갔다. 14개월, 긴 가출의 시작이었다.(본문 중)


아들의 가출은 집안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당연하지요. 막내라고, 물고 빨고 키운 귀한 자식이었습니다. 저자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도대체 내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닌가? 너무 관대했던 것은 아닌가?’ 아빠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너무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까지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가 가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중요한 경우, 아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빠들이 이미 더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대우를 받으며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감정 표현을 자연스레 하고 아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아빠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보았던 아빠의 모습, 그 모습을 그대로 하던지, 아니면 그 반대로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경험한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당시의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지금의 세상도 당시의 세상과는 다릅니다. 안타깝게도 아빠들은 이 내용을 한 번씩 잊고 지냅니다.


이 책에는 아들과의 갈등상황 외에도, 자라서 아빠에게 대드는 딸아이와의 관계, 남편의 귄위를 세워주면 좋겠는데 한 번씩 그러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속상함, 딸아이 시집보낼 때 아빠의 마음, 아빠들의 슬픔 등 중년의 아빠가 되면 누구나 느낄 만한 고민들이 적혀 있습니다. 읽다보면 ‘아 이럴 수도 있구나. 그래, 당연해.’ 라며 절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책에 나오는 사춘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사춘기 시절 아빠와의 관계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은 아빠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아빠들을 보며 내심 ‘나 처럼만 해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을 통해 아빠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아들이 집에 돌아온 지 시간은 꽤 흘렀지만 아들은 이제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들과의 관계도 예전만큼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아빠가 집을 나와 생활합니다. 집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 번씩 아들에게 잘 사냐고 문자를 보내지만 아들은 아무런 답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들로부터 ‘그럭저럭 잘 지내요.’라는 문자가 오게 됩니다. 아버지는 그 문자를 보며 한참을 웁니다. 


-여전히 아이를 격려하고 지지하지만, 최소한 일희일비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아들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할 때면, 그와 동시에 생겨나는 내 마음의 기대감을 보게 된다. 이제는 그런 것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한다...그리고 여전히 아버지로서 고뇌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마치는 글에 마침표는 찍을 수 없다 (책 마지막 문단)


실제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엄마가 아닌 아빠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열 달을 품고 아이를 만나는 엄마와, 갑자기 아이를 만나는 아빠, 그는 사회적으로는 아빠가 되었지만 좋은 아빠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생명에 기여했다고 해서 아이가 자라는 데 좋은 아빠의 역할을 저절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좋은 아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빠들은 문제에 부딪히며 아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2016년 3월에 나온 책입니다. 저는 지금이라고 이 책을 읽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가 아닙니다. 아빠라고 특별한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들은 바쁩니다. 외롭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도 서툽니다. 


아빠로서 이왕 혼자서 고민해야 한다면 이 책을 조용히 권해드립니다. 아빠 혼자 고민하기에는 그 짐이 너무 큽니다. 이제 그만 짐을 내려두고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아빠는 더 이상 못하는 것이 없는 위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빠가 약해지는 모습도 아이들을 보고 자랍니다. 아빠가 꼭 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대한 아버지가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이 땅의 아빠들에게 이 책을 원합니다. 아이들도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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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5 20: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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