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기본반 수업.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58

2008.6.6

 

저번주 부터 학교에서 기본반 수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라 진학에 대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이미 심화반 수업이 진행중이었고

 

난 개인적으로 우수한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에서 더욱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학교에 이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본반이 구성되었고 난 수요일 첫 수업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수업을 하는지 모르고 온 모양이었다.

 

'어 용만샘께서 수업하세요?'

 

'오냐. 샘이 한단다.'

 

'오예!!!'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참으로 고마웠다.

 

15명의 조촐한 수업.

 

난 내가 꿈꿔왔던 수업을 하고 싶었다. 즉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수업을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1교시는 샘이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2교시가

 

되면 여러분 각 조에 한 사람씩 오늘 배운 세가지 내용을 하나씩

 

맡아서 공부를 하여 칠판 앞으로 나와 다른 친구들에게 수업을

 

하게 됩니다. 즉 선생님이 되어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앗!!!!'

 

아이들은 적짢은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1교시가 끝났고 난 오늘의 주요한 3가지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였다.

 

2교시가 시작되었고 첫 조부터 내가 주문한 내용을 공부한 아이가

 

나와서 설명을 했다.

 

경어를 쓰기를 제안했고 장난처럼이 아니라 수업답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물론 설명이 다 끝나고 나면 다른 조 아이들의 질문은 필수였다.

 

처음엔 많이 서툴렀고 어색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흡수가 빠르다.

 

곧 수업은 부드러워졌고 재미있어졌으며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설명은 내가 한 그대로 할려고 노력하는 아이도 있었고 자신만의

 

내용으로 재구성해 설명하는아이도 있었다.

 

질문의 내용은 훌륭했고 답변도 좋았다.

 

어느 새 1시간이 또 지나갔다.

 

'여러분 오늘 수업 어땠습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즐거웠습니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러워요.ㅠㅠ'

 

다양한 반응들..

 

오늘 수업을 가장 잘했고 질문과 답변이 훌륭했던 '미녀와 야수'

 

조에겐 칭찬 카드를 선물했다.

 

좋아하는 아이들...

 

'오늘 수업 수고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렇게 수업은 진행될

 

것이고 다음 시간에는 여러분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자료들을 만들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수업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와~~~~!!!!!'

 

어느 수업때보다 크고 활기찼던 박수소리..

 

난 오늘 박수소리를 들으면 첫 수업을 마무리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

 

아이들을 성적으로 평가를 한다.

 

숫자로 평가한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의 최고의 목표를 성취한 것이마냥

 

가르친다.

 

난 개인적으로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우수한 성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을 길러내어 서울대에 몇명 보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공부는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해 하는 것이며 공부를 해서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선 인성교육을 한다고들 말들 하나 난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진지하게 인성만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인문계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에는 인성교육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인다.

 

------------------------

 

오늘 수업한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성적이 열등한 아이들이었다.

 

정규 수업 시간에는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 이었다.

 

하지만 오늘 수업 시간에는 이 놈들이 주인공이었고

 

그 역할을 훌륭히 해 내었다.

 

난 아이들의 자질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성장을 가름할 수 없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 수업으로 다시 확신 할 수 있었다.

 

교사는 아이를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가는 길이

 

밤이 되어도 잘 볼 수 있게 비출 수 있는 등불같은 존재가 되어야

 

함을 말이다.

 

나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 이 아이들과 생활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등학교에서의 첫 방학.  (0) 2014.01.25
핸드폰 압수.  (0) 2014.01.25
스승의 날  (0) 2014.01.25
꿈.  (0) 2014.01.25
소풍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