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스승의 날

2008.5.16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찾아왔다.

 

난 솔직히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 왠지 촌지만을 바라는

 

교사로 전락되어지는 사회적 부담감이 그 이유에서이다.

 

난 스승의 날이 되면 적어도 우리반 아이들에게 꼭 얘기하는 것이

 

있다.

 

'내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말할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혹시 선생님께 뭘 갖다드려야 할지

 

고민하신다면 선생님은 부모님의 성의는 마음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굳이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친구들은 편지를 써주세요. 선생님은 여러분 부모님의

 

선물보다는 여러분의 편지가 더 좋습니다. 참! 그리고 가슴에 달

 

카네이션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걸로 준비하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와~~하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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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되었다.

 

역시나 내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 내가 뭘 바라고 아이들 가르키나. 내가 뭘 바란다면

 

그 순간 난 교사가 아닌게야.' 라며 교실로 올라갔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30분간 1학년 담임선생님 회의가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은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기 바랍니다. 단 아무 종이나

 

막 찢어서 대충쓰지말고 선생님이 여러분의 편지를 읽고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그런 내용이면 좋겠습니다. 딱 마!!

 

아부성으로 쓰라 마. 다 없애버리겠다!!!'

 

아이들은 또 와~~하고 웃는다.

 

회의를 할려 하는데 옆반에선 파티가 열렸다.

 

'선생님 누가 싸웁니다!!!' 헐레벌떡 뛰어온 옆반 학생..

 

선생님들은 '대체 언제쯤 그 레파토리 바꿀래. 다 안다'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고 연기를 했던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아 제가 알할려고 했는데예'라고 한다.

 

난 크게 말했다.

 

'윤선생님 어서 가보이소. 아이들 싸움 끝나기 전에 가보셔야지예!'

 

웃으며 자리를 떠시는 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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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실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이 놈들이 편지를 잘 쓰고 있을까...

 

사실 우리반 아이들에게 만큼은 담임교사로써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교실에 들어갔더니 교탁위에 뭔가가 있다.

 

'이기 뭐꼬'

 

카네이션에 둘둘말린 8절지에 알약통에 편지봉투 몇 통.

 

참 신기했다. 카네이션은 그렇다 치고 8절지와 알약통이 궁금했다.

 

8절지를 펴보니....이럴수가.

 

우리반에 미술을 하는 '동'이 라는 친구가 있다. 임마가 직접

 

8절지 가득 빨간 카네이션 한송이를 크게 그려준 것이다.

 

감동이었다.

 

다음으론 알약통을 보니 안에 수많은 알약이 있는데 그 안에

 

하나하나씩 아이들이 나에게 쓴 편지들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그 작은 알약 하나하나에 우리반 아이들이 작게 작게 편지를

 

써서 하나씩 넣어둔 것이다. 이 때 울리는 스승의 노래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읽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셔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이 너무도 큰 행복입니다. 요즘 선생님

 

얼굴이 밝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더욱 잘하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수업시간중에 말씀하셨던 여러 말씀들이

 

저에겐 너무나 큰 감동이었습니다. 학교의 낙오자가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라며...말씀을 하실땐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눈물을

 

친구들 앞에서 참느라 고생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 선생님이 좋아요.^-^*'

 

다양한 내용이었다. 하나같이 나를 더욱 일으켜 세우는 내용이었다.

 

더더욱 나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 놈들이 나를 가르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고 있는 동안 들리는 스승의 은혜는 나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한방울의 눈물이 맺혔다.

 

'고맙다 이놈들아 고맙다!!!'

 

"선생님~~~~ 싸랑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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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내가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성격과 분위기로 봐서 개그맨? 레크레이션 강사?

 

영업직??

 

풉... 혼자 웃는다.

 

그 어떤 직업도 교사만큼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지 않는다.

 

교사만큼 아이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직업이 없다.

 

난 나의 직업을 사랑한다.

 

아니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나의

 

직업을 사랑한다.

 

난 아이들을 사랑한다. 매일매일 싸워가면서도 돌아서면 보고싶은

 

아이들을 사랑한다.

 

스승의 날은 아이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내가 더욱 이 놈들에게

 

잘해야 겠다는 다짐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다짐의 날이다.

 

난 이제 스승의 날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의 눈에 감동의 눈물을 맺히게 하는 스승의 날을 사랑하기로했다.

 

이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놈들과 생활하는 난...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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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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