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보다 충분한 가치있는 책을 만들자.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이 내용은 '보리출판사'의 사훈(?)입니다. 보리출판사의 대표살림꾼은 윤구병 선생님이고 변산공동체와도 관련이 깊은 곳입니다. 보리출판사는 생명을 존중하고 세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며, 이웃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 속에서 행복하게 살려는 철학이 담긴 책을 출간하려 노력하는 곳입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출판사 소개를 먼저 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인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였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서의 큰 울림이 짧은 시간, 이 책을 다시 읽게한 깊이가 남달라서 입니다.
'어떤 출판사길래 이런 책이 나왔을까?' 이 책은 1997년 첫 출간된 책입니다. 9년쯤 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내용이 바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읽으며 책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책의 서두에 엮은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책이 아니라 '거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거울을 보려고 거울을 보는 것이 아니듯이 이 책으로 우리들 모습을 가만히 한 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자기 얼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혼란 속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본문중)
교육자들만 봐선 안될 책입니다. 이 땅의 부모님들, 성장이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이 땅의 어른들이 모두 보아야 할 책입니다. 나이를 좀 더 먹었다는 이유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 땅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살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시대의 거울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자유, 평등, 평화, 우애, 협동, 사랑...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것이 있는가? 없다면 왜 없는가? 처음부터 없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누가 없앴는가? 무엇 때문에 없앴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억압, 착취, 전쟁, 불화, 공포, 이기심, 탐욕, 증오...같은 것이 없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것이 없는가? 있다면 왜 있는가? 처음부터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것이 생겨났는가?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어 냈는가? 아이들은 이런 모든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렇게 해서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만들어 내고, 없어야 할 것이 있다면 없애 버리는 용기를 지닌 아이들로 자라야 한다."(본문중)
교육은 단지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지식은 교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선 말합니다. "그러니 학교에선 인성교육을 합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인성 또한 시험으로 평가되며, 지식으로의 인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요? 어른에 대한 예의, 교사에 대한 복종, 시험에 대한 순종, 이 모든 것이 결국 순종하는 사회인을 기르기 위한 사회 구조는 아닐까요?
불의를 보고도 가만히 있으며 남이 어찌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대학입식에 그리 목을 메지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20살이라는, 인생을 꽃피울 나이에 크나큰 좌절, 패배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사회, 이미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고 시작하는 사회, 이미 이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시대는 창의력을 요구하지만 학교만큼 창의적이지 않은 곳도 없을 것입니다. 학교만큼 개성을 표현하려 했을 때 강하게 억누르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억누르는 모든 말에는 그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없는 꼬리표가 달립니다. "학생이 학생다워야지!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어. 지금 이 시기는 공부를 해야해"
학생이 학생답다, 그러면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겠죠. 그래서 어른 다운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욱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더 나은 어른이 될지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누르는 어른들을 보며 자라기 때문입니다.
놀 곳을 뺏겨버린 아이들
"경제 성장이 가정과 일터에서 어른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쁜 영향을 끼쳤다. 아이들은 가정의 파탄에서 오는 영향말고도 아동기의 중요한 요소, 즉 놀 자유를 잃어버렸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늘어난 차량이 거리를 독점해 버린 것이다."(본문중)
아이들은 놀이터를 잃어버렸습니다. 언제든 동네 놀이터에 나오면 친구들이 있었던 때가 생각나십니까? 언제든 친구집에 가서 누구야 놀자~ 하며 친구들과 함께 성장했던 때가 있었습니까?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위험하기에 어딜 가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야 하며 학원을 갈 때도 차량과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누군가와 함께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일이 더 적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놀때도 돈을 주고 놀아야 하며, 감시를 받고 놀아야 합니다. 불쌍한 것은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지금의 아빠들은 아이들의 부모노릇과 친구노릇까지 해 야 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며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놀이에 대한 규칙, 친구와 사귀는 법, 친구와의 갈등 해결법, 등 사회생활의 기본마저 아빠, 엄마라고 하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가르침을 강요받게 됩니다.
또래와 잘 지내는 법을 또래로부터 배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자연과도 멀리 떨어진 도시라는 곳에서 자랍니다. 자연을 통해 절로 배우게 되는 감성적 부분을 이제는 3D영화관이라는 극장이나 게임을 통해 간접체험을 하게 됩니다. 감성은 강제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학교는 작은 학교여야 한다.
간디학교를 세운 양희규선생님은 새로운 학교에 대해 이렇게 구상합니다.
"새로운 학교는 작은 학교, 불복정의 정신이 살아있는 학교, 탁월성을 살리는 교육, 그리고 쓸모 있는 교육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학교 교육이 크게 잘모된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무엇보다도 그 긴 시간을 보내고서도 얻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24년(초등학교부터 박사학위 취득까지)을 바쳐 열심히 학교교육을 받았지만 아직도 제 힘으로 먹을 것을 지을 줄 모르며 살아갈 집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조차 배우지 못했다는 데 많은 후외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새로운 학교는 한 사람이 독립되고 자족하는 인간으로 떳떳이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본문중)
교육만큼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 현재의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일독을 권합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그 대안이 무엇인지도 여러 전문가들의 소견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고민이 시작되고 변화가 시작된다면 이 책은 세상에 빛을 주는 책일 것입니다. 여러 교육관련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만큼 강한 울림을 준 책은 없었습니다. 단지 현상에 대한 지적과 대안이 아니라 그 근원적인 부분을 다루는 책입니다. 보리출판사의 철학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서평에는 다 소개치 못한 훨씬 넓고 깊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은 저의 책꽂이 바로 앞에 둘 생각입니다.
참교육이란 아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가 본연의 마음으로 잘 자라는 것을 뒤에서 지켜봐주는 것이 참교육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앞에서서 아이를 이끄는 교육이 아닌, 아이의 뒤에 서서 넘어지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지켜보며 함께 하는 교육이 필요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칼린지브란의 예언자 중 '아이들에 대하여'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아이들에 대하여 - 칼린 지브란 -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생명 그 자체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으나
당신으로 부터 온 것은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줄 수 있으나
당신의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이하생략)
교육은 사람됨을 가르치는 것이지 직장인을 기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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