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며

마산 청보리 2015. 4. 14. 12:29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책표지>


시간은 흘러 세월호 1주년입니다. 1주년이라는 말이 이렇게 마음 아팟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형 참사 유족의 슬픔에 대한 기록,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슬픔의 치유학' 이라는 글이 와 닿았습니다.

힘들고, 어렵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저자인 노다 마사아키씨는 일본인입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격렬한 사회변동이나 전쟁, 재해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 조사에 기반하여 동시대와 역사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내가 한국어판 서문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세월호 침몰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거대해지고 빈번히 발생하는 현대의 대형 참사 대부분은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은 한국, 일본, 어디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로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광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 정도로 큰 제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시민사회에는 일본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건강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의 민주적 연대와 유족들의 슬픔을 충분히 발현시키는 사회만이 미래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본서에서 나는 '사고나 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쇼크, 분노, 긴슬픔과 우울 상태의 시기를 거쳐, 드디어 죽은 사람이 남기고 간 생각, 고인의 유지를 깊이 듣는 때가 온다. 그리고 고인의 유지를 사회화하기 위해 슬픔을 가슴에 안고 앞을 행해 걷기 시작한다.'고 서술했다. 


개개 유족의 슬픔은 개별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들은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여 그 개별적인 슬픔을 집합적인 슬픔으로 바꾸었고 그렇게 유족들과 함께 슬퍼하면서 고인 302명의 유지를 알아들으려 하고 있다. 이 움직임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바꾸고, 동아시아를 바꿔나갈 고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얀 국화 제단을 떠났다."


노다 마사아키씨의 서문입니다. 노마 마사이키씨는 이 책에서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JAL기 추락 사건(520명 사망, 4명 생존)을 집중 분석하며 유족들의 상태와 회사의 대응, 유족들의 심경 변화, 진실로 유족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유족들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너무나 가슴아픈 사연에 읽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던 적도 여럿 있었습니다. 세월호라고 다를 게 있겠습니까. 조심히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왜 대부분의 유족들이 시신에 집착했을까. 그것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던, 바로 조금 전까지 같이 있던 가족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점이 가족이 병원에서 병사한 경우나 혹은 전장에 나가 죽은 경우하고는 다르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죽음이기에 조각난 시신이라도 가능한 한 다 확인하지 않고는 그 사람을 죽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죽음의 부정, 나아가서는 현실감 상실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신의 대부분을 되돌려 받은 유족은 죽은 가족이 납골 항아리에 무덤에 혹은 불단에 잠들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해, 시신의 아주 적은 일부밖에 돌려받지 못한 유족은 죽은 가족이 여전히 오스타카(JAL기가 추락한)의 산 속에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에 의하면 유족들에게 시신은 시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단지 시신이 아닙니다. 단지 확인이 아닙니다.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현실의 인정입니다. 재해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족의 심리는 쇼크, 부정, 분노, 우울, 재사회화라는 법칙적인 발전 경로를 걷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건강하게 거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슬픔과 충분한 위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충분한 슬픔과 충분한 위로, 우리 사회에선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안타깝습니다.


"타인은 차마 볼 수 없는 신체의 파편이라 하더라도 가족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것이다. 유족이 가족의 시신을 직접 대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여 이후 서서히 현실감을 되찾아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충분히 간호를 한 가족이 죽었을 때에는 유족은 자책감에 크게 시달리는 일 없이 정신적으로 비교적 쉽게 안정된다. 하지만 가족과 돌연히 사별하게 된 경우에는 '나는 무엇을 해 줬나'하는 자책감에 빠지게 된다."


유가족은 단지 가족이 없어졌다는 슬픔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뭘 해줬나는 자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그 자책감과 분노, 상실감은 글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세월호 인양을 발표했습니다. 약속을 제대로, 빠른 시간내에 실천하여 더 이상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미 세월호의 아픔은 가족의 아픔이 아니라 사회의 아픔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공감과 충분한 위로가 있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죽은 사람과 유족의 시간은 일상의 시간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흔히 일을 갖고 있는 사람, 예를 들고 한창 일할 나이의 남성은 상실로부터 회복하는 것이 빠르고 중, 노년 주부의 경우는 늦다고들 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슬픔도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슬픔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슬픔을 충분히 그러나 병적이지 않게 체험하고, 이미 일어나 버린 비극 너머에서 다시 다음 인생을 찾아내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저자의 말입니다. 이 책은 사실 JAL기 추락사건, 상하이 열차 사고를 통해 회사와 정부, 사회에서 유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유가족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유가족을 사회에서 보살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자세히 제시합니다. 비극적인 일에 대해 언론이 하는 잔인한 면과 상(喪)의 비즈니스를 지적하며 사회의 부족한 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힘든 책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내용이 이해가 되니 더 마음 아팠습니다. 


며칠 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경찰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고 경찰이 세월호 1주년 집회 때 차벽을 세울 수 있다고도 공언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는지, 위로를 충분히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2015년은 4월 16일은 세월호 1주년이지만 앞으로도 세월호의 이야기는 쉽게 묻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상금액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과 위로인지도 모릅니다.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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