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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식을 낳고, 자식은 아버지를 낳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윤용인님이 쓴 책입니다. 성장하는 딸아이와 머리가 커지는 아들과의 관계를 서술하며 아버지가 가지는 속마음, 아버지의 아픔과 감동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풀어쓴 책입니다. 윤용인님은 현재 23살 된 따님과 19살이 된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삼십대에 육아서 <아빠 뭐해?>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을 만큼,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입니다. 평범한(?)아빠와는 다르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름 ‘좋은 아버지’라고 자신을 평가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아이들과의 갈등, 특히나 아들이 가출한 상황을 겪으며 좋은 아버지란 대체 어떤 아버지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중년 이후 아버지의 모습을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미리 볼 수 있었던 점입니다. 


-“사내놈들은 그렇게 크는 거야. 지금은 지갑에 돈이 없어지고, 좀 더 지나면 아빠의 담배가 한 개비씩 사라지고, 좀 더 지나면 군대 간다고 없어졌다가, 그 다음엔 제 여자 만나 부모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들이라는 짐승이지.”...내 뜻대로 안 되는 아이 때문에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것은 기대에서 벗어나는 아이의 미래를 마음대로 상상하고 확신하며 재단하는 부모의 ‘자발적 전지전능함’ 때문 아닐까? 그 예언이 절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이 땅이 온통 깡패와 도둑의 소굴이 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본문 중)


저자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한없이 인자하고 좋았던 아빠였습니다. 아들의 사고에 당황하고 속상해 하는 아이 엄마에게도 안심을 시킬 정도로 육아에 대한 생각이 명확했던 아빠였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중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하지 못했음이 마음에 걸려 가족 여행도 자주 다녔던 좋은 아빠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오자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응”, “몰라.”,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아들과의 대화가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가출로 인해 혼란이 오게 됩니다. 아들은 14살이 되던 해, 가출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14개월 동안이나...


아들의 가출


아들은 중학생이 되고 게임 중독이 심해지게 됩니다. 아이를 학교 앞문에 데려다 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 PC방으로 갔습니다. 게임을 말리는 엄마와 아들의 갈등은 거의 전쟁 수준이 되었고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밀치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그날 밤, 아내는 이제 말로는 안 된다며 아빠의 물리력 행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게 됩니다.


-다음 날, 아이는 학교를 가는 대신 아빠의 휴대전화와 지갑을 훔쳐서 PC방에 갔다. 나는 출근도 못 한 채 보이는 대로 동네 PC방을 여러 군데 돌았고, 그 중 한 곳에서 겨우 아이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 굳이 어젯밤 아내가 넣은 압력 때문일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매질을 무섭게 해서 망조가 단단히 든 아이의 게임병을 고쳐 버리겠노라 다짐하면서, 나에게는, 아비 물건에 손까지 댄 행위를 더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으로 관용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아들을 때렸다...아이를 씻긴 후 학교에서 정한 상담 기관에 데리고 가던 그 길가에서, 멍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르던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로부터 사흘 후 아이는 집을 나갔다. 14개월, 긴 가출의 시작이었다.(본문 중)


아들의 가출은 집안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당연하지요. 막내라고, 물고 빨고 키운 귀한 자식이었습니다. 저자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도대체 내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닌가? 너무 관대했던 것은 아닌가?’ 아빠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너무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까지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가 가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중요한 경우, 아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빠들이 이미 더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대우를 받으며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감정 표현을 자연스레 하고 아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아빠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보았던 아빠의 모습, 그 모습을 그대로 하던지, 아니면 그 반대로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경험한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당시의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지금의 세상도 당시의 세상과는 다릅니다. 안타깝게도 아빠들은 이 내용을 한 번씩 잊고 지냅니다.


이 책에는 아들과의 갈등상황 외에도, 자라서 아빠에게 대드는 딸아이와의 관계, 남편의 귄위를 세워주면 좋겠는데 한 번씩 그러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속상함, 딸아이 시집보낼 때 아빠의 마음, 아빠들의 슬픔 등 중년의 아빠가 되면 누구나 느낄 만한 고민들이 적혀 있습니다. 읽다보면 ‘아 이럴 수도 있구나. 그래, 당연해.’ 라며 절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책에 나오는 사춘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사춘기 시절 아빠와의 관계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은 아빠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아빠들을 보며 내심 ‘나 처럼만 해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을 통해 아빠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아들이 집에 돌아온 지 시간은 꽤 흘렀지만 아들은 이제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들과의 관계도 예전만큼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아빠가 집을 나와 생활합니다. 집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 번씩 아들에게 잘 사냐고 문자를 보내지만 아들은 아무런 답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들로부터 ‘그럭저럭 잘 지내요.’라는 문자가 오게 됩니다. 아버지는 그 문자를 보며 한참을 웁니다. 


-여전히 아이를 격려하고 지지하지만, 최소한 일희일비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아들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할 때면, 그와 동시에 생겨나는 내 마음의 기대감을 보게 된다. 이제는 그런 것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한다...그리고 여전히 아버지로서 고뇌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마치는 글에 마침표는 찍을 수 없다 (책 마지막 문단)


실제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엄마가 아닌 아빠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열 달을 품고 아이를 만나는 엄마와, 갑자기 아이를 만나는 아빠, 그는 사회적으로는 아빠가 되었지만 좋은 아빠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생명에 기여했다고 해서 아이가 자라는 데 좋은 아빠의 역할을 저절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좋은 아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빠들은 문제에 부딪히며 아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2016년 3월에 나온 책입니다. 저는 지금이라고 이 책을 읽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가 아닙니다. 아빠라고 특별한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들은 바쁩니다. 외롭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도 서툽니다. 


아빠로서 이왕 혼자서 고민해야 한다면 이 책을 조용히 권해드립니다. 아빠 혼자 고민하기에는 그 짐이 너무 큽니다. 이제 그만 짐을 내려두고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아빠는 더 이상 못하는 것이 없는 위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빠가 약해지는 모습도 아이들을 보고 자랍니다. 아빠가 꼭 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대한 아버지가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이 땅의 아빠들에게 이 책을 원합니다. 아이들도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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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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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5 20: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생활이 무료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화가 날 때, 슬플 때, 즉 유쾌한 상황이 아닐 때 저는 일부러 소설책을 꺼내 읽습니다. 소설은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읽다보면 눈물이 나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하며,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남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소설책은 한번 펴면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립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합니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지만 지어낸 것 같지 않습니다. 작가분들이 대단한 이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소설을 주로 읽는 편입니다. 물론 외국의 유명한 대작들도 많지만 왠지, 정서를 이해하기 쉽고, 번역의 어려움들을 생각하면 저는 아직까진 한국소설이 좋습니다. 


이 책은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인 DAUM에서는 2014년 11월 3일, 작가의 소개 및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1월 10일부터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가 1회였고 2017년 8월 6일, 8번째 작가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DAUM에서 작가들과 독자들을 위한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일 같았습니다. 실제로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 책으로 세상과 만난 사례가 꽤 되었습니다. ‘눈쇼’도 그런 형태로 나온 임요희님의 소설집입니다.


무료한 날이었습니다. 표지부터 눈에 띄는 책이 있었습니다. ‘눈쇼’ 눈쇼? 눈으로 쇼를 한다고? 표지 그림도 괴상했습니다. 책 뒤표지의 글이 와 닿았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요? 네 미안하지만 ‘돈’이 없으면 ‘가오’도 없습니다.

“평범해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 시대의 모든 ‘을’들에게 던지는 무거운 돌직구.(책 소개글 중)


개그감이 넘치는 재미있는 소설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궁금했습니다. ‘을’들에게 던지는 무거운 돌직구? 나도 ‘을’인데? 책장을 넘겼습니다.


책에는 10개의 단편소설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단편소설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 읽기에 부담이 없으며 극의 진행이 빠릅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이야기의 이해도 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부분을 읽고 나서 감탄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10개의 단편소설 속에는 행복한 삶을 사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한 여름, 에어컨을 절대로 틀어선 안되는 더운 사무실에서, 이해하기 힘든 동료들과 일하는 남자,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특징인 큰 눈을 이용해 ‘눈쇼’를 하며 직장상사들을 웃기며 버티는 C, 9층에 살다가 대책 없는 남편의 대출로 이혼하고 지하에 이사하여 온갖 서러움을 겪고 사는 여작가, 경제적으로 힘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동료와 술 마시며 놀다가 노래방에서 일하는 엄마를 만나는 나, 크리스마스 즈음 만원짜리 문화상품권 10장이 돌고 도는 이야기, 아내와 사별 후 바이오매트를 산 후 자신보다 젊은 여성과의 잠자리를 통해 자신의 다른 면을 보게 되는 할아버지,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부유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극빈층도 아닙니다. 제가 ‘눈쇼’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던 것은 우리 주위에서 이런 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이지만 현실이다.


임요희 작가는 자신을 게으른 작가라고 소개합니다.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일어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작가가 되었다. 사람 만나는 일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에 게을러 삶의 경험이 부족하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식은 상상을 통해 이룩한 것이다.(작가 소개글 중)


상상을 통해 이룩했다고 하나 이야기들이 예리합니다.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의 주인공들 중 직업이 작가가 많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다른 이야기지만 서로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10편의 작품들을 읽으며 10개의 인생을 접했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삶,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C는 자기 눈을 더듬었다. 한쪽 눈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붕대의 투박한 질감이 수용소의 벽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비로서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날 C는 자기 눈을 찌르고 구급차에 실려 정신병원에 이송된 것이다. 출입구에 배식구가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 중증환자들만 간다는 C병동에 감금된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재촉하듯 상구가 물었다. C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몰라, 모르겠어. 그냥 나는, 남들처럼 살고 싶었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C는 관리자들이 좋아하는 눈쇼를 연습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쇼를 위해 자신을 혹사하기도 합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몸도 상하고 애인과도 헤어집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정신병원에 이송됩니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친구에게 한 그의 말, “몰라, 모르겠어. 그냥 나는, 남들처럼 살고 싶었어.”


그가 말하는 ‘남’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느 새 ‘남들처럼’, ‘평범하게’, 라는 말이 입에 달고 있지만 ‘남’이 누구인지, ‘평범한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속의 ‘남’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사는 현대인들의 상실감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임요희 작가는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슬픈 현실을 꼬집어 보여줍니다. 나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 처해지는 현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현실, 회사에 살아남기 위해 그 어떤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반지하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나의 인격과 권리가 깡그리 무시당하는 현실, 그리고 ‘갑’이 아닌 ‘을’끼리 서로를 다시 무시하는 서러운 현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썼다면 미안하다.

 당신의 불안을 상기시켰다면 더욱 미안하다.

 고의였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알고 있지 않나.

 소설가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거.

 당신이 흔들리길 바란다.

 연질의 젤리처럼 앞으로 뒤로 휘길 바란다.

 마시멜로처럼  폭신폭신해지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는다. 당신을 괴롭힌 것을.

 당신을 위태로움 속에 버려둔 것을.


 2017년 여름, 임요희(본문 중)


책을 덮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을’로 사는 대부분의 독자를 위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과연 개인의 잘못 때문인가? 


책에서는 개인의 잘못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개인들은 착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대해 수긍하고 열심히 살아갑니다. 작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수긍하고 조용히, 착하게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갑’의 횡포에 대해, 더 이상 조용히 참고 착하게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우리의 모습을 그 어떤 자비 없이,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혹시 독자분 중 이 책을 읽고 ‘에이 이런 삶이 어디있어?’라고 생각된다면 당신은 ‘갑’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갑’이라면 알아주십시오.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 아니 그보다 더 비참하게 사는 이들이 대한민국에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을’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가난이 위험한 것은 그 고통의 결과가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야 마땅할 위엄과 품위의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난’은 불편할 뿐이지 ‘불행’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돈을 적게 벌어 온다고 불만인 아이들,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보며 속상한 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가족을 위한 삶 중 대충 사는 삶은 없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삶은 없습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함께 사는 삶이 왜 필요한지를 임요희 작가는 ‘눈쇼’를 읽으며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임요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라고 합니다. 임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그녀 특유의 시선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눈쇼’, 재미있는 책입니다. 

눈쇼 - 10점
임요희 지음/답(도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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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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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들이여 창업에 도전하라.”

“21세기에 외국어는 필수다. 요즘 대세는 중국어다.”

“감수성 시대다. 감수성이 없으면 도태된다.”

“촛불 혁명의 시대다. 민주주의가 꽃피운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는 ‘지식 두 배 증가 곡선’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하는 데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가기 단축되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은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나게 됩니다. 


즉 매일 매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쏟아집니다. 넘치는 정보, 더 빨라지는 속도로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입니다. 나만 낙오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데, 나의 생활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허무하고,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시중에는 온갖 자기 개발서들이 쏟아집니다. ‘이래야 한다. 이렇게 하니 되더라. 당신도 할 수 있다. 몇 살에 몇 억 벌기’ 등 뭐든 해야만 할 것 같이 세상은 바삐, 급하게 돌아갑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입니다. 지하철을 타도, TV를 켜도, 라디오를 들어도, 팟캐스트를 들어도, SNS를 봐도, 온갖 정보가 범람합니다. 설득하는 사람들, 반박하는 사람들, 한탄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사람들,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뭘 해야 할지, 대체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멈춰 서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 날 이 책이 저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라고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장을 펼쳤습니다.


저자 정희재씨는 빠름과는 거리가 먼 책들을 써 왔습니다. 티베트 인들의 삶과 지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구 ‘티베트의 아이들’>을 시작으로 <나는 그 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도 이미 2012년 여름에 출간되었던 책입니다. 이 책은 개정판입니다. 이미 5년 전에 출간된 책이었고 큰 맥은 같이 합니다. 하지만 2017년, 오늘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란 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삶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처받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권리장전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을 길러 준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차고 넘쳐서 고르기 어려울 정도이다.(본문 중)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단순히 세상에 반항하기 위해 투정 부리는 말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 낙오되는 것이 아니며 정신없이 뛰어 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허무하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바쁘지 않게 사는 것, 바쁘지 않게 사는 자신을 위로받게 됩니다. 듣기 좋은 말의 위로가 아닙니다. 휴식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멈추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 2장.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행복의 기술, 3장. 어제의 나와 결별하는 시간, 4장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그 행복한 발견. 각 장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설명합니다. ‘왜 우리는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걸까?’, ‘하루쯤 마음 가는 대로 해 보기’, ‘더 노력하라는 말에 담긴 함정’,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사든 끝내 외로웠다.’, ‘죽을 때까지 다 못 읽는 추천도서’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주제들에 대해 부드럽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몰랐을 뿐입니다.’ 신기한 책입니다. 읽다 보면 저자가 저를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도전입니다.


-숱한 통과의례의 질문들을 쏟아내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안다. 자신과 화해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나는 내 인생의 전반을 틀어쥐고 있는가?” 

“아주 중요한데도 남에게 맡겨 놓은 것은 없는가?” 

어느 멘토를 찾아가도 원하는 만큼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 그 의문을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려 애쓴다. 그리고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60점, 양만 맞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본문 중)


모두가 ‘수’를 받으려고 애쓸 때, ‘우’를 받으면 우울하고 ‘미’를 받으면 미안하고, ‘양’을 받으면 슬프고, ‘가’를 받으면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양’만 받아도 좋고 어질고 심지어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자 양(良)의 뜻은 놀랍게도 온갖 칭찬의 뜻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양(良) : 좋다, 어질다, 뛰어나다, 아름답다, 경사스럽다, 공교하다, 편안하다, 순진하다, 잘, 능히, 진실로, 정말

(본문 중)


‘양’은 슬픈 것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와의 비교가 아니라면, ‘양’은 충분히 어질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중간이라도 가는 것, 평범하고 평탄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면 인생의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미리 다 잘할 필요가 없습니다. 초등학생이 중학생 수학을 못 푼다고 우울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20대가 50대만큼 가진 것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 시기에, 그 만큼만 하는 것도, 참 잘하는 것입니다.


-멈춘다는 것은 주류를 이루는 가치에 ‘정말 그런가?’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며, 엄숙함을 가장한 가짜 권위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멈춤은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불쾌한 도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들은 세상이 그럭저럭 이 상태 그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세력에겐, 다른 사람들이 잠시 멈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본문 중)


모두가 서울대를 갈 수 없습니다. 한 해 서울대 입학정원은 3,000명 조금 넘습니다. 2017년 수능 응시 예상 인원은 6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60만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한번쯤은 서울대를 꿈꾸었을 것입니다. 서울대 진학을 위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우고, 꿈을 품을 나이에, 오직 교실에 앉아 많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더 빨리 배워야했습니다. 


고민 없이 모두가 오직 서울대만을 생각하고 행동할 때, 어떤 기득권에게는 이 현상 자체가 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멈춰 서서 ‘어? 내가 왜 서울대를 가야하지? 난 이것이 더 좋은데?’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는 변하게 됩니다. 특정 기업에 잘 보이고 싶어 ‘염치불구하고’로 시작하는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도전입니다.


행복의 순간은?


사전에는 ‘행복이란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 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 이 상태를 위해서 많은 이들은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상태를 맞이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 빨리 승진하는 동료나 더 넓은 집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돈을 더 벌어 안정을 이룬 뒤, 대출금을 다 갚고 차를 바꾼 뒤, 아이들이 모두 커서 웬만큼 자리를 잡은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행복은 노래방에서 예약 버튼 누르듯 미리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흘러나오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맛 볼 줄 아는 능력이다.(본문 중)


힘을 주는 책입니다.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책 한권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책 한권으로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모두가 바쁜 현대에, 나만 바쁘지 않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합니다.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달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멈춰 서서 바람을 느껴보는 것, 주위를 둘러보는 것,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빠른 차를 타고 가면 주위를 볼 수 없습니다. 걸어가며 보는 주위는 차를 타며 봤던 것과는 다릅니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입니다. 자신을 돌보는 것,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만나보기를 추천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누구나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경상남도의 진일보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클릭하시면 방송을 바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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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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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청년새끼>를 읽었습니다. 미운오리새끼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입니다. 소설 속 미운오리새끼는 그래도 후에 아름다운 백조가 되지만, 책의 <미운 청년 새끼>는 백조라는 아름다운 모양새도 가지지 못합니다.

2017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표지그림부터 눈에 뜁니다. 서울의 도심 고층 건물에서 젊은 여인이 다이빙 하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인지, 생을 마감하려 하는 것인지, 표정을 보면 후자의 경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최서윤, 이진송, 김송희 세분이 지은 책입니다. 저자 소개를 보면 최서윤님은 독립 잡지 <월간 잉여>를 펴냈고, 보드게임 기획, 단편 영화  연출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진송님은 독립 잡지 <계간 홀로>를 만들고 단행본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펴냈습니다. 김송희님은 <캠퍼스 씨네21>의 기자이고 요즘 관심사는 불안 해소, 불확실성, 살아남기, 부동산 등이라고 합니다. 세 분이 모여 먹고사니즘, 정치, 문화, 연애, 주거에 대해 철저하게 대한민국 현실 청년의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막연하게 ‘요즘 청년은 힘들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고 나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청년들이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N포 세대가 아니다.

흔히 N포 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즉 사회적인 관념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대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다니 우리 청년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건데, 저는 다르게 보거든요. 이제는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보입니다.(본문 중)

청년들의 삶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많은 간섭을 합니다. 사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청년들의 이기적인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연애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년을 존중받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직장에서 새로 일하는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집값을 마구 올려도 크게 저항하지 못하는 존재들, 집을 먼저 선점했다는 이유로 앉아서 편하게 세를 받으며 사는 노년들, 2년 뒤 임대료를 9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는 임대차 보호법 등, 청년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청년을 뽑아 먹기 위한 사회구조가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대학)4년 동안 MT는 한 번도 없었다...우리는 모두 개인주의자들이었고, 돌아가며 휴학을 했고, 타과 복수전공을 하느라 바빴다. 막막했다. 꿈이 없었다. 괜히 꿈을 가졌다가 실패하면 상처를 입을 테니 노력조차 해보지 않았다. 밤이면 갑자기 볼에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흐르기도 했다. 사춘기가 뒤늦게 온 것처럼 우울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마음 한 구석에 항상 불안이라는 먹구름이 있었다.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이었다.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 청년들의 부모세대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많았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계약직이고, 잠시 사용하고 버리는 부품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취업환경을 청년들의 게으름과 요즘 젊은이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만 탓 할 수는 없습니다.

네 꿈이 뭐니?

꿈을 가지고 매진하고 노력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라. 멘토들이 쉽게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학과를 그 방면으로 선택하고, 그에 맞는 경력 사항들을 채웠다가 그래도 안 됐을 때, 그 차선책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꿈에만 매진했다가 잘 안 될 경우, “꿈을 포기한 당신이 다른 일이라고 잘 하겠어요?”라는 비수 꽂힌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취업을 개인적인 부분으로만 보면 결국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노력 문제가 됩니다. 꿈이 없었다던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끝까지 참고 해내지 못했다던지, 일은 적게 하고 보수는 많은 비현실적인 직장만 꿈꾼다던지, 말입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이기적일 필요가 있을 때 대부분의 개인은 회사를 생각해서 자기가 이로운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도 과연 그렇게 ‘나’를 생각해줄까?

청년들의 경험은 회사는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거야.’라고 말해두고선 적은 월급으로 일을 시키고, 정규직 사원들과는 함께 밥도 먹지 못하는 차별을 경험합니다. 갖가지 간섭을 하며 인턴이라는 이름하에 사람이하로 사람을 대합니다. 

특별히 많은 임금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존중을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회사는 계약기간 청년을 대하고선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합니다. 회사를 걱정하고, 회사의 말을 열정적으로 믿고 최선을 다한 청년에게 돌아온 것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예의 따위라곤 없는 잔인한 말 뿐이었습니다. 

‘이제 너는 필요 없어. 너 말고도 일하려고 줄 선 애는 많아.’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성인들은 어떤 꿈을 줄 수 있습니까?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인생이 달려있다? 청년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자신의 노력, 열정, 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단지 먼저 선점한 자의 횡포만이 청년들 위를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더럽고 치사해도 투표는 할 거예요.

내가 표를 던진 의원과 정당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표를 던졌고, 실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선거에 참여할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득권들이 이대로 계속 ‘해먹을’ 확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대화를 나누는 청년들은 말했습니다. 

나의 20대가 이명박에서 시작하여 박근혜로 끝났다는 것이 너무 억울해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에는 선거권이 없었어요. 저는 제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험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의 성취감을 경험하는 기회가 드물었죠. 다가올 대선은 기대가 됩니다.

이미 청년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들, 절대로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청년을 집단화시켜 비난하는 사회에 대해 이골이 나있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쓴 3분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들은 ‘그 일을 왜해?’라고 묻더라도 자신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도 비슷한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저 스스로, 시대의 청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습니다. 단지 취업 걱정하지 않는 시대의 꼰대로서 청년들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열정페이, 꿈, 인턴, 사회적 경험 등 청년들을 포장하며 거리로 내모는 사회에 함께 서 있었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이전의 청년들보다 더 애잔하고, 처절하며, 상실감도 큽니다. 대선 후보들의 청년 정책은 주로 일자리 개수와 대학등록금 인하, 최저 임금인상 등입니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단지 돈으로만 환산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돈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란 이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새로운 청년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사랑을 듬뿍 받은 이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법입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내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 돈을 더 달라.’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사회는 소수의 역할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청년이 불행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이 어린 청년이 아니라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아파야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픈 청춘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을 비난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도 지금의 청년이라면 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망가진 이 나라의 청년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들에게 이 사회가 해 줄 수 있는 일, 청년을 이해함으로서 시작됩니다. 이 책은 기성세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미운 청년 새끼 - 10점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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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X세대? 90년대 중반에 많이 쓰였던 명칭, 65년~76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컬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형성했고 TV의 영향과 인터넷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 인터넷을 자유스럽게 사용하는 세대 중 가장 젊은 세대로 칭함.


어느 새 X세대는 옛날 세대가 되었습니다. 흔히 X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들 수 있지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한국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룹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한국 구조상 랩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랩이 들어간 '난 알아요.'라는 곡을 대 히트를 시키며, 당시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서태지가 나오기 전만 해도 한국 가요는 성인가요와 발라드 위주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곡 '난 알아요.'는 당시 한국의 청소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패션까지도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서태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에 대해 X세대라는 명칭을 붙이며 X세대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저항하며 개성이 강한지를 강조하고는 했지요. X세대가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대가 되면 우리나라가 아주 자유분방해 질 것이라고 걱정(?)을 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X세대는 대학진학방법도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는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IMF를 맞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X세대는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생소했습니다. 지역에서 자신의 관심분야가 있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술자리에서 "우린 X세대 출신이야."라며 모자 택을 떼지 않고 썼던 추억, 바지를 땅에 끌고 다녔던 추억,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녔던 학창시절을 이야기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그 X세대가 이제 40~50대, 즉 사회의 주류층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X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책에서는 슬럼프세대라고 표현합니다.)에게 들려주는 글입니다. 출판사 서평이 재미있습니다.

-사는 게 바빠서 긴 시간 낼 수 없을까 봐 짧은 글로 썼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매번 헷갈릴 까 봐 목차를 없앴다.


실제 이 책은 '머리말'이 따로 없습니다. 단지 첫 페이지 짧은 글이 있습니다.

-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기에 단문을! 글보다 그림, 기호를 좋아하기에 일러스트, 삽화를! 조금 읽다가 바빠서 멈추는 습성에 순서 없음을! 새기는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기 좋아하기에 그럴 수 있음을! 타.진.한.다. 읽고 듣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때론 솔직하게 때론 반성으로 때론 위로를 때론 뼈아프게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관심 많은 글쟁이 이막씨의 글에, 심재현, 장수원님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책을 읽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글자만 읽는다면 30분,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 다면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 면에 한 줄만 적힌 페이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백이 또 다른 목소리로 들립니다.


저는 X세대라고 할 만 합니다. 제가 처음 간 콘서트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고 처음 샀던 음반이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X세대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지금의 청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비단 현 청년들의 상황이 X세대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으로부턴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내 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세상이 어찌 변하는 지,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내 가족들만 소중했고 내 집을 갖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나의 직장이 있기에 청년들의 직장에 대해 무관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슬럼프 세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X세대로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는 여운을 줍니다. 책장을 넘기다 몇 번을 멈춰서 멍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글에서는 추억이, 어떤 글에서는 희망이, 어떤 글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이 책을 쓴 '이막'이라는 분이 궁금하여 나름 최선의 노력으로 조사를 했지만 특별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자의 가슴을 때리는 글들...


저자가 천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자인 '이막'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들에게 조심히 격려의 말을 합니다.

-'어떻게 된 애가 아직도 꿈이 없니?'란 질문에 잘못됐구나. 우울해 하는 청춘에게, 목표하는 바가 생기기도 했지만 꿈까지는 아니었다. 나도 꿈이 없었다. 40이 넘어 생기기도 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현실을 경험하면서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믿어라. 당신 나이게 꾼 꿈을 이룬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조차.


사회의 주류인 X세대를 향해서도 조용한 충고를 합니다.

-100m 달리기에서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면 진다. 마라톤에선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지 않으면 진다.


아주 잘 읽히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한 귀한 책입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많은 가치들, 우리가 생각지 못하고 사는 많은 사람들, 우리가 잊고 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책입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는 같이 살고 있습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가 각자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에 대한 힌트를 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세상에 낸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빼곡한 인생에 빈틈이 되어주고 헐렁한 인생에 조임새가 되어줄 수 있다면...


저자의 마지막 글입니다.

X세대가 슬럼프세대에게 - 10점
이막 지음, 심재현.장수원 그림/경향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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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박균호님이 쓰신 책입니다. 저자는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똑같은 글을 적어도 재미지게 적습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분입니다. 책 수집으로 인해 집에서 불편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특유의 전술로 틈을 잘 빠져나가며 치열하게 사시는 분입니다. 이미 책을 여러권 출간하셨습니다. 


직업이 의외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는 것 같습니다. 신상을 털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페이스북 친구이다 보니 한번 씩 올라오는 글에서 영어 선생님이라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었으나 국어가 아닌 영어과라는 것에 흠칫 놀랬습니다. 제가 영어 선생님은 재미가 없다는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일도 있고 취미도 있으나 왠지 떳떳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거대한 아내와, 차츰 세력을 키워 턱밑까지 쫓아온 딸과의 관계 속에서 살길을 찾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서교육과 고전에 관한 저술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있습니다.


<독서만담>은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여러 상황에 맞게 소개합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어집니다. 덕분에 제 책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을 넣었고 실제 구입한 책들도 있습니다.


책만을 소개한 서평책이 아닙니다. 이  책의 부제는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이야기'입니다. 실제 자신의 일상이야기입니다. 개인사를 너무 알게 되어 어느 덧 친한 가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담배 한대를 피우기 위해 아내의 눈치를 보는 이야기, 딸아이와 TV 리모컨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자신의 서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자신만의 책 용도 소개, 아내와의 다툼 후 자신의 심적 변화와 해결 과정(물론 결국 백기를 들지만), 섹시한 남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집 수리법이 적힌 책 이야기 등 이 시대의 아빠들이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소재들입니다.


천방지축처럼 날뛰는 아들을 키워야 할 지 고민하는 엄마라면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최민준 지음, 살림, 2016)를 권한다. 외동딸만 둔 나도 교사로 일하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 남학생들이 난해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 엄마들이 어떻게 아들을 통제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침서가 아니다. 여자인 엄마 입장에서는 난해하기만 한 아들의 행동이나 비밀, 가능성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모은 책이다.(본문 중)


저자는 일반인 이상으로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책을 저술했습니다. 왠지 고귀할 것 같고 더 지적이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사람 같지만 책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 책을 읽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당한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함께 부담 없이 책들을 소개합니다. 게다가 적절한 유머를 곁들여 책을 읽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은근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며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편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독자가 저자를 동정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일체화 돼 버립니다. 이런 글 쓰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이 책을 단지 재미를 위해 쓰신 것인가? 이 책을 쓰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머리말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힘들지만 다행히도 그 다양한 이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책을 소개하고 싶은 욕구가 이 책을 쓴 동기다.(중략) 제 아무리 첨단 기기가 발달하고 정보의 공유가 쉬워진 세상이지만 여전히 가장 접근하기 쉽고 믿을 만한 지식의 원전은 책이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명제는 다시 쓰여야 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결국 독서가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책 속에 길이 있고 대안이 있기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글로 표현하셨습니다. 이런 목적이었다면 선생님은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글 속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박균호 선생님의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단순 영어 문법과 독해 뿐 아니라 인문학적인 깊이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풀어놓으신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집안 권력 서열 2위인 사모님과 권력 서열 1위인 따님의 눈치를 보며 자신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꿈을 꾸고 계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꿈은 나쁘지 않습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큰 사람의 글은 울림이 깊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서만담> 2, 3편이 시리즈물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데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곤란하신 분들, 독서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궁금하신 분들, 교사는 다 재미없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일상이 따분해 한동안 웃지 못하셨던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 덮여 있으며, 그 수많은 책을 독자의 입장에서 유쾌하게 소개한 책은 더 만나기 힘들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박균호 선생님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평소 삶이 책에서 소개된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을 꾸미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좋은 책들을 부담 없이 소개한, 보배 같은 책, [독서만담], 일단 한번 보시죠.

독서만담 - 10점
박균호 지음/북바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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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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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사실 육아관련 책인지 알았습니다. 저도 아빠이고 육아에 관심이 많아 '즐기는 공부로 삶이 바뀐 세 아빠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보고 '오 육아를 하면서 공부를 해서 즐거워졌다는 말이지? 어떤 공부일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가 상상했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육아관련 책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책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은 외환위기 직후 조퇴(조기퇴직)하신 최병일님, 회사가 망해서 졸퇴(졸지에 퇴직)하신 윤석윤님, 2014년 말로 정퇴(정년퇴직)하신 윤영선님이 한기호님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세 분의 삶은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분께 2박 3일의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우리 네 사람은 강진의 마량에 여관을 잡아놓고 함께 놀았습니다. 세 분이 살아오신 삶의 여정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 책에서 나오는 "아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인사이트 10"입니다. 여관방에서 제가 정리한 통찰들을 하나하나 제시했더니 세 분은 전적으로 동의하셨습니다.(프롤로그 중)


읽기 쉽습니다. 대담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화하는 장소에 직접 앉아서 같이 듣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대를 사는 아빠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안과 현실에 대해 곧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게다가 이 분들은 책을 좋아하시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책들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1석 2조의 득이 있는 책입니다.


1부에서는 이 시대 아빠들의 행복과 불안, 그리고 공부에 대해서 대화합니다. 아빠들은 행복한가? 노력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공부가 가져온 삶의 변화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합니다. 2부에서는 아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인사이트 10가지를 제시합니다. 물론 모든 분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맞는 내용은 아닐 것입니다. 내용을 소개하자면

1. 자신을 발견하는 문학작품 읽기

2.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인문, 사회과학서 읽기

3. 삶의 자양분을 키우는 영화 토론

4. 겸손함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그림책 토론

5.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철학 공부

6. 중요한 책은 반복해서 읽어라.

7. 상처를 치유하고 전망을 세우게 하는 글쓰기

8.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함께 책 쓰기

9. 가르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강연하기

10. 나만의 책 펴내기와 나만의 꿈.


어떻습니까? "바로 이거야!"라는 감이 오시는지요? 저는 사실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사는게 얼마나 바쁜데 한가로이 책을 읽어. 책읽는게 좋다는 거 모르는 사람있나? 그럴 시간이 없는데, 책을 쓰고 강연을 하라고? 이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가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차만 보고서 든 생각입니다. 


대담을 나누는 분들의 살아오신 길을 들어보면 이 분들이 그리 여유롭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조퇴, 졸퇴, 명퇴라는 것이 그리 행복한 일도 아니니까요. 이 세분은 이런 일을 겪으시고 난 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름의 인생 2막을 위해 노력을 하셨습니다. 


-한기호 : 먼저 근황부터 여쭙겠습니다. 

 최병일 : 저는 요즘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나는 글쓰기죠, '천자 칼럼 쓰기'를 1기부터 시작해 4기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폭력 대화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제가 강의하는 '독서토론 입문 과정'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기도 하죠. 세번째는 온라인 토론입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SNS대화방에서 함께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자서전 쓰기, 독서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 고 있습니다.

 윤영선 : 정신없이 바쁘게 지냅니다. 공부하느라고요! 책 읽고, 글쓰고, 숭례문학당의 여러 독서 모임에서 거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토론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지치지도 않네요. 솔직히 제 인생에 이만큼 자발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행복합니다.

 윤석윤 : 많이 바쁩니다. 도서관, 교육청 등에서 독서토론 교육을 하고, 글쓰기 강의도 합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게 보여서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본문 중)


본업을 그만 두신 세분은 행복하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서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들이 별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습니다.


-'중산층'에 대한 설문조사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답변은 모두 돈과 관련이 있어요. '월 500만원 이상 수입, 현금 1억원 이상의 저축, 대출이 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 2,000cc 이상의 차, 1년에 한 번 이상의 해외 여행'등이었어요.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어 말하기, 스포츠 즐기기, 악기 연주하기, 요리하기, 약자를 돕는 삶'이라고 답변했습니다.(본문 중)


이 분들의 삶이 더 잘나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이 분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숭례문학당'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숭례문학당은 독서토론 모임은 물론 글쓰기 모임, 낭독모임, 영화모임, 걷기 모임 등 다양한 형식의 공부모임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네 분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모든 대화의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평생학습을 말씀하십니다. 혼자하기에는 힘들다고 했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합니다. 이 분들은 숭례문학당을 통해 만나고 있고 다양한 공부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소중한 목표라고들 말씀하십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필요해서, 좋아하서 하는 공부는 정말 재미있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 살기에도 팍팍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도 공부를 해야 주인되는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책 말미에 세 분은 자신의 현재의 삶에 대해서 짧은 글들을 남깁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삶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옆에 사람들이 뛰니 무조건 뛰던 삶에서 잠시 멈춰서서 내가 왜 뛰는지,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는지, 내가 지금 뛰는 것은 바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여유있고 학자들만이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책에서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공부요, 영화를 보는 것도, 걷는 것도 공부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의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했던 공부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라는 것에서 손을 뗍니다. 공부하면 지긋지긋하다고들 말합니다. 억지로 했던 공부에 대한 후유증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은 부모가 되면 다시 자녀들에게 '공부해라.'는 것을 강요합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의 문과, 이과 선택이, 대학에서의 전공이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강요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만이 행복한 삶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쳇바퀴 같은 삶이 평범한 삶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 삶이 바른 삶이라고 강요당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출난 분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범한 이 시대 아빠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지 다른 바가 있다면 이 아빠들은 직장을 잃고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공을 살려 또 다른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공부를 통해 또 다른 삶을 만나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삶이 만족스럽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느낀 감사함과 희망에 대해 나누려고 기획된 책같습니다. 아빠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다양한 책들의 감동과 시대를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숭례문학당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에 대해 접하게 된 책입니다.


막연히 독서가 좋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 아이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삶의 회의가 드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즐거운 공부를 통해 행복한 삶을 찾는 방법이 소개된 재미있는 책입니다. 아빠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해질 것이고 가정이 행복해지면 사회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행복한 아빠들의 이야기 '아빠, 행복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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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취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취미를 유지하고 즐기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제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특별한 취미가 없습니다. 내세울만하게 꾸준히 한다거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즐기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재미도 없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유행에 맞게 한 가지씩 재주는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당구에 빠져서 지금도 당구는 좋아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함께 칠 동료가 없어서 창동에나 나가야 한게임씩 칩니다. 대학다닐 때는 컴퓨터 게임에 빠졌지요. PC방에서 거의 살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졸업 후에도 게임을 꾸준히 즐겼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나선 사진찍는 동호회에도 가입했었고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에서도 활동했습니다. 한 때는 맛집 동호회에서도 활동했지요. 자전거를 즐겨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갑자기 '요즘 나의 취미는 뭐지? 내 취미가 있나?'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먹고 사는 업을 제외하고 제가 최근에 정성을 쏟는 것은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개인 페이스북입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이 취미다! 고 하기엔 뭔가 이상합니다. '그럼 취미가 뭐지? 내가 요즘 뭐할 때 제일 시간이 잘 가지?' 생각해보니 독서였습니다.


독서를 취미라고 당당히 말하기엔 뭐합니다만 책은 꾸준히 읽습니다. 상황에 따라 즐겨 읽는 분야가 바뀝니다. 요즘은 소설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입니다. 1주일 정도 읽은 것이니 대충 하루에 한권은 읽었습니다.

그제는 서점에 가서 소설책을 샀습니다. 요즘 소설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소설은 마력이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책 읽는 동안 긴장감과 호기심, 재미있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머릿속을 헤집어 버리는 작가님들의 글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기에 지역 출판사의 책들도 꾸준히 읽습니다. 매달 한권씩 신간이 나와주길 바라지만, 큰 욕심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가능하면 꼭 서평을 쓰려 합니다. 서평을 쓰는 이유는, 음...책을 구입하시려는 분들에게 책 선택시 약간의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고 책을 쓰신 저자분들과 좋은 책을 내어 주신 출판사에 감사를 표하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물론 책을 구입하는 것만 해도 도움이 되겠지만 왠지 좋은 책은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서평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서평을 쓰며 그 책을 두번 보게 되고, 결과론적으로 저 자신에게 책이 오래 남는 매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책은 아무때나 읽습니다. 딸래미가 찍은 사진입니다. 아침에 읽어나 제대로 씻지도 않고 배깔고 책보는 모습입니다. 주로 책은 아무도 없을 때나 아이들 모두 잠들고 난 밤에 읽습니다. 10시부터 12시 정도? 이 2시간은 온전히 저 자신을 위해 사용되는 시간입니다. 저에겐 아주 소중한 시간이지요.


책을 읽어서 똑똑해 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현명해 지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 욕심이 많아 가능하면 사서 읽습니다. 집 근처 진동도서관이 있어서 빌려서 읽기도 합니다만 저는 책을 읽을 때 줄을 긋고 접으며 읽기에 빌린 책은 마음 놓고 보기 힘들더라구요. 개중에는 빌려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돈 주고 다시 샀던 책도 있습니다. 


집에 책이 쌓이다 보니 이사할 때 곤혹이었습니다. 정말 무겁더군요. 책을 둘 곳이 없어 작년에는 아파트 아나바다때 내다 팔았습니다. 그리고 학교 행사때에도 가져가서 팔았지요.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책을 샀습니다.^^;;


제가 엄청난 독서를 하는 것처럼 읽힐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됩니다. 지금은 시간이 좀 있어 하루나 이틀에 한권정도 읽지만 출근을 하게 되면 일주일에 한권도 읽지 못합니다. 권수가 그리 중요하진 않겠지만 독서라는 것은 게으름이라는 놈을 꼭 끌고 다녀서 잠시만 책을 멀리하면 다시 책을 펼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해서 저는 약간의 강제성(?)을 동원합니다. 바로 오마이뉴스 서평단 활동입니다. 오마이뉴스 서평단을 하게 되면 3달에 버금기사 5개를 써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바로! 서평단에게 퇴출되지요.ㅎ. 나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마이뉴스 서평단이 되면 신간을 매주 2권씩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활동이지요. 오마이뉴스 서평단에 관련된 이야기는 몇번 썼습니다.



아직까지는 너무 두껍고, 어려운 책은 가까이 하지 못합니다. 주로 300페이지 이내의 책을 선호하며 시리즈물은 큰 마음먹고 시간을 내어 펼쳐야 합니다. 현재의 저는 내세울만큼 책을 많이 읽고 그만큼 현명하지는 못합니다. 솔직히 이제는 책을 읽어도 '현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다만 재미있어서 읽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꼭 읽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저자의 책을,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저자, 출판사가 생기게 되더군요. 그런 책들을 찾아 읽게 됩니다. 지금의 저는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 읽는 분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진동에 독서모임을 만들 생각입니다. 많이 모이진 않더라도 두 분만 되면 시작할 생각입니다. 혼자 책 읽고 서평쓰는 것 보다는 둘이 책 읽고 책이야기를 하고 서평을 쓰는 것이 훨씬 풍요로울 것 같습니다.


어느 새 저의 취미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취미지요. 하지만 든든한 취미이기도 합니다. 어디를 떠날 때, '이번에는 어떤 책을 가져가지?'라며 책을 고르는 고민은 정말 설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책을 읽으며 희망을 가집니다. 책을 읽으며 동지를 만납니다.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기대 없이 읽은 책에서 딱! 지금 내 이야기 같은 내용을 만나면 감동은 엄청납니다. 그 감동으로 제가 살아가는 힘을 얻은 적도 여러번 있습니다. 


요즘에는 새책 초판에 2,000~3,000권 정도 찍는답니다. 전국에서 10,000권이 팔리면 대박이라고 한답니다. 5,000만 인구 중에 10,000명이 책을 사면 대박이라고 한답니다. 49,990,000명은 책을 사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최근 송인서적이 부도가 나서 출판업계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최순실이 출판업계에는 손을 대지 않은 이유는 출판업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웃으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책 값이 너무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치킨 한번 안 시키면 책 한권을 살 수 있습니다. 책은 선택받은 자만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있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유로운 자만이 읽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책은 읽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읽습니다. 읽으려고 시간을 내는 사람이 읽습니다. 순간의 쾌감이 아닌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취미도 좋지만 독서라는 취미도 함께 가져보는 건 어떤가요?


독서는 적어도 우리들이 특별하지도 않은 세상, 먹고 산다고, 바쁘게 산다고, 경쟁하며 산다고 잊고 지냈던 나를 만날 수 있게 합니다. '아, 예전에 나는 이랬었지. 나도 이런 적이 있었어. 이런 친구가 있었지, 그래 학창시절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어. 내가 꿈꿔왔던 삶을 이렇게 실천하며 사는 분들도 있구나. 그래 나의 꿈은 이것이었어..'


2017년 한 해, 새해 목표로 금연, 다이어트 외에 독서도 살짝 끼워 두시면 어떨까요? 성공을 위한 독서가 아닌 성장을 위한 독서를 했으면 합니다. 독서는 분명 나를 풍요롭게 하고 내 주위를 평안하게 하며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책읽는 국민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롭지 않지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서점에 가서 책을 삽시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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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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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입니다. 아니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2013년 1월 22일에 세상에 나온 책입니다. 4년이 지난 책입니다. 이 책을 쓰신 김의기님은 특별한 이력이 있습니다. 


-김의기는엄청난 독서광으로서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통상 전문가이다. 그는 WCO, WTO등 국제기구에서 24년간 원산지 규정 전문가이자 관세 평가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각국 최고의 통상 전문가들을 상대하였고, 강연을 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이처럼 치열하게 일하다보면 잠조차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김의기는 한 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본문 중)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으며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본업과 자신의 삶이 풍요롭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리고 독서회에서 책을 함께 읽으며 만난 분들과의 독서토론이 아주 뜻깊었다고 소개합니다. 그 분들과의 독서토론과정에서 의미있었던 대화가 이 책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태생마저 평범하지 않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생긴 저는 평소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지인에게 '문학작품을 접하고 싶은데 괜찮은 책 좀 추천해줄래?'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이 책을 주며 말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직접 골라라. 내가 함부로 추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이 어떤 책이길래, 이 책을 추천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독서광이 추천한 책


김의기님은 책을 아주 좋아했던 분입니다. 그리고 이 분은 책을 읽는 자세가 남달랐습니다. 단지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마음까지 읽으려고 노력하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저자의 마음을 읽었을 때, 그 경이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셨던 분입니다. 이 책에는 그가 추천한 30권의 책과 소개글이 있습니다. 찬찬히 읽다보면 그가 책들을 어떻게 만났는지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사랑, 치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에서는 사랑에 관련된 고전들을 소개합니다. 닥터 지바고, 적과 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카메론, '2부 격동의 시대는 대작을 낳는다.'에서는 각 나라의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씌여진 대작들을 소개합니다. 전쟁과 평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밤은 부드러워,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3부 명불허전, 단 한 권의 책'에서는 레 미제라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돈키호테, 국가론, 햄릿을 소개합니다. '4부 작품을 음미하라.' 안나 카레니나, 무기여 잘 있거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보바리 부인, 싯다르타, '5부 하늘이 처음 열리다.'에서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오이디푸스 왕을, 마지막 '6부 생각하는 갈대가 되라.' 에서는 이방인, 파리떼, 인간의 굴레에서, 수레바퀴 아래서, 구역질, 군주론, 팡세'를 소개합니다. 총 30권을 소개합니다. 익히 읽었던 책도 있고 제목만 들었던 책도 있었으며 제목도 처음 들은 책들도 있었습니다. 어려울 것이라고 외면했던 책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책에서 소개된 30권은 꼭! 읽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을 읽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책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해석만 풀어쓰지 않습니다. 작품의 원문을 소개하고 친절하게 시대적 배경, 주인공의 심리, 작가의 상황 등 다양한 부분을 덧붙여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합니다. 


-압축된 문장과 긴장된 장면의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소녀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고도의 감수성을 보이는 것은 파스테르타크가 시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문장에서 전율이 느껴진다. (닥터 지바고 설명 중)


-1830년에 출간된 '적과 흑'을 읽고 비평가들은 스탕달의 심리분석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소설은 가정교사 쥘리앵을 경쟁 상대에게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레날 시장의 심리, 가정교사가 자신의 아이들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심리 묘사 등으로 시작하자마자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탕달의 작품을 '심리적 사실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탁월한 심리묘사 때문이다. 후에 이 기법은 톨스토이에 의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적과 흑 설명 중)


-로렌스의 언어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고, 감각적이다. <무지개>에는 수많은 감각적 영상이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달이 뜬 호수에 돌을 던져 달을 조각내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 같다. 로렌스의 달은 살아있다. 달은 죽음처럼 사람을 유혹한다. 그러나 우리는 달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설명 중)


이 외에도 많은 내용에서 저자가 고전들을 어떻게 읽었으며 어떻게 해석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김의기님은 각 책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좀더 깊고 흥미로우며 재미있게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길을 안내합니다. 책들을 소개한 마지막부분에는 각 작품별 저자의 삶과 저자의 마지막 순간을 기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선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나서 수많은 고전 추천 도서가 나왔습니다. 그 책들은 주로 고전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오늘날에 사는 우리에게 거울을 보여주기 위해 씌여졌다면 이 책은 온도가 약간 다릅니다. 책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창조한 작가의 삶도 책 내용 못지않게 깊게 다가갑니다. 왜 책이 나왔으며, 왜 이 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 작가가 어떤 부분에서 뛰어난지에 대한 부분까지 감동을 얹어 풀어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레 미제라블을 읽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의기님은 '레 미제라블'을 소개하며 '세상에서 딱 한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레미제라블'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소개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성서보다 더 성스럽다. 성서는 오랜 역사적 기록물로, 사도들의 시대가 끝난 이후의 기록물은 성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성서의 정신에 따라 쓴 작품으로, 고대 문서가 따라갈 수 없는 감동과 논리와 박자와 화음으로 신의 계시를 들려준다. 나는 이 책이 최고의 성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책을 읽기도 전에 겁을 먹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지 말고 일단 책을 읽어보라. 소설은 재미있고 평이하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들의 지식이 지금보다 1000배는 증가할 거라고 생각한다.(본문중)


얼마나 자극적으로 책을 소개하는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저를 느꼈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레 미제라블'을 주문하고 있는 저를 봤기 때문입니다. '레 미제라블'을 소개하며 저자 위고에 대한 설명도 덧붙입니다. 그의 생애, 책의 배경이 된 워털루 전투, 대 사건은 대 문학을 낳는다는 본인의 소명, 위고의 죽음과 그의 죽음 이후 유럽 문화의 주도권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까지...'레 미제라블' 뿐 아니라 이 책만 읽어봐도 지식이 지금보다 100배는 증가할 것 같습니다.


저자 김의기


이 책을 쓰신 김의기님은 2015년 7월 10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위대한 작품들과 독자들의 만남을 얼마나 더 주선했을지,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는 이 책 외에도 '어느 독서광의 더 유쾌한 책읽기(현대문학편), 나는 루소를 읽는다.'등을 지필하셨습니다. 


그가 생전, 경남 창원에 있는 독서클럽에 왔던 적이 있었나 봅니다. 당시 독자분에게 적어주신 글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대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은 분명 웅대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글자로만 읽어서는 그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김의기님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책을 읽었고 또 다른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우침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한 사람은 우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 한권도 우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창조했지만 그 창조의 끝을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문학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비록 김의기님은 세상엔 없지만 그의 책은 더 많은 분들에게 인문의 힘과, 감동의 세계를 접하게 할 것입니다. 그를 잘 모르지만 그의 삶이 실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가 남긴 책들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감동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유쾌한 책읽기'이지만 단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더 이상 그의 신간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고 이 책을 읽기 전처럼 다른 책들을 쉽게 읽지 만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유쾌'가 아니라 '깊이 있는'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느 작가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그 책을 몇 시간만에 다 읽을 지 모르겠으나 작가는 그 책을 창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는지 모릅니다.'.


책을 쉽게 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쉽게 평한다면 본인이 책을 쉽게 읽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감성적 본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시대에 맞게 창조해 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책을 읽고 싶고, 책을 만나고 싶어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적어도 이 책은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과 더불어 책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책입니다. 


감동의 세계, 책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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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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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허구이고 허구는 현실이 아니기에, 지식이나 지혜습득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독서는 곧 지식이나 지혜를 얻기 위해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지인이 소개해 준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라는 책을 접하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김의기님이 쓴 이 책은 저자가 읽었던 감명깊었던 문학작품에 대해 소개를 합니다. 


문학작품에 대한 소개글을 정말 매력적으로 적었습니다. 김의기님이 쓰신 이 책을 읽고 나면 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생깁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서양문학만을 다룹니다. 저는 한국문학을 먼저 읽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개인 생각에 외국작품이 훌륭할 수도 있으나 시대의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작품도 글이 발표된 당시에는 흔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했고 외국작품은 아무리 번역이 훌륭하다고 하더라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저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 문학부터 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고은주님이 쓰신 '드라마 퀸'이라는 소설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40대, 한 번쯤 이혼을 꿈꿀 때'가 부제목입니다. 표지만 보고서 '40대 여성들의 이야기겠구나.' 라고 짐작했습니다. 뒷표지에는 더 자극적인 글이 적혀 있습니다. '섹스에 관한 오해와 농담 그리고 거짓말' '헉! 이거 뭐지? 포르노 그라피인가? 우리 문학도 소재가 아주 다양해 졌구나'고 생각하며 왠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이야기


이 책은 40대 중 후반 여성들의 초등학교 동창회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다양한 삶들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영화 '써니'처럼 강렬한 7공주는 아니더라도 사춘기를 각자의 형태로 함께 보낸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춘기시절의 과거를 기억하는 상황이 개인별로 다르지만 다같이 과거를 회상하다보면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는 신기한 경험들을 하며 일상에 찌던 중년의 여성과 남성들은 또 다른 만족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짝사랑했던 기억들, 하지만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던 인물들, 30년이 지난 지금에 만나 첫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들, 하지만 그 고백에 풋하고 웃어버리는 여자들,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절친 3총사들, 평범한 가족이 더욱 중요한 지 알지만 가족들로부터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동창들로 부터 만족하는 친구들...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의 동창들이 생각났던 것은 이 책이 그만큼 사실감있는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을 읽어냈기 때문입니다.


40대의 섹스도 뜨겁다.


포르노그라피는 아니지만 내용 전개 상 적당한 긴장감의 성적내용도 나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성적으로 일탈행동이 일어날 정도의 자극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40대의 섹스는 진솔합니다. 유쾌합니다. 진한 성적농담을 동창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하고, 같이 웃는 장면은 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 몸은 40대 중반이지만 마음은 10대의 친구들입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친구들은 40대 중반이 아니라 10대때의, 자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친구 모습들입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증표는, 어렸을 때에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제는 술의 힘을 빌리든, 어떤 형태로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오해가 되든, 새로운 인연이 되든, 아무튼 편안하기에 용기내어 말을 하게 됩니다. 과거를 추억하기에 너무 편안했던 이야기 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기에 그들만의 섹스도 다양합니다. 남편과 두 딸이 있지만 드라마에 흔히 그려지는 남편과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마지못해 함께 살고 있는 친구, 이혼하고 연애만 하며 즐겁게 사는 친구, 누구나 부러워했지만 3번의 이혼을 해 친구들이 의아해 하는 친구, 한번의 결혼 실패 후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딸을 키우며 사는 남자 동창생,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각자의 현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에서 각자 '나'는 그리 행복하지 않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다. 해서 그들은 동창커뮤니티를 통해 번개를 치고 주기적으로 만나 술을 먹고 같이 노래방에 가서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호한 상태로 각자의 스트레스를 풉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모르는 분이 보시면 '뭐야, 흔한 연애소설이잖아.'라고 평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책 소개를 잘 못한 제 탓입니다. 이 책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제가 일일이 소개하지 못했지만 이 책에는 동창회 친구들 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주인공 은화씨와 두 딸과의 대화를 들으며 단순히 엄마와 딸의 대화가 아닌 엄마가 된 과거의 소녀와 현재의 소녀를 이해하게 됩니다. 


은화씨의 두 절친과 은화씨 두 딸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끝까지 신랑이 나타나지 않은 605호 여자를 보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과연 무조건적인 축복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일로 인해 남편과 깊은 대화를 하게 되는 은화씨를 보며 가족이란 비밀이 없는 것인가? 어떤 대화가 필요한가? 불화의 시작은 무엇이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친구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과연 완벽히 행복한 삶이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보고 느끼는 나의 삶과 타인이 보고 느끼는 나의 삶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기혼 여성들의 삶이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기혼 여성들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혼 여성들이 '드라마'라는 것을 보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식들과 싸우는 이유, 남편과의 문제, 불륜이라고 칭해지는 또 다른 남자와의 만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인의 삶, 정확히 말하면 현대의 기혼 여성들의 삶에 대해, 그녀들이 갑갑해 하는 현실, 그녀들의 고민들, 그녀들의 삶의 방식,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습성들까지,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입니다.


서두에 제가 소설을 즐겨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허구라고 해도 현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허구가 아니며, 그냥 허구가 아니라 저자가 현실을 바탕으로 창작의 고통을 거쳐 쓴 결과물이며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픈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논설문이나 칼럼이라면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하고픈 말을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책속에서 만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나도 그랬었지, 그 때 그 친구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내가 지금 사는 삶은 행복한 삶인가?'


고은주작가님의 '드라마 퀸'은 아내에게 '갱년기아냐?'라는 말을 무심코 던지시는 남편분들,  '도대체 집사람은 뭐가 부족해서 저리 불만이 많은 지 몰라. 하루종일 집에서 놀면서 말이야.'라고 생각하시며 남편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엄마 갱년기야.'라고 말하는 자녀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내 친구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라며 신세를 한탄하시는 어머님들께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40대의 섹스가 궁금하여 펼친 책인데 덮고 나니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매력적인 책입니다. 이제 저는 소설에 빠질 것 같습니다. '드라마 퀸'은 소설을 읽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소설은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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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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