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마산 청보리 2015. 5. 12. 07:00


"(실용을 앞세우는 힘있는 분야들에 비해) 철학의 힘은 현실에서 힘이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나온다. 철학한다고 돈이나 권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 철학은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 것일까?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무엇이 쓸모 있고 없는지는 바로 우리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이고, 쓸모 있는 것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한 장자는 이 모든 것이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디 철학을 만나시길, 인문학을 만나시길, 그 만남이 얼마만큼 쓸모 있을 지는 온전히 당신에게 달려있다.(프롤로그중)"


책의 표지에서 끌림이 있었습니다.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무슨 말일까? 만족 없는 삶?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한번씩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무함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이 책이 답을 줄수 있을까?' 조용히 첫장을 넘겼고 프롤로그에서는 사실 공감을 했습니다.


책은 '1장 인생은 왜 짧은가?' 부터 '21장 인간에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하는가'로 21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챕터 주제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삶은 왜 불공평한가? 어떻게 살아야 가치있는 삶인가? 법은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수 있는가?' 등 평소에 개인적으로 고민하던 부분들도 있어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선 총평을 하자면 저자는 철학에 대해 상당히 쉽게 쓸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한번쯤은 해봤을만한 소재들을 쉬운 언어로 풀어냅니다. 물론 중간 중간 철학자들의 이론과 원리는 곁들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차라리 학교에서 어렵게 외웠던 내용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하며 이해할 정도입니다.


인생이 왜 짧은가에 대한 저자의 식견입니다.


"인생이 왜 짧게 느껴질까? 첫째, 할 일이 많아서 인생이 짧다. 둘째, 과거를 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짧다. 셋째, 시간을 낭비하기에 인생이 짧다. 세네카는 인생이 짧은 이유를 '낭비'에서 찾는다.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충분히 길다. 잘 쓰기만 한다면 수명은 큰 일을 해내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방탕과 무관심 속에서 인생을 흘려보내면, 좋지 못한 일에 인생을 다 소모하고 나면, 그때는 마침내 죽음이라는 마지막 강요에 못 이겨 인생이 가는 줄도 모르게 지나가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본문중)


나이가 들수록 과거 회상을 많이 하고 회상하고 싶은 것을 집중적으로 회상한다고 합니다. 좋았던 일보다는 상처받은 일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인생이 짧은 것 또한 낭비를 하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잘 쓰기만 한다면 수명은 충분하다고 하나 그 잘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부분에서 궁금하였습니다. 좋은 직장? 많은 부? 엄청난 권력? 이런 내용들이 모두 탐욕과 관계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탐욕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자신이 지금 탐욕을 부리고 있는지, 그저 높은 곳에 목표를 쫓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조용히 자문해보라. 내가 정한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누가 좋아할 것인지를, 혹시 나만 좋다는 답이 나온다면 탐욕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표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나 자신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욕심, 그것이 탐욕이다."(본문중)


불행의 주범, 탐욕


탐욕은 불행의 주범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목표에 반드시 타인의 행복이 들어가 있어야 탐욕이 아니라고 합니다. 심히 공감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 내가 생각하는 행복,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를? 내 가족만을 위한다면 그것은 탐욕입니다. 탐욕은 불행의 주범이며 탐욕이 아니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의 행복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큰 깨우침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큰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많은 이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탐욕일까? 아닐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일까? 국민을 위해서일까?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일까?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탐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탐욕에 대해 경건하게 인정할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은 성찰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삶은 왜 불공평한가?


불평등의 핵심은 가족입니다. 엥겔스는 불평등을 유발하는 조건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왜지? 왜 가족이지'

"삶은 구조적으로 불공평하다. 가족은 가장 불평등한 조직이며 불평등한 관계이다. 부모, 자식, 형, 동생 등 가족 구성원은 위계질서에 놓여 있다. 서양의 가족도 그렇지만 동양, 특히 유교에서는 가족간 위계질서를 심화시킨다. 플라톤은 인간 불평등의 기원을 가족에서 찾았다. 가족을 사유재산 등 모든 개인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라고 보았다."(본문중)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 불평등의 내용을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았지 가족에서 부터 찾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 내용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가족 속에서 자라면서 부터 이미 아빠로부터의, 형으로부터의 힘의 서열에 눌러서 자라며, 살기 위해서 복종했다가 자라서 힘이 생기면 반항하기도 합니다. 


새뱃돈도 차별적으로 받고, 대우도 차별적으로 받습니다. 어느 새 차별에 익숙한 채로 자라나 사회인이 됩니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어떤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도 '그러려니'하며 지냅니다. 차별에 반응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나쁜 감정표현은 무관심이라고 했습니다. 미움 또한 관심이 있어서 나타나는 것이며 타인에게 무관심해지는 것이야 말로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고 했습니다. 


사회의 건강함에 대해 얼마나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지느냐도 척도가 될 것입니다. 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훗날 내가 어려워 졌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으니 담배값인상은 잘 된일이야.'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니 저들의 최저임금은 상관없어.' 과연 그럴까요? 세상에 연관이 안되어 있는 일이 있을까요? 사회는 유기체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과의 차별에 대해 분노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관점부터 챙겨봐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가치있는 삶

"나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 시점에서 하던 일을 다 그만두었을 때 내 손에 무엇이 남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직함이 없어짐녀 무엇이 남으며 어떤 상태가 될까. 현장에서 한 발 비켜나면 자신의 위치가 더욱 잘 보인다.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소중한 것 열 가지를 써 보라고 한다. 그 후 시간을 주며 3개씩, 3개씩, 2개씩 지워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두개가 남았을 때 마지막 하나까지 지워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까지 남은 것은 세가지로 좁혀졌다. 


첫번째는 절대자이고 두번째는 가족, 세번째는 사랑이다. 최후에 나를 기다린 단 한 가지는 결코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것이었다. 왜 '가장 소중한 것은 숫자로 환산될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에 도달하게 되는 걸까? 사람은 물질만으로는 살 수 없는 정신적 동물이기 때문이다."(본문중)


가치있게 사는 삶은 최소한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삶으로 보입니다. 너무 많아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물질에 상관없이 나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가치있는 삶이라 생각됩니다. 물질만을 추구하는 것은 가치있는 삶이라 보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많은 이들이 더 가지려고, 신상품을 구매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1년이 안되어 새로 출시되는 새로운 휴대폰들, 1년마다 모델이 달라져 출시되는 자동차들, TV에서는 끊임없이 신상품들을 쏟아내며 구매하라고 유혹합니다. 많은 이들이 집에와 쉬면서 TV를 보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시간은 휴식시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자본의 표적이 된 시간일 뿐입니다.


물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목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타인도 좋아지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고민하고 찾아내어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훨씬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 불행하다고 느낄까. 첫째 이룰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불행해진다. 둘째,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불행해진다. 셋째, 쾌락을 탐하면 탐할수록 더 불행해진다."(본문중)


가치있는 삶에 반하여 불행해지는 삶에 대해서도 저자는 제시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룰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남과 비교할 때, 쾌락을 탐하면 탐할 수록 더 불행해집니다. 나의 삶을 성찰해 봐야 합니다. 


과연 나는 어떤 삶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 내가 이루려는 목표가 나만을 위한 것인지(그럼 탐욕일 것입니다.) 조직과 타인을 함께 위하는 것인지,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록 가치로워 지는 지 쾌락에 가까워 지는지,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불평불만과 한숨만 쉬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 가치롭습니다. 


의미있는 책입니다. 읽기도 쉽고 이해도 쉽습니다. 사람들의 생각하는 힘을 자극하기 위해 조심히 적은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누구나 방황을 합니다. 하지만 그 방황이 나의 생각, 성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위의 자극에 의한 것이라면 나의 삶에 대해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귀가 얇아요." 귀가 얇은 것이 아니라 성찰이 약해서가 아닐까요? 보여주기 위한 삶은 보여줄 상대가 없어지면 의미가 사라져 버립니다. 자랑하기 위한 삶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위하는, 타인의 행복까지 배려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내가 그리하지 못한다면 그리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응원이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나 만의 동굴에 갇혀 살면서 TV와 신문만을 보며 세상을 쉽게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TV나 신문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언론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냥 착각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은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삶이 아니라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삶에 대한 고민을 도와주는 책, '철학의 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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