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김장을 나누니 행복이 배가 됩니다.

마산 청보리 2014. 11. 28. 07:30

지난 11월 26일(수) 오전 10시에 마산 양덕공원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였는데요. 남자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저도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보았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해서 일찍 가 보았습니다.


어찌나 즐겁게 김장들을 하시던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양념장을 만들고 계십니다. 하루종일 허리 숙이고 하시더군요. 힘들만도 한데 그래도 웃음은 잃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의 김장 담그기에는 남녀가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 김치를 서로 먹여가며, 맛있게 먹어가며 하는 모습도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막걸리도 한잔!! 캬~~~~!!

너무 표정들이 좋으시죠?^^

다같이 김치~~~^^



행사의 주체는 마산 YMCA와 와이즈맨, 마산협의회 메넷이었습니다. 김장을 하러 오신 분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셨는데요. 등대, 시민중계실 자원상담원회, 기후변화강사모임 초록별, 국제와이즈맨 마산협의회 메넷 회원, YWCA, 대학생 봉사 동아리 등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소식을 듣고 개인별로 오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100여분이나 오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이 행사는 올해로 11년째 였습니다. 올해는 650여 가구에 나눠주기 위해 배추를 2,000포기 준비했습니다. 공급대상자는 독거 어르신,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정이었습니다. 말이 2,000포기지 정말 많더군요. 


김장재료의 준비에 있어 재미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 날 행사를 위해 배추를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함안에 있는 숲안 마을에 배추와 고추가루를 계약재배했습니다. 즉 이 행사는 김장만 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로컬 푸드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단순할 수 있는 행사지만 이런 꼼꼼함으로 인해 행사의 취지가 더욱 빛났습니다.


놀라운 것은 배추재배와 양념도 어머니들의 자발적인 농활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김장의 전과정을 회원들이 직접 준비했습니다.실무자 중심이 아닌 회원 중심의 행사라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힘들 만도 한데 어찌 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냐고 한 어머니께 여쭤었습니다.


"작년에도 했고, 그 전에도 했었어요. 힘이요? 힘들죠. 우리 집에서도 이렇게 안 해먹는데요.(웃음) 하지만 친구, 언니, 동생들과 함께 나와 같이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김치를 잘 먹었다는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이런 전화가 참 고맙더라구요. 봉사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매년 11월이 되면, 사랑의 김장 담그기를 하지 않으면 왠지 섭섭하더라구요.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고 먹는 사람도 행복하니 참 좋은 행사 같아요."


행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1시쯤 끝났습니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분업화하여 진행하니 일이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양념장을 만드시는 분, 배추에 양념을 바르시는 분, 옮기시는 분, 상자에 담으시는 분, 상자를 나르시는 분까지, 11년이나 해온 게 괜히 해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남자로써 상자를 나르는 역할을 했는데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았지만 무한 반복하다 보니 허리가 상당히 뻐근했습니다. 일이 고될 수도 있는데 모든 참가자들이 참 신나게 일했습니다. 행사장 가운데에는 대한민국 대표 노동가인 트롯을 틀어두고 막걸리, 수육과 함께, 김치를 서로 먹여가며 일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나눔은 받는 이만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준비 하는 이들도 저절로 행복해 지는 것이 나눔의 매력 같습니다. 일회성의 전시성 행사가 아닌 11년간 꾸준히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이런 행사는 참 따뜻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날 몸이 아파 자리에서 못 일어 날 수도 있습니다. 추운데 고생하여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허리 아파 죽겠다."고 외치시면서도 표정은 밝았습니다. 김치에도 이런 마음이 잘 담겼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충실한 이런 행사는 건강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김장 나누기 행사, 내년에도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저도 어느 새 나눔에 중독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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