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전 재산 드리고 가져온, '장모님표' 김치.

마산 청보리 2014. 12. 3. 07:00

"김서방, 오늘 뭐하는가?"


"네 별일 없습니다."


"그럼 오늘 김장하니 빈 김치통 가져와서 김치좀 가져가게."


"네 감사합니다. 어머님."


매년 이 맘때쯤 되면 장모님께서 꼭 연락을 하십니다. 당신께서 김장을 담으시니, 와서 가져가라고 말입니다.


작년에 촌에서 김장 담그실 때 직접 가서 일손을 보태어 봤습니다.


상상하던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김치를 쉽게 먹으면 안되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촌에서 작게 농사를 지으십니다. 장모님께선 따로 소일꺼리를 하시고 장인어른께선 농사일에 전념하십니다. 배추도 키우시지요. 직접 기르신 배추에 직접 기르신 고추를 사용하여 김장을 담그십니다.


부탁을 드리지 않아도 꼭 사위것을 준비하십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락이 왔습니다.


김치를 받으러 갔습니다.


장인, 장모님의 김치입니다. 정말 먹음직 스럽습니다.


장모님의 김치는 특별합니다. 노인 두분이서 하루종일 김치를 담그십니다. 이 추운 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듬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를 하면 목소리가 밝으십니다.


"어머님, 괜찮으십니꺼? 저희는 괜찮습니더. 무리하시 마시예."


"오야, 내 몸 내가 잘 안다. 걱정하지 말그라."


하지만 어김없이 둘째 사위것도 정성을 다해 담으십니다.


오늘도 연락이 왔길래, 못이기는 척 갔습니다.


"뭘 이리 고생하십니꺼, 괜찮습니더."


"김서방, 올해 김치가 진짜 맛있데이, 가꼬 가서 먹어라. 그리고 무시김치는 하루 정도 밖에 놔 뒀다가 먹거라. 익으면 맛있는기라."


"네 어머님. 잘 먹을께예, 여기, 얼마 안되지만 받으시예,"


"이기 뭐꼬, 아이다, 되따마, 너거가 무슨 돈이 있노."


"이거는 와이프도 모릅니더, 그냥 제 용돈 모아서 드리는 겁니더. 그냥 먹으면 제가 더 불편합니더, 받으시예."


"아따 마, 이라몬 괜히 오라고 했다. 김서방 이러다가, 쫓겨나는 거 아이가?"


"괘안습니더. 집사람한테는 비밀입니더. 그냥 용돈 하이소."


많은 돈을 드리진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감사함의 표시는 해야 했습니다. 와이프는 모릅니다. 와이프 몰래 제가 김장값을 챙겨 드렸습니다. 사실 김장값이 아니라 평소의 은혜에 대한 조그만한 보답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부모님한테는 받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어찌 돈으로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집에 김치를 가져 왔습니다.


"여보, 장모님께서 이건 냉장고 넣고, 이건 익으면 넣으라고 하시더라. 알겠제."


"응, 알겠다. 오늘 김치 갖고 온다고 수고했다."


"내가 뭐."


와이프한테는 끝까지 용돈 드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저에겐 전 재산이었습니다.


오늘 처가댁 가보니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이미 첫째, 둘째, 셋째 집에 갈 김장을 모두 준비해 두고 계셨습니다.


당신들께서 드실 음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식들 좋은 것 먹이실려고 정성을 쏟는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효도 하겠습니다. 효도가 별 것입니까? 어머님, 아버님 속 안썩히는 것이 효도아니겠습니다.


내일 아침은 아주 풍성할 것 같습니다. 새김치와 함께 부모님의 사랑까지 함께 먹을 수 있으니까요.


장인, 장모님의 정성어린 김치를 먹을 수 있는..전 행복한 사위 입니다.^-^



<글이 공감되시면 집에 김장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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