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입학을 한지 4일이 지났습니다. 그간 많은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입생 맞이 주간 3일째, 3월 8일(목)의 행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오전에 2, 3학년 선배들이 신입생 아이들에게 금요일 집에 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신입생 포함, 학생 정원이 120명 정도 되는데, 신기하게도 창원지역 30명, 진주지역 30명, 김해지역 30명, 나머지 지역에서 30명 정도 되더군요. 나머지 지역은 거제, 양산, 함안, 합천, 산청, 사천, 함양 등 경남 전역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많은 지역은 귀가지도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선배들이 있으니 함께 가면 되기 때문이지요. 인원수가 많지 않은 곳이 문제였는데 다행히 다들 연결이 되었고 직접 그 지역까지는 안 가더라도, 진주 개양, 남마산 터미널 등 가는 길에 대해서는 선배들이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담임샘들이 일일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그쪽 방향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귀가한다는 것, 경남꿈키움중학교의 좋은 전통입니다. 귀가 지도가 있은 후, 오후부턴 다시 학생회에서 준비한 신입생 맞이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오늘은 어떤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저도 참가했습니다.
첫번째 경기는 쌍쌍피구였습니다. 두가지 룰이 있었습니다.
1. 무학년제로 동학년은 한 팀이 될 수 없다.
2. 작은 아이가 앞에 서야 한다.
재밌더군요. 큰 애들은 작은 애 뒤에서 허리 숙여가며 따라 다니고 앞에 애들은 팔을 벌리며 뒤에 선배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게임하는 아이들도 구경하는 아이들도 모두 유쾌했습니다.
강당을 두개로 나눠 4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공도 두개씩 하니 정말 정신없었습니다.
피구 경기가 끝났고 다음 경기,
종이 뒤집기!!!
저는 처음 본 경기였는요. 학생회 일꾼들이 저에게 두꺼운 종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노란색 마분지와 빨간색 마분지를 사줬습니다. 아이들이 두 장을 맞대어 일일이 붙였더군요. 그리고는 바닥에 깔아두면 아이들이 자기 팀 색깔이 보이게 뒤집는 경기였습니다. 시간을 정하고 한 것이 아니라 가요를 틀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진행하는 룰이었습니다.
이것도 은근 재밌더군요. 운동 효과는 짱이었습니다. 부지런 뛰어야 이기는 경기였습니다.
강당 양편에서 신나게 종이 뒤집기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종이 뒤집기 경기가 끝난 후,
팀장들을 모아 경기 룰을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바닥에 둥그렇게 앉아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샘들이 지도한다? 이렇게 조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집중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진행하니 훨씬 더 평화롭고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역시! 스스로 하면 더 재밌고 신나는 법입니다.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믿지 못하는 어른의 마음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다음 경기는 "몸으로 말해요"였습니다. 사진의 오른편 아이가 단어를 보여주면 첫번째 아이가 몸으로 표현해서 다음 아이에게 전달합니다. 그럼 그 아이는 그것을 보고 다음 아이에게 전달해서 마지막에 선 아이가 그것이 뭔지 맞히는 게임입니다. 예전에 '가족오락관'에서 많이 했던 게임입니다.
밑에 앉아 구경하는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는 상태로 무대 위 게임을 지켜봤습니다. 말을 하면 안되고 몸으로만 하는 게임이다보니 진짜 웃겼습니다. 답을 알고 쳐다보는 입장에서는 처음 아이의 설명은 완벽한데 아이들을 거치며 달라지는 설명을 보고 있자니 정말 웃기더군요. 1등은 15문제 중 4문제를 맞힌 팀이었습니다. 맞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수 있는 부분입니다.
"몸으로 말해요" 이후 게임은 "무뽑기"
무뽑기?? 무뽑기가 뭐지? 라고 생각했던 저는 게임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팀원들이 스크림을 짜서 앉아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팀이 달려들어 아이들을 매트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경기였습니다. 승부는 가장 빠른 시간에 모두 덜어낸 팀이 이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아~~~! 진짜 이것도 정말 재밌더군요. 남으려는 자와 끌어내려는 자들의 액션이 진짜 웃겼습니다.
마지막 경기는 코끼리 코 15바퀴 돌고 정해진 목표로 돌진하여 지장찍기였습니다.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게임까지 시간까지 완벽히 준비하고 진행한 학생회 일꾼들이 정말 대견했습니다. 모든 게임을 마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을 보고 있는 데 복도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복도로 나가보니...
아이들이 모여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떡볶이를 사 먹으려고 줄 서 있는 아이들.
떡볶이를 하고 서빙하고, 설거지를 하는 3학년 아이들입니다.^^ 물론 담당 선생님께서 음식하는 것을 도와주시지만 운영은 3학년 아이들이 합니다. 첫 날에는 입학 기념, 신입생 아이들은 무료로 라면을 끓여주더군요.^^
누가 중학생이라고 무시합니까?
어리다고 누가 무시합니까?
사람은 나이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나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득하는 지위입니다. 그 사람의 깊이는 오래 살았다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도 나이 드신 분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긴장되지만 자유로운 아이들과 생활하면 저 또한 신이 납니다.
요즘의 저는 학부모 밴드에 아이들 생활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 한다고 다른 일을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기에, 저는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능력있는 교사는 아이들 사진 올린다고 다른 일을 못하는 분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사진 올리느라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합니다. 동료 샘들이 제가 이 일을 맘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은주샘께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계십니다. 저는 아이들 곁에서 함께 노는 일을 하고, 어떤 분은 교무실에서 공식 업무를 처리하십니다. 담임샘들은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계시고 교감, 교장샘들께서는 선생님들이 일을 즐겁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십니다. 같은 교무실에서 일하는 분위기가 좋으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좋으신 분이 다수입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곁에 있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교사와 학교를 믿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와 증거제출을 요구하는 곳들이 많기에 샘들은 아이들 곁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은 업무를 잘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저도 사범대를 다니며 업무처리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잘하는 교사가 인정받고 승진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업무 본다고 아이들 곁에 없었던 분들이 승진하여 아이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리자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시범학교 등 자신의 출세와 관련된 업무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런 관리자가 있는 학교에서 샘들이 신이 날 수 없으며 아이들이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발령관리자들은 이런 시스템에서 승진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내부형, 개방형 교장공모제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교사보다는 재밌는 교사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이고 싶습니다. 다른 샘들은 절 보며 힘들지 않냐고 걱정하십니다.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재밌습니다.^^"
아이들만 저를 보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아이들을 보면 좋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상처받고 짜증나더라도 아이들 덕분에 웃고 보람을 얻습니다.
이런 귀여운 아이들과, 고마운 동료들, 좋은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전 행복한 교사입니다. 전 경남꿈키움중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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