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버스정류장'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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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느 날 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년이 훨씬 남았음에도 말입니다. 그녀는 시골로 들어갑니다. 농사도 짓고 염색도 하며 억척같이 살아갑니다. 그녀가 이제는 어엿한 카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1인 출판사 사장도 하고 있습니다. 잘살고 있지요?


그녀가 운영 중인 카페 이름이 '버스정류장'입니다. 그녀가 사장인 출판사 이름도 '버스정류장'입니다. 어떤 책이 출간된 곳일까? 궁금해 하던 찰나. 이 작고 귀여운 책이 저에게로 왔습니다.


햇살반 아이들


-정장을 입고 교실 문을 들어서는 나는 지금보다 열일곱 살이나 젊다. 교실은 구석구석 깨끗하고 창가에는 화분이 두 개 놓여있다. 호기심과 뒤섞인 일흔 여덟 개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달콤한 공약을 늘어놓는 나.


[햇살반 아이들]은그녀가 젊었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적은 에세이 입니다. 3월달 부터 글은 시작합니다. 


-사는 일이 덧없이 느껴지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만약 그가 교사라면 새로운 기대로 가슴을 데워 볼 수 있는 달이 3월이다....소중한 첫 만남을 하는 장소 치고는, 배정 받은 교실의 모습은 초라하다 못해 살벌하다. 지난 해 이 교실을 썼던 아이들의 잔재가 남아 뒹굴고 작은 움직임에도 먼지가 풀썩거린다.


시골의 작은 중학교입니다. 아이들도 촌스럽고 선생님도 촌스럽습니다. 촌스러운 사람들이 교실에서 만납니다. 학창시절이 생각나십니까? 3월달 새교실에 들어갑니다. 친한 친구도 없고 다들 어색한 분위기, 담임선생님이 누군지 너무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그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라도 걸렸다치면 아이들 사이에 조용한 한숨과 '왜 하필 나에게,'라며 신을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선생님이 들어오기 직전의 교실은 어색함의 극치입니다. 몇 몇 오지랖 넓은 놈들이 큰 목소리로 자기가 교실의 짱인냥 소리칩니다. 가소롭기도 합니다. 


드르륵~~~


교실 문이 들어오고 담임샘이 들어오십니다. 순간 정적.


담임샘은 칠판에 자기 이름을 크게 쓰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교육철학, 쉽게 말하면 이것 안지키면 죽는다는 협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협박을 곧이 곧대로 믿는 순진한(?) 학생은 없습니다. 단지 담임샘께 처음 걸리면 상당히 피곤한 것을 알기에 다들 고분고분하게 앉아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첫 시간이 긴장되고 아이들도 긴장됩니다. 학생을 통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교사에게는 별로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한 놈 잡아 족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함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는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느냐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마 그 교사는 아이들보다 더, 전날 밤을 설쳤는 지도 모릅니다.


박계해 선생님은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작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반에 다같이 쓰는 알림장을 만들고 청소구역도 골고루 배분합니다. 아이들에게 한번씩 외울 시를 나눠줍니다. 아이들은 시를 외우며 청소를 합니다. 남녀학생이 같은 반이지만 아이들의 성향에 맞게 공정하게 학급을 운영합니다.


따뜻한 교사입니다. 이 책에는 3월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이별하는 순간까지 한해의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날들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쑥을 캐서 쑥떡을 해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연극공연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감동적인 영화를 함께 보고, 문제 일으키는 학생과 둘만의 추억꺼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비밀친구를 만들어 서로를 관찰하고 느낌을 나누기도 하고, 반 체육대회를 하기도 합니다. 못된 짓만 하는 아이에게 '집에 가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아이들이 준비한 선생님의 생일파티에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녀의 마지막 종례말을 담아 봅니다.

- 자! 책걸상을 똑바로 맞춰! 그리고 서랍 속에 남은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라. 이 교실에 다른 친구들이 왔을 때 잘 정돈이 돼 있는 게 좋겠지? 이 교실에서 우리가 함께 지낸 생활들이 남은 날들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되겠지? 그리고 알지? 내가 늘 강조하는 말, 자신을 잘 보살피도록 해라. 자! 그러면 가방을 메고 걸상을 집어놓고 한 명씩 나랑 손 한번 잡은 다음 가도록 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됩니다.


술술 잘 읽히는 책입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선생님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교사와 학생, 어른과 아이, 인간과 인간은 만남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꺼리를 던집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과 학생과 교사의 만남은 달라야 하는 것인가? 교사와 학생은 절대 친해져서는 안될, 넘어서는 안될 벽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배우기만 할 뿐,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은 없는가. 최소한 '햇살반 아이들'을 읽고 나면 '아 나도 학창시절 이런 담임샘이 계셨더라면.'이라는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학교는 재미있으면 안되는 곳인가? 학교는 친구를 내신성적의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경쟁만 하는 곳인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어야 하는 곳인가? 졸업장이라는 그 종이가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학생들은 숨죽여가며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참으며 살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책에서 소개된 [햇살반]은 중학교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친구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습니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 모임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그 어떤 담임샘을 만나도 똑같은 색깔을 내었을 것이라 예상은 어렵습니다. 담임샘의 역할은 분명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박계해샘이 담임을 하신 반은 충분히 유들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계해샘은 따뜻하신 분입니다. 개그감도 좋으십니다. 타로카드 점도 잘 보십니다. 예술을 잘하시지는 않지만 예술가들과 충분히 재미있게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기타소리에 맞쳐 즐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시는 분입니다. 오는 손님을 막지 않고 가는 손님은 더 놀다 가라며 막는 분입니다.


아이들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다 들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제안을 하면 충분히 고민하셨습니다. 샘에게 아이들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과 함께 그 교실을 꾸며가는 동지였습니다.


따뜻한 분이 쓰신 책이니 내용 또한 따뜻합니다. 앞 부분 읽을 때는 교사가 꿈인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모두가 다녔던 학교입니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들 말하지만 그 잘못된 학교에서도 우리는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며 나름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학창시절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라며 기억하기 싫다고 해도 당시에 교실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서 데워먹었던 적을 생각하면 친구들이 떠 올라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네 학교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의 교실 이야기 입니다. 이런 교실, 이런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가지고 또 아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박계해 선생님은 이런 부분을 알고 계셨습니다. 책의 제일 마지막 뒷편에 적힌 글이 그녀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보입니다.


-그 시절의 나와 아이들에게, 지금의 나와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누구나 학창시절을 떠 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쉽지만 이 책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습니다. 버스정류장 출판사에 직접 문의를 하셔야 합니다. 혹 책이 필요하신 분은 카페 버스정류장을 방문하시거나 출판사 사장님께 전화를 하셔야 합니다.(010 6576 2398) 책이 필요하다고 거는 전화도 인간다울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 집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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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빈집에 깃들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의 저자이시기도 하신 박계해 선생님을 뵈러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박계해 선생님을 뵈러 집을 나섰습니다.


장소는 경북 상주시 함창읍, 자그마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마산에서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계해 선생님의 책을 모두 읽으며 선생님의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직접 뵙기도 했고 친분이 있기도 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도 박계해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여 모두가 설렘을 안고 출발했지요.


카페는 도로변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외관이 워낙 휘황찬란하여 찾기 싫어도 금방 눈에 띄더군요. 카페안의 인테리어는 실로 재미있었습니다. 구석구석에 좋은 글귀, 잊고 살았던 말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카페는 1층과 2층으로 나눠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1층이 사랑방같았고 2층은 다용도실 같았습니다. 2층에는 옥자씨라는 분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작품 전시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벽에 그 분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손님들은 자연스레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는 형태였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전시회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바깥쪽으로는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어떤 책이든 자유로이 볼 수 있고 원하면 책을 살 수도 있습니다. 창문에 적힌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문구가 와 닿았습니다.


구석 구석에 작게 '카페 버스 정류장'에 관한 깨알 홍보글이 가득했습니다. 알콩달콩 너무 귀엽더군요.


계단에 붙어 있던 한 글귀 입니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글귀였지만 이렇게 대면하게 되니 순간 숨을 못 쉬겠더군요. 사람 한명 한명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제가 보여서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카페 버스정류장은 분명 찻집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차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장소는 아니였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에도 많은 손님들이 오셨지만 박계해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에게 주문을 받고 차를 가져다 주는 일만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하게 말을 거시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약간 믿기어려운, 서투른 타로점을 보시며 상대의 말을 정성스레 들어주셨습니다. 나중에는 이 카페에 차를 마시러 왔는지 사람을 만나러 왔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박계해 선생님이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계해 선생님의 삶이 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이나 의미를 잃으신 분들께는 이 곳, '카페, 버스 정류장'을 추천합니다.


이곳에는 사람이 있고, 정성이 있고, 따뜻함이 있습니다.


저도 마지막 쯤에 타로 점을 봤습니다.


"선생님 제가 내년에도 이곳에 올 수 있을 지 점을 봐주세요."


"네 김샘의 점 봐드리죠. 오! 당연히 온다고 나오네요. 그리고 이곳에 와야 행운이 따른다고 나오네요."


박계해 샘과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1박 2일간 카페, 버스정류장에서 머물렀습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니 박계해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아쉬운 느낌, 다시와요. 가까운 날에^^'


개인적으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태봉고에서 강연을 하실 때 참석하여 강연 듣고 책을 얻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교직생활을 18년 정도 하시고 귀촌하여 농사를 지으시다가 염색도 하시고 지금은 카페를 차려 운영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도 함창읍에 가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카페가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그런 카페가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카페가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소품은 직접 만드시고 주워오시고 기증받은 물건을 재사용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글귀들, 좋아하는 분들의 작품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엽서들, 아이들의 그림들로 카페는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채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카페, 버스정류장'은 말 그대로 쉬어가는 곳입니다.


내가 원하는 버스가 언제 올 지 모릅니다. 그 때 한없이 기다리기만 할 건지, 버스 노선을 다시 확인 할 것인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 들러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레 길이 보이는 곳입니다.


이 곳에는 차와 커피를 팔지만 정작 파는 것은 사람에 대한 정,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2016년 한 해가 가기전에 다시 한번 들리고 싶습니다.


그녀의 버스정류장엔 지금도 사람들이 모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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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동생까비 2016.02.12 16: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익숙한 꼬마손님 둘의 모습도 보이네요ㅎ. 낯선시골을 지나다가도 맘에드는 찻집이 보이면 차세워서 한잔하고 가길 즐기는데. . 이곳도 상당히 매력적인곳이네요.

    • 마산 청보리 2016.02.12 16: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시간내셔서 일부러 가 보시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가시기 전 선생님께서 쓰신 '나의, 카페 버스 정류장'이라는 책을 읽어 보시고 가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2. 버스정류장 2016.02.12 17: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헛!
    부지런 하다고 할 수 밖에.
    홍보하라고 제가 심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3. 전미향 2016.03.08 11: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계해 선생님~~~^^
    저 개운중학교 33회 졸업생 전미향입니다...기억하실런지...
    84년도 중1이었고 그해 겨울방학때..(정확히 85년 1월 눙이 엄청온날)
    귀주랑 순화랑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눈싸움도 하고 선생님 자취하시는 방에서
    라면도 끓여먹음서 추억을 쌓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넘너무 반갑슴다...
    발걸음 향하는 날 들러서 선생님 두손잡고 직접 끓여주시는 커피한잔 마실수 있도록 할게요~~^^
    완전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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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빈집에 깃들다.>라는 귀농 에세이를 출간하며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박계해 선생님께서, 귀농 에세이 2탄, '나의, 카페 버스 정류장'을 출간했습니다. 책에는 어디에도 귀농 에세이라는 말이 없으나 제가 읽어보니 내용이 귀농 에세이입니다. 저자의 동의를 얻진 못했으나 용기내어 감히 이름 붙여 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빈집에 깃들다.'를 미리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빈집에 깃들다.' 책표지 박계해지음/민들레출판/2011.5./11,000원>


보통 교사는 경력이 20년이 되면 연금수혜의 자격이 됩니다. 저자인 박계해 선생님은 교직 경력 18년째에 학교를 그만두고 귀농을 하게 됩니다. 연금을 포기하고 귀농을 선택하신 것이죠. 하지만 귀농의 이유가 '빈집에 깃들다.'는 책을 보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철저한 준비가 아닌 누가봐도 충동적이었으니까요. 


이번 버스정류장이라는 카페를 여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입니다. 하지만 결과론족으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카페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운명이었다. 버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이 집에 반해버린 것, 창에 붙어 있는 '세놓음'이라는 글자에 이끌려 목적지도 아닌 낯선 동네에 내린 것, 집안을 구역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 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기까지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이런 촌구석에 카페를 열 생각을 하다니, 나는 과연 대단한 짓을 한 게 분명했다."


박계해, 그녀의 일상 이야기.


경북 상주시 함창읍이라는 촌에 있는 카페, 사실 다방이 어울리는 곳이라죠. 이 카페의 이름이 버스정류장입니다. 이 책은 카페에서 생활하며 있었던 일을 잔잔하고 소소하게 일상을 담아낸 그녀의 이야기 입니다. 박계해 선생님의 글은 참 읽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 그림이 잘 그려집니다. 저도 이 책을 읽었을 뿐인데 카페의 내부 구조뿐 아니라 그 카페의 분위기까지 아련히 느꼈습니다.






사실 저자는 교직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귀농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학교 선생님들만큼 세상일에 어리숙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교실에서 아이들만 가르치던 분이 뭘 그리 잘하겠습니까. 당연히 그녀는 서툰 농사질에 무던히도 고생을 합니다. 그래도 저자 특유의 느긋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 갑니다. 오히려 한번씩 찾아가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그녀를 더 걱정합니다. 


하지만 카페를 시작하고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우선 이 건물 주인아주머니가 좋아하십니다. 6년간 안 나가던 건물이 세로 나갔고 그곳에 카페가 생겼으니 말이죠. 이제 밤마다 카페에 불이 켜진 것만 봐도 동네가 사는 것 같다며 좋아하시고 어느 새 단골 손님이 되셨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훈화는 계속된다.

"이 자리에서 오래오래 해. 좀 잘된다고 너무 나가지도 말고 안 된다고 동동대지도 말고 지긋이 한 결 같이 해야 돼, 초기투자가 있으니까 3년은 걸려야 순이익이 나오기 시작해. 장사는 수입도 봐야 되지만 나가는 돈도 잘 챙겨서 봐야 돼. 돈은 꼭 애쓴다고 벌리는 것도 아니야. 


꾸준히 변함없이 하다보면 때가 와. 때가 오면 술술 다 풀리니까 조급할 것 없어. 아이구, 내가 또 잔소리 했지? 이러지 말아야 되는데."하며 스스로에게 꿀밤을 주는 태도까지가 멋진 인생선배의 모습이다. 되새김질 할 수록 단맛이 나는 말씀이 아닌가. '이 자리에서 오래오래, 좀 잘된다고 너무 나가지도 말고 안된다고 동동대지도 말고, 지긋이, 한 결 같이...'(본문중)


그리고 초짜인 저자에게 이런 저런 말씀을 주십니다. 본인은 잔소리라고 하시지만 듣는이는 달콤하게 말을 되새깁니다. 그 순간, 그 곳에 없었지만 두 여인의 대화가 참 편안합니다. 사람사는 곳은 저런 곳이 아닐까요?


모두에게 열린 카페, 버스 정류장


이곳에는 다양한 사연의, 다영한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삶의 무게를 느끼고 힘겨워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 신나게 와서 즐기고 가는 연극반 아이들, 20년 지기 교사극단<조명이 있는 교실> 선생님들, 마을의 어르신 삼총사, 시모임 멤버들, 그리고 그녀의 딸과 아들..


그렇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의 삶의 정류장입니다. 누구나 와서 편하게 차 한잔하며 음악을 듣을 수 있습니다. 책을 보고, 넉살좋고 푸근한 주인장과 부담없이 대할 수 있습니다. 한번씩 울고 싶을 때, 사람이 그리울 때, 하소연 하고 싶을 때, 또 다른 삶을 만나고 싶을 때, 자연스레 사람들은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그 곳에는 아침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사람을 기다리고 향하는 주인장이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카페 내부


카페 버스 정류장은 재미있는 꺼리가 참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카페에 가면 구석구석 사람들이 남긴 이쁜 글, 가슴 아련한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책에도 감동적인 내용이 소개가 많이 되어 있습니다. 주인장이 재미있는 제안을 한 구절이 있습니다.


"자신의 애송시를 손 글씨로 적은 엽서로 보내주세요. 언젠가 당신이 오시면 당신이 보내준 엽서가 카페의 어느 자리에선가 반기며 기다리고 있겠지요. 주소 : 경북 상주시 함창읍 구향리 169-19, 카페 버스 정류장 앞"


이 부분을 볼 때 조용히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손글씨로 엽서를 한 번 써봐?' 별 일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안으려는 주인장의 시도가 신선했습니다.


카페, 버스 정류장은 허름하고 고급스럽진 않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속 가수도 있고, 카페 주제곡도 있습니다. 음악회도 하고, 작품전도 가능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입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글을 남깁니다.


"이 책은, 나의 위치를 알리고 나의 생존만을 생각하는 횃불, 듣는 이의 피로감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북소리다. 좋은 삶, 성공적인 삶, 의미 있는 삶, 바람직한 삶을 멀리에 두고 차든 책이든 팔고 봐야겠다는 뻔뻔한 외침이다. 머지않아 나의 경솔함을 후회하리라. 미숙, 현실, 재영, 일다, 그리고 나무야, 고맙다."-본문중- 


따뜻한 책입니다. 저자는 누구나 원하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아이들은 도시에 둔채 귀농하여, 통장 잔고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하지만 농사일이 도저히 만만치 않음을 알고, 직접 염색한 옷을 팔고, 강의를 나가며 삶을 연명합니다. 옷가게도 처분하고 별 생각없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자신의 시선을 끈 한 건물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계약을 합니다. 건물 손질을 직접 하며 또 다른 신체적, 육체적 한계를 경험하지만 결국 가게를 열고 운영합니다. 


어찌보면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하는 저자의 삶입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은 카페를 하며 잘 살고 있다고, 내가 사는 공간은 이런 곳이다,라며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냅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한 듯 느껴지십니까? 나만 홀로 떨어진 것 같으신가요? 나만큼 실패한 인생도 없다고 좌절하고 계신가요?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을 추천드립니다. 힘겹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이 만족스럽다면 책을 들고 실제 카페를 방문해 보세요. 저자의 친필 사인과 인간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남자라서 잘은 모르겠으나 친정 어머님이 계신다면 이런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가져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의 실제 따님은 결단코! 이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모두에게 삶이 똑같을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행복의 조건이 이 정형화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권하는 삶의 방향만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삶도 있습니다. 이런 만남도 있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책, '나의, 카페 버스 정류장'을 추천합니다.


<글이 공감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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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명마루한의원 2015.02.26 22: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꼼꼼한 서평 잘 보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2. 최홍열 2015.02.27 09: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기사보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이 책 저도 사서 보고 싶은데 대형서점에는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어디서 구매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마산 청보리 2015.02.27 1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문고에서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인터넷 서점에도 입고될 것 같네요.^^ 진주문고에 전화주시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 최홍열 2015.02.27 14:14 Address Modify/Delete

      답변 감사합니다. 경남까지 가기는 힘들고 인터넷 서점 기다려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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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등 동부 경남 FM 95.5

진주 등 서부 경남 FM 100.1

<스피커를 켜시면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방송 파일입니다.


마산 진동초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학생수가 550여명 쯤 되는 중견 학교입니다. 

▲ 학교입구입니다.


 사진의 왼편에 보시면 인도로 보이는 좁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어떤 보차분리가 없습니다. 보차분리란 보행공간과 차량공간이 물리적으로 구분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도 단지 노란실선만 그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의심스럽습니다.


▲ 학교앞 대로입니다.


원래 육교만 있었습니다. 이번에 횡단보도가 생겼는데요. 신호등이 있으나 속도를 제한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습니다. 60km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속도 준수하는 차량, 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 곳으로 초등학생들이 바로 나오는 곳입니다. 


속도방지턱, CCTV 없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속도방지턱과 속도측정하는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인근 파출소와 합포구청관계자분(저번에 실시된 심포지움에서)께 구두로 직접 요구하셨다고 합니다. 돌아온 답변은 "이 길은 국도라서  마음대로 안된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현 창원시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대체 예산이 얼마고 어디에 쓰이는 것입니까? 안전, 안전 외치지만 공허한 염불로 들릴 뿐입니다.

▲ 진동 초등학교 앞 대로의 신호등은 모두 3구짜리입니다. 즉 회전구간이 모두 비보호 입니다.


학교 앞 신호등은 모두 3구짜리입니다. 즉 모두 비보호 구간입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 학교 후문쪽입니다. 이 길로 올라가면 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까지 차량이 다닙니다. 


학교 후문으로 가봤습니다. 이 곳은 후문에서 더 올라가면 진동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이 길로 다닙니다. 이 곳 또한 보차분리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 도서관 입구입니다. 뒷편에 학교건물이 보입니다.

▲ 학교 정문 앞 도로입니다. 넓습니다. 등, 하교시 차량이 많아질 때 아이들 안전이 걱정됩니다.


제가 조사하러 간 날 보니 학원차량들이 교문안에 정차해 있다가 아이들을 싣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서 특별히 그런 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학교안이라도 차라리 정해진 장소에 학원차량이 정차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께선 학원차량이 있어도 아이들이 자기 학원 차량을 타기 위해 달려 오기 때문에 보기에 아찔하다고 걱정하셨습니다.


▲ 모두 비보호 입니다.


▲ 학교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는 인도입니다.


인도입니다. 보차분리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주정차가 가능한 점선구간입니다. 차들이 주, 정차가 되어 있다면 보행자는 어디로 다녀야 합니까?

▲ 학교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습니다.


열심히 복무중이신 경찰 공무원분들. 노고가 많으십니다. 혹시 이 곳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서가 학교 바로 앞에 있는데 뭐했냐는 질타는 당연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안전을 위해 조금만 더 신경써주시길 바랍니다. 

▲ 인도입니다. 버스 정류소가 이렇게 위치해 있습니다.


창원시에 이런 곳이 있네요. 버스정류장입니다. 버스 번호가 많이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실제로 버스가 서는 곳같습니다. 그런데 인도에 있습니다. 대체 이 지역의 인도와 차도는 어찌 되는 겁니까? 보행자는 어찌 다녀야 합니까? 정말 차량 중심의 도로설계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불안해서 아이를 보내겠습니까?

▲ 차량들이 우회전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 우회전, 좌회전 하는 구간에, 볼라드가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을 단지 바닥에 선하나로 표시한 곳에,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는 곳에마저 안전시설이 없습니다. 볼라드라도 박아 두면 그나마 안전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예산이 없나요?

▲ 볼라드입니다.


법적으로 스쿨존 안전속도는 30km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로를 끼고 있는 곳은 60km, 70km인 곳도 봤습니다.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랍니다. 좋습니다. 어쩔수 없다고 하죠. 그럼, 그 속도를 규정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운전자들의 인식이 문제라구요? 시설이 먼저 아닙니까? 왜 이곳엔 속도 방지턱도 없고 속도제한 CCTV도 없습니까? 국도라서요? 그럼 국도에서 사고나면 다르게 대우하나요?


하물며 초등학교 앞인데 보차분리가 안되어 있습니까? 차 안에 앉은 사람은 옆으로 부딪혀도 빽미러만 나가지 자신은 다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행자는 엄청난 사고를 당합니다. 강한 차 위주의 길이 되어야 할까요? 상대적으로 약한 보행자 보호 위주의 길이 되어야 할까요?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관계기관에서는 스쿨존 안전진단 다시 해주십시오.


인도와 차도의 보차분리! 신경써 주십시오.


신호등, 비보호 회전 구간 등 시스템 적인 한계에 대한 대책을 세워 주십시오.


횡단보도 등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곳에 안전시설을 확충해 주십시오.


보행자 안전 관련 예산을 꼭! 확보해 주십시오.


현재 창원시의 예산이 쓰이는 곳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전 자세히는 모릅니다. 단지 마산에 가포신항 만들고, 큰 배의 운행을 위해 준설토를 파내고, 그 준설토로 해양 신도시라고 하는 것을 밀어붙히기 식으로 만들며 사용될 예산이 4,000억 정도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4,000억...


스쿨존 정비하는 데 얼마의 예산이 필요할까요? 




<다음 조사 학교는 완월초등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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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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