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나를 찾아 4,300km를 걷다.

마산 청보리 2017. 5. 10. 07:00

김광수님의 책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는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청년의 삶을 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합니다. 회사 생활도 합니다. 말그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를 흔든 친구의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넌 요즘 행복하니?"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난 말문이 막혀 답을 하지 못했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침묵이 오래 흘렀지만 나는 그 침묵을 깰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회사생활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문득 그 친구의 물음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 나는 지금 행복한가?" 회사를 7년이나 다녔지만 7년 전의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본문 중)

저자는 2014년 8월 중순, 7년동안 젊은 날의 열정을 쏟은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천 킬로미터가 넘는 머나먼 길을 가로지르는 트레일<PCT(Pracific Crest Trail)>. 그는 '나는 행복한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미국 3대 트레일, 가장 왼쪽이 PCT코스>

-"Almost There(거의 다 왔어.)!" 그 길 위에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항상 들려오던 말, 힘들고 지친 친구를 위해 항상 외치던 말, 하지만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정작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은 그 길 위에서 만난 친구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합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사진, 책 앞부분에 소개된 트레일 정보 등이 아주 친절하고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도 같이 트레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들게 합니다. 그만큼 현실감 있는 책입니다. 408페이지에 이르는 책입니다. 저는 매일 밤, 자기 전 이 책을 읽어 근 일주일만에 다 읽었습니다. 밤마다 트레일을 한다는 기쁨에 책의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길을 가며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추억들, 목이 너무 말라 고통스러운 순간에 만난 트레일 매직, 트레일 엔젤을 만나 보낸 즐거운 시간들, 뭐니 뭐니해도 트레일 하며 만난 경이로운 자연들. 저자는 트에일 초기 무릎이 아파 고생을 합니다. 그만둬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걸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으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같은 길 위에 있었지만 허영을 좇느라 놓친 것들, 순수한 아름다움과 자유 그리고 나 자신, 내려놓고 보니 비로소 하나둘씩 눈에 보였다. 저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내려놓는 길, 2부 깨달음의 길, 3부 즐거운 길, 4부 우정의 길, 5부 다시 시작하는 길, 소제목도 아주 잘 지었습니다. 1부의 고통스러운 출발에서, 5부의 끝나감이 아쉽다는 표현까지, 5개월을 길에서 보낸 그가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토록 찾던 행복,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다. 이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지난 날 그저 당연하다 생각하고 잊고 지내던 작은 일상의 소중함이다...나는 이제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았다. 단순히 행복한가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치관을 정립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기쁨의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삶 속에서 내가 얼마나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고 기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저자는 5개월을 걸으며 14kg이 넘게 살이 빠졌으며 부족한 영어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하이커박스 갱 조직(?)도 만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한국인과 일본인을 만나며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엄청난 모기떼와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육포와 초코바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그리워 혼자 울기도 하고 손수건에 흙탕물을 몇번이고 걸러서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지점까지 자신과 마주하며 걸어갑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의 감동은 특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며 삶의 목적을 잊고 사시는 분들, 인생의 참 가치가 궁금하신 분들, 여행의 또 다른 이유를 찾고 싶으신 분들, 힘들게 일하면서 그 보람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우리는 열심히 산다고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뜬 구름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48킬로미터를 거의 쉬지 않고 걸었다. 몸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시작부터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던 무릎도 이젠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그 덕분에 다른 근육이 발달해 피로를 덜 느끼는 듯하다. 시에라 구간의 오르막 구간을 트레킹 폴 없이 걸은 것도 아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아직 뭐가 변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도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걸까? 이 길에 서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길의 끝에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길의 끝이 궁금하신 분, <나를 찾는 길>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냥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광수님이 5개월을 걸으며 알게된 것을 우리는 이 책 한권을 읽고 접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5개월은 인생을 걸만한 길이었습니다. 우리 자신도 자신의 삶을 만나기 위해 이런 길을 걷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를 알아야 삶이 보이는 법입니다. 나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을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필요합니다. 5개월을 걷지는 않더라고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함께 느껴보시지요.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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