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언니를 가사도우미로 둔 동생, 참 너무하네.

인구 13억, 서해의 꽃게를 싹쓸이 해가는 나라, 줄 안서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여행객, 사드 덕분에(?) 관광객이 급감한 나라, 롯데마트 영업을 정지한 나라. 어떤 나라인지 아시겠는지요? 그렇습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저의 경우, 만만디(천천히), 되놈, 짱깨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값싼 물건, 오래 못 쓰는 물건, made in china 등 3류 문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니 중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번에 기회가 되어 중국 젊은 작가 8인의 대표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책 한권으로 중국을 평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과 다르지 않은 중국

이 책에는 우리에게 낯선 ‘70후’, ‘80후’ 작가들의 ‘집’을 주제로 한 최신 작품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70후, 80후란 70년대 말, 80년대 말에 출생했다는 뜻입니다. 즉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이 중국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소설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현 중국의 가족관, 중국인들의 생활상, 한국보다 자본주의에 더 깊이, 잔인하게 적응하며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아픔에 대해 ‘집’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풀어냅니다.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장웨란의 <집>은 한 집을 생활터로 두고 있는 유복한 부부와, 그 집에 일하러 오는 가정부의 이야기입니다. ‘부부의 금실이 좋지 않구나.’라는 정도만 읽혔는데 마지막 반전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36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그 내용은 중국의 현실을 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어찌 전개될지 더 궁금했던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인 황베이쟈의 <완가 친우단>은 ‘완씨 성을 가진 가족들의 친목회’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톡 단체방 같은 것입니다. 친척들이 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안부를 묻고 서로 즐깁니다. SNS 활동의 장점과 단점을 알 수 있으며 그 내용이 한국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단지 SNS 활동을 소개하는 작품이 아니라 중국의 가족관과풍습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의 반전 또한 대단했습니다. 


쟝이탄의 <투명>은 이혼 후 아들이 있는 연인과 함께 사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왠지 <완가 친우단>과 <투명>을 읽으며 중국인들의 결혼관이 우리나라보다 더 자유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명>에서 전처를 원망하지 않는 ‘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나’ 그런 나에게 새로 다가온 연인인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내 아들을 사랑해요. 당신도 아이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살면서 결혼 같은 거 안해도 좋고, 당신이 출근하지 않아도 돼요. 집에서 책 보고 글 쓰면서 우리를 돌봐주면 내가 당신을 먹여 살릴께요. 당신이 아이를 인정만 한다면,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만 하면 돼요.(본문 중)


물론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중국에서의 여성권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여성이 더 당당하며, 여성을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하는 사회, 퇴근하며 장을 보는 남자를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중국이라는 나라의 호기심이 더 들었습니다.


추이만리의 <관아이의 바위>라는 작품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평범한 가족이야기는 아닙니다. 관아이(주인공)는 과거의 사실을 점차 알아가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왠지 이 작품을 읽으며 ‘설마..진짜?’라는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우쉬안푸의 <가사도우미>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더 잘 버는 유복한 여동생이, 경제적으로 힘든 언니를 가사도우미로 두는 이야기입니다. 언니가 가사도우미인 것은 합의한 내용이지만 동생이 언니를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냉정합니다.

-나는 분명히 돈을 지불했고, 언니는 와서 나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규칙과 제약이 필요할 것 같아. 그녀는 저녁 식사를 할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언니와 협상을 좀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언니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우수하고 완벽한 가사 도우미로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래, 적당한 접점을 찾아서 언니랑 얘기를 해봐야겠어.(본문 중)


가깝지만 먼 나라, 중국

<집과 투명>은 가족이야기를 중국 젊은 작가 8인이 다양한 색깔로 펼쳐놓은 단편집입니다. 분명 한국의 단편과는 다릅니다. 더 훌륭하다, 못하다의 뜻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분명 오랜 기간 중국과 우리나라는 연을 맺어 왔습니다. 동등한 관계라기보다 종속적 관계가 더 오래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로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제주도에 오지 않으니 훨씬 여유롭고 깨끗해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100% 중국의 잘못인 것도 아닙니다. 사드배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데 중국이 화낼만하다고도 생각됩니다. 


상대의 생각을 알기 전에 무조건적인 공격을 하는 것도 실수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급속한 공업화와 이로 인한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가족관의 변화, 도시와 농촌의 격차, 태어난 세대별 갈등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설책 한 권 읽고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 같기는 하나, 적어도 <집과 투명>을 읽고 나서 중국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소설은 분명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레 미제라블을 읽고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이해할 수 있듯이,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인들도 책을 많이 읽는 모양입니다. 중국 최고의 문학잡지 <인문문학>은 백만 부가 넘게 발행된다고 합니다. <인문문학>에서 8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나온 책이 <집과 투명>입니다. 읽는 내내 스릴 있었고 반전은 충분한 고민꺼리를 줬습니다. 책의 프롤로그를 소개합니다.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이 가장 최근에 중국에서 발표된 작품들로서 가장 참신한 오늘의 중국 문학을 대표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시대가 지난 식은 밥 같은 작품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풍성하고 신선하면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식탁인 셈입니다. 사랑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 이러한 시도는 시작일 뿐입니다.(프롤로그 중)


이 책 한권으로 중국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 졌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일본에 대해서는 여러 책과 자료를 접하며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문학을 접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소설은 어느 나라든 영혼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닌 중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집과 투명>입니다.

집과 투명 - 10점
장웨란 외 지음, 김태성 외 옮김/예담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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