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학교 포스터
마산 YMCA에서 특별한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아빠가 행복해 지기'라는 모토로 시작된 '아빠학교'입니다.
이 시대의 아빠들이 직장생활에, 육아에, 부부대화 등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으나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힘들어 한다고 판단하여 지역의 아빠들을 위해 개설한 강좌입니다.
지난 화요일(7월 8일)에 홍세화씨의 '좋은 아빠, 세상읽기에 나서다.' 를 시작으로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주에는 '자녀와의 대화법', 다음 주에는 '부부대화법', 이렇게 3강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시간 홍세화씨와의 만남부터 소개할까 합니다.
▲ 지역의 방송사에 인터뷰 중인 홍세화 선생님, 나이가 많이 든 모습에 짠 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하는 질문 "왜?"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엄마'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많은 말은? 애석하게도 '아빠'가 아니라 '왜?' 였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우리나라 아이의 경우가 아닙니다. 유럽의 아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떨까요. 적어도 두번째 많은 말이 '왜?'가 되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너무나 두렵고, 궁금한 것이 많고, 알고 싶어서 '왜?'라는 질문을 합니다. 즉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의 답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님들은 '왜?'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답하지 않습니다.
"몰라도 돼, 크면 알게 돼, 엄마에게 물어봐, 아빠에게 물어봐. 조용히 해!" 등의 말로 아이의 생각확장을 막습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소중하게 '왜?'라는 질문을 용기내어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답이 아니라 입막음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생각은 여기서부터 차단됩니다.
▲ 마이크를 잡고 강의가 시작되자 엄청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것인가?
더불어 홍세화씨는 아빠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아버지들의 생각은 아버지들의 것입니까?"
아무도 답이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질문의 뜻을 몰라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홍세화씨의 말은 계속됩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뜻대로 살려면 어떻해야 할까요? 자신의 생각, 가치관이 서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 가치관을 충분히 세울 수 있는 환경입니까? 아니 부모님들, 특히 아버님들은 자신의 생각이 뚜렷히 서있습니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빠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빠들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내용들, 정의라고 생각하시는 것들이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까? 혹시 언론이나 학교, 어른들로부터 보고 들은 것을 자기의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자신의 생각, 가치관이 형성되려면, 세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첫째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합니다. 책은 말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강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 내용을 토대로 열린 자세의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을 하지 않으면 고집만 생깁니다. 토론은 논리를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셋째 이 후 자신으로 다시 돌아와서 성찰하고 숙고하여야 합니다. 이 때 자신의 생각, 가치관을 가지게 됩니다. 아빠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나요?"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주체적인 삶입니다. 그럼 반면에 객체적인, 자신이 삶의 주인이 아닌 경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주입에 의한 삶입니다. 흡수에 의한 삶입니다. 주입은 국가의 교육에 의해서, 흡수는 대중매체에 의해서 주로 이루어 집니다. 아빠들의 생각은 어떻게 형성되었습니까?"
▲ 진지하게 청강중인 아빠들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멍~했습니다. 지금까지 내 삶의 주체는 나이고 나의 생각은 확실한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홍세화씨의 말씀을 들으니 그제서야 이미 형성된 나의 생각이 어디까지가 나의 생각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주체와 객체는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자신의 성찰과 외부 환경의 자극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객체에 너무 치중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사회시간에 '자본주의'에 대해 정확히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까? 인류의 노동시간의 변화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왜 우리는 꼭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 모르고 있을까요? 자신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생각의 확장차원에서 접근하셔야 합니다. 아이의 '왜?'라는 질문을 허투로 반응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마시고 대등한 인격체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권리를 제약당하며 자랍니다. 수동적으로 자랍니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확장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
"아빠들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매를 키우십니까? 아이들끼리 1박 2일이라도, 아니 당일이라도 남매 둘이 여행을 보내보십시오. 물론 일정과 계획 등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맡겨 보십시오. 아빠는 단지 돈만 주시면 됩니다. 다녀온 아이들은 부쩍 자라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자율성은 큰 힘을 가집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왜?'라고 물으면 성실해 대답해 주십시오. 엉뚱한 질문을 하면 더 엉뚱한 대답을 하십시오. 아이들의 질문에 백과사전식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자연스레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이와 단 둘이 있을 때 자연에 대해, 현상에 대해, 아이의 마음에 대해 자연스레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생각을 확장하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아빠들이 해야 합니다."
▲ 강의가 끝난 후 자유로운 질문, 답변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까지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긴 시간의 강의였습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아빠들의 진지하며 열정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아빠학교의 첫시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돌아가시는 아빠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습니다. 화가난 표정이 아니라 뭔가 계속 생각하는 듯한 표정들이셨습니다.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 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빠들이 새로운 고민꺼리를 안은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빠들이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순간, 아이들은 보다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 것입니까? 당신 스스로의 공부와 토론과 성찰을 통해 형성된 것입니까? 아니면 TV, 신문, 학교 교육을 통해 형성된 것입니까?
다들 자신의 삶을 살으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말 또한, 당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남을 의식하고 나를, 우리 가족을 비교하는 순간, 그 생각은 이미 당신의 생각이 아닙니다.
당신의 삶, 삶의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주 강의는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입니다. 벌써부터 이번 강의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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