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그녀들은 공순이가 아니라 노동자였다.

특별한 사진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습니다.


이름하여 '마실꾼들의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


제목도 참 정답습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1993년 마산 수출자유지역(현 자유무역지역) 동양통신(후에 소니전자)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입사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갓 입사한 그녀들에겐 너무나 열악하고 힘든 노동의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그녀들의 삶은 너무 고달펐습니다.


힘들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었고, 공순이라는 사회의 시선에 쪽팔리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유일한 즐거움이란 점심 식사 후 언니들이랑 수다떨며 마시던 커피 타임 뿐이었죠.


너무 힘들었고 너무 쪽팔렸지만 꾹 참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힘들고.. 서럽고.. 눈물이 날 때도 많았지만.. 언니, 동생들이 있어 힘을 내고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이리 살끼가! 우리도 여행가고! 답사하고! 공부하며 의미있게 함 살아보자!"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였고 아이디어를 짜내며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녀들은 이것을 '마실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일상은 너무 힘들었지만 한번씩 가는 '마실'은 그녀들에게 사막속 오아시스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첫 마실을 무학산 1박 2일 캠핑(?)으로 시작했던 그녀들의 용기는 날로 날로 대담해져갔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을 공부하여 현장을 가보고, 신라의 역사를 공부하며 1년 동안 경주를 다녀왔으며 지역을 알기 위해 우포늪에 가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삶을 경험하기 위해 윤구병교수님의 변산공동체 마을도 다녀왔습니다. 거창양민학살을 공부하여 거창을 가기도 했습니다. 장승을 공부하겠다며 전국의 장승만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한해, 두해...여러 해가 지나며 어느 새 가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들의 마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마실이 어느 덧 21년...


그녀들은 자신들의 추억을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프로작가들이 아닙니다. 프로 사진사들은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우리들의 이웃들입니다.


우리들의 흔한 옆집 아줌마고, 아는 친구들입니다.


그녀들은 부끄럽다고 말합니다. 


사진전을 기획한 이유도 너무나 소박했습니다.


친구들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때 함께 했던 '동지'들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사진전을 계기로 옛 친구들을 만나 끝나지 않은 추억을 들쳐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천천히 사진을 둘러봅니다.

▲ 공장에서의 점심시간입니다. 이 때의 커피는 얼마나 맛있었는지요. 힘들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첫 마실인 무학산에서의 사진입니다. 꽃띠때의 사진입니다.

▲ 가족들이 점점 늘어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그녀들을 막을 순 없습니다. 아이들을 업고도 마음만은 청춘입니다.

▲ 이쁜 공주도 태어나고 지금 하기엔 부끄러운 포즈도 취해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담근 발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했습니다.

▲ 이렇게 귀여웠던 세 딸이 이만큼 자랐습니다.

▲ 순간순간이 작품입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부부'라는 작품입니다. 왼편에 뜨게질 하는 손이 그녀의 손이고, 오른편에 실을 풀어주는 손이 남편의 손입니다. 남편은 쇠쟁이입니다. 그의 손가락에서 세월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목이 멘다고 합니다.

▲ 전시회가 끝났는 데 지나가시던 분이 너무 분위기가 좋다며 직접 클래식 기타를 가져와 연주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 21년전의 여성 노동자들이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그녀들의 미소속에 행복함이 가득합니다. 부럽습니다.


그녀들의 '마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뭘해예. 이번에 하는 것도 부끄러버 죽겠구먼, 아입니더. 다음엔 못합니더. 이번의 경험도 정말 영광이라예."


회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하시던 회장님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행사를 소개하는 회장님의 글입니다.


그리고, 이십년...마실꾼들의 이야기


그 때

우린 소니전자 공장에서 만났습니다.

공순이란 이름이 쪽팔렸던 시절, 우리는 공순이 대신

노동자로 살고자 했습니다. '동지'란 이름이 없었다면

오늘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우리에겐 햇살과 바람아래 춤추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납 연기 자욱한 형광등 불빛아래 우리들 꽃띠 청춘을 

묶어두기엔 너무 싱그럽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지요.

그렇게 시작되었던 우리의 숨구멍은 이십년을 이어 오늘

주부로, 직장인으로, 엄마로, 아내로, 늦깎이 학생으로

살아가는 사십대에게 여유와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마실꾼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연필과 붓질을 연마하고 있는 이는 그림을 그린다 했고요.

아이들이 올망졸망 딸리고 때론 뱃속에 품고, 업고서

더디게 가는 걸음에 조급증 내지 말고 되돌려 느림의

의미가 되자고 사진 찍기를 택했지요.


가까운 둘레길을 걸어도 우리들 다양한 시선은 각자

개성있는 삶을 응시하리라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사진기조차 다룰 줄 모르는 어설픈 카메라

렌즈는, 투박한 손으로 누른 셔터에서 무엇을 고정시켰을까요?

할머니화가가 되고 싶다며 배우기 시작한 붓질에선 무얼

그렸을까요?


마실꾼들의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에 붙인

회장 하 영 란


<덧붙여. 그녀들의 마실이 궁금하신 분은 5월 29일까지 창동 아고라 광장 1층, 창동 예술촌 아트센터로 가시면 언제든 그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입장료가 얼마냐구요? 그녀들의 삶은 값을 메길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삶이니까요. 꼭! 한번 들리셔서 우리들의 추억과 우리들의 삶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녀들의 삶이 곧 우리들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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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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