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권정호 교육감 후보의 출마 선포식을 보며.

마산 청보리 2014. 5. 2. 09:00

2014년 5월 1일 오전 11시 태봉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권정호 전 경상남도 교육감이 출마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첫 번째 정책발표도 함께 했습니다. 

▲ 태봉고 앞에서 출마선포를 하고 있는 권정호 교육감 후보


첫째. 경남교육 '청렴도 전국 1위'를 꼭 되찾겠습니다.

둘째.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당당한 일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셋째. 학교폭력 대책으로 초등학교부터 '폭력예방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해병대 전우회, 특수임무유공자회,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 등 애국 사회봉사단체들과 협약을 맺어 '학교안전지도관'을 운영하겠습니다.

넷째. '공, 사립 대안학교 활성화'로 아흔 아홉 명뿐 아니라 마지막 한 명의 행복한 배움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권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 앞서 진도 여객선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진주외고 폭력 희생자 및 유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권정호 전 교육감이 뒤늦게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경남교육감 선거는 4파전이 되었습니다. 현 교육감인 고영진 후보가 곧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가운데, 일찌감치 98개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교육감 후보로 선정된 박종훈 후보, 그리고 창원대 법대 교수 김명용 후보에 이어 권정호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좋은 교육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교육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많아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권정호 후보의 출마선언은 준비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우선 특정학교(태봉고) 앞에서 출마선언을 한 것입니다. 오전 11시는 학생들의 정규수업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엠프를 켜서 마이크로 발언을 하고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는 형태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권 후보측은 발언 중간 중간에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으니 최대한 정숙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의 말을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학교 안에서 들어보니 엠프 소리가 다 들렸습니다.


둘째, 학교 앞 기자회견에 대해 태봉고 가족들은 상당히 염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태봉고가 권 후보를 지지하는 형태로 비쳐질까봐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이를 우려하여 태봉고등학교 송원식 학교운영위원장 등 학부모 대표들이 현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송원식 태봉고 학교운영위원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상당히 유감을 표합니다. 저희는 학교 앞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어제 오마이 뉴스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을 하는데 해당학교 가족들에게 사전에 전혀 의견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을 볼모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방해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심히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태봉고 설립에 권정호 전 교육감님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으며  "태봉고가 선거에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저희들은 태봉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십시오. 학생들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 저렇게 구경을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회견 도중 마침 쉬는 시간이 되자 앰프 소리를 들은 일부 아이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 쉬는 시간 엠프 소리를 듣고 구경 나오는 아이들을 타일러 들여 보내고 있는 학부모.




"사실 어제 기사를 보고 오늘 아침까지 권 후보 측에 장소 변경을 요청했었습니다. 태봉고가 배경으로 필요하다면 대형 사진을 걸고 그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권 후보 측에선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장소 변경 요청과 '대형사진을 활용해달라'는 제안에 대해 "태봉고에서의 출마선언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고 이미 언론에 보도 자료도 배포되었기에 변경하기 힘들다. 그리고 선거법에 위반이 되지 않으니 큰 문제가 없다" 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송원식 학교운영위원장은 정말 안타깝다는 이야기와 함께 "선거법만 생각하고 아이들 교육은 생각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토로 하였습니다. "출마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태봉고 가족들과의 소통도 안되는 상태에서 교육감이 되신다고 하였을 때 과연 교육 가족들과 소통이 잘 될지 의문"이라며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한편 백명기 태봉고 교무부장은 "저희도 입장이 상당히 난처합니다. 교육청에도 학교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저희는 학생들과의 교육활동에만 전념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태봉고가 선거에 이용되어 아이들과 학부모 등 태봉고 교육가족들 모두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까봐 염려됩니다."고 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학교 활동 중에 교문 앞에서의 출마선언이 과연 불가피했는지에 대해 권 후보님께 직접 물었습니다.


"지금 시국이 세월호 애도의 상황이라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저희는 이곳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가 학교를 이용하려 했다면 강당이나 운동장을 빌렸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학습권을 고민하여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권정호 교육감 후보


기자회견 자리엔 많은 언론사 기자들과 지지자들이 모였습니다. 권 후보 측에서도 상당히 고심을 하여 자신이 임기 중에 설립한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를 출마선언 장소로 선택하고 일을 진행한 것 같습니다. 


권 교육감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발이 늦은 편입니다. 그만큼 마음이 바쁠 것 같기는 하지만 발표한 정책들을 보면 보다 나은 경남교육을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정책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출마기자회견은 학교와 학부모, 학생 등 학교의 주체들을 최우선 순위로 배려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학부모 대표들께서 강조하셨던 말씀이 맵돕니다. 


"우리 학교는 이번 선거와 무관합니다.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각자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태봉고가 특정 후보의 선거에 이용되는 모습은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권정호 교육감의 첫 출발이 매끄럽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로 교육자로서 사소한 한 가지부터 챙기고 실천하는, 그런 교육자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까요?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랍니다. 오늘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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