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고등학교 소풍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마산 청보리 2014. 3. 17. 08:57


 아쿠아리움 앞에서 단체사진
ⓒ 김용만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은 우리학교 현장체험학습(소풍)날이었다. 우리 반은 일찍이 부산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결정하고 미리 티켓을 구매한 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발 2주 전부터 학급회의를 거듭했다. 우리반에는 특별히 잔치부라는 것이 있다. 잔치에 관련된 일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예를 들면 학급 단합 체육대회, 반 친구들 생일 이벤트, 현장체험학습 등이 주요 일이다. 이번에도 잔치부 부장 은이가 나섰다.

"이번에 소풍가서 뭐하면 좋을까?"
"진이 모래에 빨리 묻기 하자!"

와하하하하. 한바탕 웃었다.

"여러분 아쿠아리움에 가면 바로 옆이 해운대 백사장이기 때문에 모래를 활용한 놀이를 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상품은 선생님이 푸짐하게 준비할 테니 잘 준비해 보세요."
"네!!!!!"

아이들의 대답이 우렁찼다.

회의가 끝난 뒤 반장 희와 잔치부장 은이가 와서 얘기했다.

"선생님 이번에 놀이는 모래를 활용한 모래 높이 쌓기와 모래 깊이 파기 등이 어떨까 싶은데요. 그리고 상품으로는 '야자 면제권', '자리 선택권', '짝지 선택권', '빽빽이 면제권' 등을 친구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오야 수고했다.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게."
"네!"

해운대까지 가는 방법도 논의 대상이었다. 해운대역으로 가는 시외 버스를 타고 가자, 개인적으로 가자, 부모님 차를 타고 가자, 지하철을 이용하자는 등 의견이 많았다. 이 부분도 아이들과 협의하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두 모여 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사상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까지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모든 부분은 학급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소풍에 관한 모든 내용이 정리되었고 최종본을 발표했다.

"우리의 일정입니다. 10월 11일 오전 9시까지 마산 합성동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모입니다. 조별로 이동함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조장들은 잊지말고 이동시에 조원들을 꼭 챙겨야 합니다. 9시에 버스를 타고 사상으로 이동합니다. 사상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에 갑니다. 예상도착시간은 11시입니다. 도착하여 아쿠아리움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관람합니다. 그 후 식사 및 자유시간 1시간을 가지고 오후에 게임을 합니다. 게임 종목은 조별 미션 포토, 개인전, 조별 단체 놀이가 있습니다. 모든 놀이 후 상품은 개인이 직접 뽑을 겁니다. 질문 있습니까?"

"없습니다!!!"
"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금요일 아침9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봅시다!!!"
"네!"

사실 우리 반에 신경이 쓰이는 아이가 2명이 있다. 한명은 소풍에 올지가 걱정인 친구이고 또 한명은 와서 놀이에 즐겁게 참여할지가 걱정인 친구이다. 출발하기 전 날까지 이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날이 밝았고 9시에 약속장소로 갔다. 아이들은 밝은 미소로 기다리고 있었고 함께 동행하기로 하신 상담 선생님 정성희 선생님도 와 계셨다.

"선생님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2반과 함께 라서 아주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성희 선생님은 우리반 아이들을 잘 알고 계신다. 우리반에 상담실에 자주 들락거리는(?) 아이들이 좀 많아서이다. 우리반을 잘 아시는 선생님께서 동행하시는 것은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네 그럼 출발하죠."

헐레벌떡 영이가 와서 소리쳤다.

"선생님 두 명이 안 왔습니다."
"뭐? 누구누구?
"진이와 은이입니다."

걱정했던 진이가 오지 않았다. 은이는 늦잠을 잤다고 한다.

"어서 전화해봐라."
"네 지금 택시타고 오고 있답니다."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두 학생은 10분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고 한 소리듣고 모두 버스에 타고 출발했다.

출발할 때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고 아이들은 시외버스에서 전세버스 마냥 즐겁게 놀았다. 부산에 도착했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우린 아쿠아리움을 신기하고 즐겁게 구경했다.

점심을 먹고 놀이를 시작했다. 놀이는 미션 포토부터 시작되었다. 미션 포토는 조장이 미션을 뽑으면 그 미션에 적혀있는 미션을 수행한 사진을 찍어 우리 반 밴드(스마트 앱)에 올리는 것이다. 미션을 소개하자면 ① 모르는 연인과 사진찍기 ② 비둘기 새우깡 먹이는 것 사진찍기 ③ 조별 단체 공중부양 사진 찍기 ④ 흰색 갈매기 찍기 등이 있었다. 그리고 조별 놀이로는 모래 높이 쌓기, 모래 깊이 파기를 했다.


 모래 깊이 파기에 도전중인 아이들.
ⓒ 김용만

"자 지금부터 5분 간 모래 깊이 파기를 하겠습니다. 시~~~작"
"와!~!!!"

아이들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몰입하여 열심히 팠다. 물론 상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였겠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이 왠지 뿌듯했다. 남학생 4명으로 구성된 조가 우승했다.

"대단한데. 이렇게 깊게 파다니."
"선생님 이기 바로 상남자 아입니꺼!"
"수고했다. 자 상품을 뽑아~~~ 보세요."

▲ 상품을 뽑는 아이들 모래 깊이 파기에서 우승한 조의 아이들이 상품을 뽑고 있다.
ⓒ 김용만

"아싸! 자리 선택권이다!"
"선생님! 빡빡이 면제권은 뭡니까?"
"아 그걸 뽑았군요. 빽빽이 면제권 흉내낸... 쉽게 말해 꽝! 입니다."
"우하하하하. 고소하다!!"

아이들은 또 한번 웃는다.

이 후 모래 높이 쌓기를 했고 개인전으로 원안에 신발 차 넣기, 닭싸움을 했다.

▲ 원안에 신발 넣기에 도전 중인 아이들. 유일한 남녀 통합 개인전이었다. 원에 가장 가까이 찬아이가 우승이었고 예상을 깨고 여학생이 우승하였다.
ⓒ 김용만


▲ 닭싸움 개인전을 하고 있는 아이들. 개인전이라 그런지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 신나는 놀이 한판이었다.
ⓒ 김용만

어느 덧 시간은 훌쩍 지났고 귀가시간이 되었다. 귀가 때도 버스 시간 맞추느라 허겁지겁 달려서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사실 가까운 곳에 가서 그냥 아이들 풀어두면 소풍이 편하다. 하지만 이렇게 편한 소풍은 그 날만 편할 뿐이지만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거리는 없다.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고생은 많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모든 수고는 또 다른 희망이 되어 보람이 생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이번 소풍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소풍을 아이들은 쉽게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학창시절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도 교사의 일이겠지만 잊지 못할 추억거리도 함께 하는 것 또한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다를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모습이 이 나이 아이들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다. 함께 신나게 놀 수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모든 활동을 끝내고 찍은 단체사진. 아이들은 오늘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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