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창원에 갔었다.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근처에 큰 서점이 있었다. 30분 정도 보내기에 서점은 참 좋은 곳이다. 다양한 책들을 보고 있었다. 눈에 띈 책이 있었다. '마산' 제 5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란다.
첫 장을 펼쳤다.
김기창
경남 마산 출신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장편소설 '모나코', 소설집'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크리스마스 이브의 방문객'등을 썼다. 2014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가 마산 출신이었다. 나도 마산사람이다. 뭐지?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목차를 펼쳤ㄷ가.
프롤로그, 1부 가고픈 도시, 2부 술과 꽃의 도시, 3부 불타는 도시, 에필로그, 작가의 말, 발문(천정환), 추천사(천현우)
책을 스르륵 펼쳐보았다.
'마산'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산'이 배경인 소설이었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이야기였다. 책을 고를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집에 와서 그날부터 책을 읽었다. 매일 밤 읽었다. 오늘이 3일차다. 다 읽었다. 묘하다.
내가 태어난 곳이 마산 양덕동이라는 것을 이번 설에 알았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내 기억에 아주 어릴 적 놀던 동네가 있었고 학창시절은 창원에서 보냈다. 대학 시절부터 마산에 다시 나와 살았다. 썩 기분 좋은 이사는 아니었다. 즉 내 기억속에 마산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창원에서 쫓겨나온 듯한 동네였기 때문이다. 이런 마산에 상당히 오래 살고 있다. 어느 새 마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졌다. 2010년 마창진이 통합되었다. 이후 마산시, 진해시는 사라졌다. 난 여전히 마산사람이다.
소설은 흥미로웠다. 1970년대 자유무역지역이 흥할 때 마산과 1999년 IMF를 맞았던 마산, 2021년 지금의 마산까지, 다양한 인물들 삶이 소개된다. 신기했다. 내가 아는 곳들이 계속 나왔다. '어 이 가게는 창동 그 가게 아닌가? 어 월영동??? 어 돝섬??? 어 광암해수욕장?'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착각이 들었다. 신기했다. 그만큼 현실적이었다.
책은 한번에 이해하긴 어려웠다. 책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내 문제다. 한번에 연결해서 읽지 않으니 매일 밤 책을 펼칠 때마다 인물들이 새로웠다. 노화와 관련된 부분으로 해석된다.
책 마지막에 저자가 감사하다고 적은 분들 성함 중에 아는 분들이 계셨다. 이것도 신기했다.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은 400페이지 정도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이 만약 한 권이 아니라 10권으로 나왔다면 마산을 배경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역작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도 해 본다. 내가 마산에 살아서가 아니다. 한국사의 주요 사건에 마산이 끼어(?)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6.25전쟁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의 어원이 등장한 진동리 지구 전투부터 1970년대 수출자유지역으로 인한 경제성장, 4. 19의거, 부마민주항쟁, 1987년 마창노련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대투쟁, 3당 합당으로 인한 보수화까지, 정말 굴곡이 많았던 도시다.
나도 마산사람이지만 잊고 있었다. 마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의미를,
김기창 작가 덕분에 내 고향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마산싸람 뿐 아니라 NC 다이노스 팬,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간만에 가슴 뜨겁게 읽었던 소설이다.
'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읽었습니다. (1) | 2025.12.11 |
|---|---|
| 문형배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0) | 2025.11.26 |
| 정해연 작가 신작 '매듭의 끝' (0) | 2025.09.15 |
| 어른 김장하 ,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고 (4) | 2025.08.29 |
|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0) | 2025.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