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딸아이와 서점에 갔습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지만 한 번씩 오프라인 서점에 갑니다. 서점 특유의 분위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책을 사러 온 많은 이들을 보면 왠지 대한민국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베스트셀러란에 '호의에 대하여'가 꽂혀 있었습니다. 지나치며 제목만 봤습니다.
'아 저 책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님께서 적으신 책이구나.'
읽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면 일부러 하지 않는 특이한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 학교에 와보니 도서관에 이 책이 꽂혀 있었습니다. '헉! 학교에서 언제 샀지?' 자연스레 손이 갔고 읽었습니다.

문형배 작가님(편의상 작가로 칭하겠습니다.)께서 이 책을 위해 일부러 새로 적은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전에 이미 문형배 작가님께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셨고 블로그 글들이었습니다. 문형배 작가님의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이야기 가 그것입니다. 들어가 봤습니다.
소탈했습니다. 일부러 힘을 쓴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독자를 위한 글 느낌보단 본인을 위한 기록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문형배 작가의 1998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작성해서 2006년 9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1,500여 편 중 120편을 선별하여 묶은 글을 일부 수정하고 새로운 원고를 덧붙인 책이었습니다. 책은 3부로 엮여 있습니다.
문형배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한 책 내용입니다.
'1부에는 일상에 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나무 이야기, 특히, 자작나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된 사연을 눈여겨보았으면 합니다. 2부는 독서일기입니다. 참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여러분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3부에는 사법부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담았습니다. 사법부에 현안이 생겼을 때 썼던 글을 정독해 주십시오.'
솔직히 1부 초반을 읽을 땐 특별함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특별함을 기대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판결을 하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저의 개인적 바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문형배 작가님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은 글을 스스로를 빛내려고, 본인의 특별함을 알리려고 쓰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책의 '여는 말'부터 중간중간 계속 언급되는 '김장하'어른과 본인이 읽었던 책들 소개, 지인분들과의 추억, 아내님께 꾸중 들으셨던 일까지, 그냥 옆집 할아버지 같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 착한 사람도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대한민국 사법부에 바라는 내용까지, 그의 인생을 모두 담을 순 없으나 그의 생각은 대부분 담긴 책입니다. 특별하지 않고 어렵지 않으며 편안합니다. 문형배 작가님께서 TV 인터뷰 한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이 서두르지 않았고 목소리 톤도 일정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의 말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책 마지막 문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문형배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을 그전에도 응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더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작고 평범한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작가님의 삶에 저 자신을 반추하게 됩니다.
삶의 방향이 정하지 못하신 분들께, 평범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시는 분들께, 일상의 위대함을 잊고 사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입니다.
'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해연 작가 신작 '매듭의 끝' (0) | 2025.09.15 |
|---|---|
| 어른 김장하 ,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고 (4) | 2025.08.29 |
|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0) | 2025.07.19 |
| 숏츠, 릴스보다 책을 읽고, 읽고 싶은 이유 (2) | 2025.05.29 |
| 영화수업 입문서, 영화로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 (3) | 202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