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부터 4월 19일까지 4박 5일간 김해금곡고는 전교생이 로드스쿨(길위의 학교) 활동을 하러 떠났습니다. 1학년은 제주도 올레길 걷기, 2학년은 제주도 자전거 일주, 3학년은 충남 홍성 홍동마을에 갔습니다. 로드스쿨은 김해금곡고의 특별한 교육과정입니다. 신체적 한계를 느끼며 자연을 느끼고 자신을 보며 주위를 돌아보는 활동입니다. 김해금곡고는 단지 체험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체험을 통해 성찰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교육이 이루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매일 활동이 끝난 뒤 그 날 활동에 대해 돌아보고 같이 이야기 하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전교생이 로드스쿨을 다녀온 후 자신의 경험, 느낀 점, 개선 점 등을 정리하여 발표를 합니다. 저는 올해 1학년과 함께 했습니다.
로드스쿨 기간이 세월호 추모기간과 겹쳤습니다. 로드스쿨 떠나기 전 주, 4월 12일 학생회에서 세월호 추모식을 준비해서 진행했었습니다. 학생회는 노란 손수건을 준비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주었고 추모 글귀를 적자고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란 손수건을 달고 로드스쿨 활동에 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전교생, 전 선생님은 동의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노란 손수건을 달고 로드스쿨 활동에 임했습니다.
작년 4기 학생들은 제주도를 4박 5일간 100km를 걸었습니다. 엄청난 기록이었습니다. 해서 올해 1학년(5기) 학생들도 선배들을 따라 100km를 걷자며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말이 100km지, 15명 학생들이 전원 100km를 걷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 의견을 존중하며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설마?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학생들을 말릴 이유는 없었습니다.
첫 날 활동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대화하며 신나게 걸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것을 학생들은 몰랐습니다. 이만큼 걸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걸었고 하루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숙소 1층에 모여 하루를 나누었습니다.
1학년 로드스쿨의 핵심 질문은 두가지 였습니다.
1. 자연(제주도), 길(올레길) 그리고 질문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몸, 타인, 그리고 나'를 찾는다.
2. 나는 로드스쿨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와 성장을 하였는가?
이 기본 질문을 가지고 매일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개인적으로 적고 다 적은 후 한명씩 돌아가며 발표했습니다. 3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연과 길 위를 걸을 때 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나요?(구체적으로)
2. 자연과 길 위를 걸을 때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기억할 만한 사람과 경험이 있나요?
3. 자연과 길 위를 걸을 때 몸과 타인을 통해 떠올린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 3가지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20분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답을 적었습니다. 다 적은 후, 20분이 지나면 같이 모여 각자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은 경청했습니다.
걷고나서 피곤하고 힘든 상태였지만 학생들은 마지막 활동에도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의 의미, 중요성을 설명했고 이 활동이 로드스쿨의 핵심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과정 속에서 자연과 자신, 그리고 타인을 돌아보는 것이 로드스쿨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셋째 날이 되며 아이들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학생들이 나왔고 중간에 포기할 순간도 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친구들이 기다려요. 저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요." "선생님 제가 포기하면 친구들과 완주를 못하는 거잖아요. 저 끝까지 걸을래요." 선생님들은 몸이 한계에 이르면 멈추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말렸지만 학생들은 걸었습니다. 당연히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부축하며 같이 걸었습니다.
선생님들만 학생들을 도운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끼리도 서로 부축하며 함께 걸었습니다.
뒤에서 학생들을 보며 걷는 데 코끝이 찡할 때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실제로 로드스쿨 기간 중 6명 정도의 학생들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끝까지 하고 싶은 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속상하다고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우니 옆에 친구들도 같이 울었습니다. 발목에 붕대를 감고, 물집이 터져 밴드를 붙여가며 끝까지 걸었습니다.
1학년 로드스쿨은 세월호와 제주 4.3 사건을 안고 갔습니다. 우리 활동과 겹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저희는 일부러 올레길 코스에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넣었습니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에서 북촌리 관련 영상을 보고 위령비와 각명비 앞에서 추모를 했습니다. 그리고 순이삼촌비와 애기무덤을 보며 진지하게 제주의 근대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설명하는 선생님은 엄숙했고 설명을 듣는 학생들은 진지했습니다. 제주 4.3은 아픈 우리의 현대사 입니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견학하고 우리는 계속 걸었습니다.
결국 4박 5일간 장장 90km 정도를 김해금곡고 5기 학생들은 전원 완주했습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완주한 것은 김해금곡고 개교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 걸은 뒤 해내었다며 환호하는 학생들과 대견하게 학생들을 지켜본 선생님들의 표정이 감격스러웠습니다.
김해금곡고는 올해 개교 5년차가 된 어린 학교입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르는 학교'라는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노력하시고 이런 학교를 응원하고 지지하시는 학부모님들, 그리고 열심히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입니다.
로드스쿨을 다녀 온 뒤 2학년 학생을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고생했다. 자전거 타는 것은 괜찮았냐?"
"네 선생님 힘들었지만 뿌듯했어요. 같이 해낸 친구들이 멋졌어요."
"로드스쿨 다녀왔으니 이제 여유가 좀 있겠네?"
"아니요. 로드스쿨 발표 자료 준비해야 하고요. 과목별 과제 준비해야 해요. 우리학교는 너무 바빠요."
대안학교라고 하면 공부 못하고, 의욕없고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배움에 소흘하고 자유로운 학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김해금곡고는 학생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며 오직 체험활동만 추구하며 대충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아닙니다. 대학진학이 목표가 아니기에 그에 맞는 치열한 교육활동을 진행하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 읽고 토론하는 학교입니다. 편하게 학교 생활하고 싶다면 김해금곡고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김해금곡고는 일반학교처럼 대학진학에 맞춘 다양한 교과를 배우는 곳은 아닙니다. 대신 삶에 꼭 필요한 부분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비판적 사고와 철학', '인간과 환경', '실용수학', '공중보건', '운동과 건강', '보건 간호', '시장 경제의 이해', '세계 역사와 문화', '미술 감상과 비평', '영어독해와 작문', '생활과 과학', '한국사', '매체미술', '삶과 철학', '음악연주', '문학', '체육', '철학 원전 읽기', '옷만들기', '컴퓨터 출판 디자인', '일본어', '그래픽 디자인', ' 영화제작', '수학' 등 교과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4박 5일간 로드스쿨은 전교생이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로드스쿨 가기 전의 학생들과 다녀온 후 학생들은 분명 달라져 있습니다. 학교 교육활동 중 4박 5일은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김해금곡고는 이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 과정, 결과에 많은 정성을 들입니다.
내년 로드스쿨도 기대됩니다.
학교의 대안이 아니라 삶의 대안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 이곳은 김해금곡고등학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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