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김해금곡고등학교 이야기

김해금곡고등학교의 우당탕탕협동조합을 소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24. 3. 28. 08:58

지난 3월 21일(목)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당탕탕협동조합(아래 우탕협)의 빈티지 의류 판매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그것입니다. 우탕협은 김해금곡고에서 의욕적으로 설립한 영리 목적의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이 많고 학교 협동조합도 많지만 김해금곡고의 우탕협은 비영리 단체가 아니라 영리가 목적입니다. '대안학교에서 영리 목적의 협동조합을 도전한다고?'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3년간 학생들을 건강한 성인으로 길러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교육활동만 하는 것도 벅찹니다.

회의 중이신 조합원분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공립대안고등학교입니다.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올해 개교 5년째입니다. 1기, 2기 졸업생들을 보며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대학입시를 목표로 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학교, 건강한 성인을 길러내는 학교인데, 실제 학생들이 졸업하면 선택지가 있는가? 결국 대학 진학 아니면 취업뿐인데 학교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서 우리는 '고등학교 4학년, 아니 그 이상의 과정을 준비하자'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대학 진학이나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취업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같이 준비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설립된 것이 '우당탕탕 협동조합'입니다. 

방송 중

 우리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김해금곡고 졸업생들이 졸업 후 선택지를 넓혀주자는 것입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인생이 뜻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며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직장에 취업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학생이 자신이 원하고,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의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안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졸업 후 우탕협에 취업할 수 있게, 우리가 일자리를 창조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설립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자본금이 없습니다. 해서 기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빈티지 판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빈티지 의류는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입지 않는, 아니 입지 못하는 옷들을 기부받았습니다. 3월 17일 저녁 7시에 온라인 판매를 했고 2차 판매가 3월 21일, 저녁 7시,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서 했습니다.

실시간 방송 화면

 협동조합원인 부모님들께서는 오후 1시에 학교 오셔서 기증받은 옷들을 검수하시고 다림질하시고 일일이 번호표를 붙이셨습니다. 방송을 위한 조명 설치, 카메라 설치 등도 모두 직접 하셨습니다. 저녁 7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고 10시에 방송이 끝났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준비하신 분들은 모두 녹초가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셨고 허리 통증, 발목 통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쉬지 않으시고 주문된 제품들을 일일이 포장하시고 택배 보낼 작업을 하셨습니다. 주문자와 입금액을 정산하시고 매출까지 모두 정리하셨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니 밤 11시가 되었습니다. "와! 우리 오늘 매출액이 30만 원예요! 1차 매출액을 모두 더하면 80만 원 정도 됩니다!" 박수 소리가 터졌습니다. 저도 기쁨의 손뼉을 쳤습니다. 기뻤습니다. 동시에 짠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부모님들은 거의 재능기부 수준으로 본인의 시간을 내어 이 모든 일들을 해내었습니다. 어떤 에너지로 이 일이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해서 현재 우탕협 이사장인 김해금곡고 1기 졸업생 강성민 이사장님과 인터뷰했습니다.  

 
- 우당탕탕협동조합은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2023년 2월 28일 학교에서 운영된 우당탕탕동아리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17일 우당탕탕협동조합은 설립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대학 말고는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을까?'라는 대화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대학이 아닌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소개와 연결을 넘어 경험과 기회를 직접 줄 수 있는 직장 곧 내가 일할 곳을 내가 만들어 보겠다'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분들과 김해금곡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 영리 협동조합인데 비영리로 안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우탕협의 설립 목적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불안감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 외 선택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또, 인턴십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영리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추구하시는 협동조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해금곡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혜택을 줄 수 있는 협동조합, 그리고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 누구나 참여 가능한가요? 조합원의 의무와 혜택이 무엇인가요?(회비 포함)

"저희 우탕협은 조합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시고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1좌에 10만 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우탕협에서 진행하는 몇몇 사업은 조합원이 아니라도 이용하실 수 있지만 조합원들에겐 할인과 같은 혜택과 학생이라면 UDT 인턴십 같은 조합 내 활동들을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도전한 사업과 앞으로 어떤 사업을 고민 중이신지?

"우당탕탕동아리부터 시작한 첫 사업은 교내카페 및 마사 자전거 카페 운영입니다. 교내카페는 학생주체로 넘겨주고 마사 자전거 카페는 수익성이 떨어져 철수하였고 청(소)년 밴드 페스티벌과 농촌 활성화 지원센터 SNS 관리대행을 시도했으나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현재는 '림과 함께'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변 관광자원을 활용한 공정여행프로그램 제작 및 운영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김해 행복마을 공동체 조성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

"저희 우탕협은 저 같은 청년은 물론이고 함께 도와주시는 어른들조차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도움이 있다면 능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당탕탕협동조합 설명회

 앞서 소개해 드린 것과 같이 현재 우탕협의 강성민 이사장은 김해금곡고 1기 졸업생입니다. 본인의 미래 뿐 아니라 후배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접 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하신 학부모님(린다 박)과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빈티지 의류 방송의 취지는 실패의 경험입니다. 빨리 실패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다시 찾아 걸어야죠. 우탕협의 씨앗자금을 만드는 것도 목표였습니다."
 
- 이번 빈티지 의류 판매를 진행하시며 인상적인 면이 있었다면요?

"일부러 자연스럽게 방송 현장을 노출해서 김해금곡고 학생들이 보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차 판매는 학교에서 진행했습니다. 딱 적중했습니다. 아이들이 앞에서, 옆에서 흥미롭게 보더군요. '이러면 됐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무언가를 꿈꾸어 보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닌 부모들도 같이 노력한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 우탕협 협동조합원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으실까요?

"저 자신의 성장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제 자신의 성장엔 무관심했었어요. 온통 관심의 대상이 아이였는데 조합원으로서 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결국은 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이에게도 자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우탕협의 앞으로 방향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실패를 많이 하는 게 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탕협은 해보고 싶은 꿈의 실현 과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몸으로 경험하고 부딪치고 실패해 보고, 그렇지만 공동체의 힘으로 다시 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죠."
 
- 고등학생 학부모들은 모두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으십니다. 불안해하실 부모님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부모님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시지만, 아이들만큼 본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부모의 뜻대로, 목표대로 아이를 만들어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인생이 제 인생은 아니잖아요. 특히, 남들 보는 시선 때문에 틀 안에 가두는 학원 순례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교육 현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보니 사고의 깊이와 내적 성장이 느껴집니다.

아이 인생에서 주체는 아이 자신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학부모는 제발 뒤에서 응원과 격려만 해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요. 부모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노력해야죠. 왜 아이에게만 요구하나요? 아이는 과연 부모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좋은 대학을 나오면 인생이 꽃길로 이어질까요? 정작 아이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결정도 못 하고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어요. 그 대가는 부모도 책임지게 될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아이들에게만 공부를 강요하고 좋은 학교 가길 바라지 말고 부모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처음 해보는 부모 역할에 대해 사회적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인 제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학교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소중한 내 아이가 성적, 숫자만으로 결정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내가 잡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때론 놓치기도 하고 못 잡는 날도 있지만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담고 싶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김해금곡고의 도전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축하받아야 할 청년의 사회 첫걸음 해결을 위해 단위 학교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이나 취업 외 다른 길을 고민하고 실천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 '우탕협'의 앞날은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과정으로 여기며 묵묵히 한 걸음씩 옮기고 있습니다. 적어도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며 용기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우탕협의 행보를 관심 가지고 지켜보려 합니다. 이 도전이 김해금곡고만의 활동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르는 학교, 본인 삶의 주체로 건강하게 스스로 서는 학생을 기르기 위해 애쓰는 김해금곡고 우탕탕탕협동조합에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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