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오늘의 교실은 야구장이다!!

마산 청보리 2014. 1. 28. 15:13


1학기 2차고사가 끝이 났다.

선생님들도 문제내랴 채점하랴 바쁘지만 가장 분주한 상대는 아이들이다.

1등은 1등대로, 꼴등은 꼴등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은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이다.


이번 시험은 좀 특별했다. 9반 담임이신 전희원 선생님께서 시험치기 몇 주 전에 아이디어를 내셨다.

“우리 이번 시험 마지막 날 단체로 야구 보러 가는 건 어떨까요?”

때마침 NC다이노스(이하 NC)의 홈경기가 잡혀있었다.

“오 좋은 생각인데요.”


사실 마산에선 야구에 거의 광적인 팬들이 많다.

교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애들이 좋아할까요? 애들은 아마 PC게임을 더 좋아할텐데..”

“우선 한번 모아보죠.”

약 50여명의 아이들이 모였고 담임선생님 4분이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 계속되는 비소식..

조마조마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천둥에 엄청난 소나기에 날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4교시가 끝나고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하늘도 우릴 돕는데요.”

선생님들 표정엔 이미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되었고 우린 마산 야구장에 모였다.

사실 아이들은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경기 규칙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고 NC의 선수들이 누군지도 몰랐고 더군다나 야구장의 백미인 응원문화를 모르는 아이들이 거의 다였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아는 이는 단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우린 입장했고 경기를 관람했다.

이 두 명의 열정 덕분에 약간 외야에 앉은 우리들도 차츰 응원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나성범 안타!!! 이호준 홈런!!!”

응원 구호를 따라 외치며 목이 쉬도록 응원하는 아이들. 그 속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나 또한 열심히 응원했다.


덕분에 우린 이벤트에도 당첨되어 치킨 교환권도 받았고 카메라에도 몇 번 잡히는 영광(?)을 누렸다. 경기 전 이미 야구공도 몇 개 주운 아이들도 있었다.





정말 처음 온 것 치고는 상당한 수확이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진행되었다.

1점 도망가면 1점 따라오고 역시 넥센은 보통팀이 아니었다.

경기 중 엄청난 함성과 한숨들.

아이들은 묻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선수는 왜 그냥 나가는데예?”

“응 공에 맞았잖아. 공에 맞으면 그냥 나가는 거야.”

“선생님 병살이 뭡니꺼?”

“응 한 번에 두 명의 타자가 죽는 것을 병살이라고 해.”

“선생님 사람들은 왜 저 선수를 좋아하는데예?”

“응 저 선수가 젊고 잘하기 때문이지.”


점차 야구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고 답해주고 경기규칙을 설명하고 열심히 듣고, 이 속에서도 교육활동은 일어나고 있었다.

드디어 시간을 흘러 9회말 투아웃. 점수는 4:3! NC가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고 타자 2, 3루에 타석에는 넥센의 아니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인 강정호가 있었다.


한 구 한 구에 온 정신이 집중되었고 3볼카운트 까지 갔다가 결국 삼진으로 잡았다. 이때의 감동이란. 서로 얼싸안고 난리였다. 우리반, 너희반이 없었다. 모두가 하나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희열을 맛본 것이다.

아마 야구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PC방이나 노래방, 잠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야구를 보며 야구를 잘 아는 친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스포츠의 룰을 알게 되었으며 응원문화와 스포츠맨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친구의 새로운 면을 확인 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임마이거 야구 도사네.”

“마 니 멋지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교실에선 거의 말이 없는 한이와 언이였다.

이 친구들은 지속적인 응원과 여러 정보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켜보는 나 또한 흐뭇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다르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다양한 분야의 소질에 대해 완벽히 알기 힘들다. 아이들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하다보면 이런 부분들을 알 기회가 생긴다. 아이들의 다양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의 미소와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렇게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과 생활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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