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정시 100% 확대, 유일한 대안인가?

마산 청보리 2019. 11. 11. 21:39

정시 100%가 학생들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잣대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로 한 말씀 드립니다. 일반학교에서 수업하는 내용을 열심히 공부해서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저도 정시 100%에 찬성합니다. 허나 현재 수능 문제는 학교 교육만 제대로 받은 학생은 만점을 받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수능은 누구에게 유리할까요? 한 댓글을 봤습니다. "현장의 교사들이 수능 만점 받을 수 있도록 교재연구를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 교사들이 무능하다!!"...

 

학원샘들이나 과외샘은 가르치는 것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샘들은 가르치는 것 외에 잡일이 아주 많습니다. 저도 교사가 되기 전 학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환경이 훨씬 좋았습니다. 

 

학원에는 공문이나 안전교육, 성교육, 학부모 동원, 학생동원, 체험학습, 행사, 민원, 감사, 인권교육, 인성교육, 계기교육 등을 안해도 됩니다. 사교육에서는 오직 교재연구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학교 교사들이 무능해서 학교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못받는 것일까요? 교사들이 가르침에 집중할 수 없는, 학교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형태 때문일까요. 

 

저는 수능이 줄세우기가 아니라 자격시험이 되길 바랍니다. 1등급 학생을 뽑아서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10등급 학생을 가르쳐서 1등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전문가 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은 성적이 1등급인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함이 아니라 말그대로 인재를 선발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선발 내용은 개천에서 용은 커녕, 개천조차 메마르게 합니다. 

 

4차 혁명과 미래 직업을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선발하는 구조 자체가 공정한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독일은 2차대전 패망 후 학교 교육 시스템이 크게 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도 일제시대 학교 시스템이 남아 있습니다. 공부머리가 뛰어난 학생도 우등생이지만 운동 잘하거나, 노래 잘하거나, 공감 잘하는 학생도 우등생입니다. 정답을 잘 고르는 사람이 출세하는 세상이 어찌 되는 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보면 결론은 나옵니다. 

 

나만, 내 자식만 잘 되는 세상이 아닌, 다양함을 인정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학교만 잘 다녀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학교가 학원과 다른 점은 인성교육을 하는 곳이다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학교는 단지 졸업장이 필요해서, 사교육에서 열심히 연마한 것을 좋은 성적으로 보답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정시 100%로로 갑시다. 그렇다면 특정 지역에 살거나, 특정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아닌, 재력과 정보력을 겸비한 부모를 둔 학생들이 아닌, 자기가 다니는 학교 생활 잘하고 학교 교육만 잘 받아도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런 시험이라면 동의하겠습니다.

 

집에서도 못 가르치는 것, 학교에 요구하기 전에, 사회에서 잘못한 것, 학교로 책임 전가 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부터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야심한 밤. 괜한 넋두리 좀 풀었습니다. 쉬운 직장이 어디 있겠냐만은...선생질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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