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YB에게 쓰는 편지.^^

마산 청보리 2019. 9. 3. 19:00

<사진 김광신>

솔직히, 최근 블로그에 글쓰는 활동이 뜸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블로그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헌데 오늘! 간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 아이들과 같이 먹습니다. 밥 먹는 시간은 모두에게 평화(?)로운 시간이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1학년 여학생들과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근데 밥을 같이 먹던 YB 학생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용샘, 요즘 왜 블로그에 새 글을 안 써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헉! 어떻게 알았지?'

 

"응. 그래 샘이 요즘 새 글을 쓰는 게 뜸하지."

 

"글을 써 주면 좋겠어요. 저요. 샘 블로그에 일부러 방문한단 말이예요. 샘 글을 읽으면 재밌어요."

 

"오! 그랬구나. 그럼 우선 예전 글도 함 보렴. 예전 글도 재밌는 게 많아."

 

"네. 용샘, 고맙습니다."

 

같이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돌아오는 데 YB의 질문이 계속 귓가를 멤돌았습니다.

 

'저는 샘 블로그에 일부러 방문한단 말이예요...'

 

고마우면서 뭉클했습니다. 해서 오늘 글은 YB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간지럽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YB야. 용샘이야. 오늘 너의 질문이 샘을 기쁘게도, 부끄럽게도 했단다. 일부러 시간을 내 줘서 샘 블로그에 방문한다니..사실 이런 팬(?)은 정말 간만이거든.^^;;

 

샘은 요즘 YB의 생활을 눈여겨 보고 있단다. 너도 느끼지? 2학기 개학하고 우리 부쩍 대화를 많이 했잖아. 친구들과도 같이 하고 개인적으로도 이야기 하고..샘은 YB가 대화를 할 때 진지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너무 이뻤단다. 샘을 어려워하지 않고 이야기 해주는 니가 고맙기도 했고.^^.

 

샘이 말했지. 넌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남의 말에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고. 어제 주열기 시간에 우리 옆에 앉았잖아. 사실 샘이 일부러 YB옆에 앉은 거야.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었거든. 바로 이거였지.

샘도 우연히 이 사진을 발견했는데 꼭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YB가 의도치 않게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았어. 하지만 너는 일부러 상처를 줄 아이가 아니라는 것, 샘은 조금 알고 있거든.

 

집을 떠나 먼 곳에 있는 학교까지 혼자 와서 힘듬이 많았다는 것..당연히 예상할 수 있어. 스치지나가며 인사할 때도 분명 웃고 있는데 그 속에 외로움이 묻어 있는 것을 샘은 보았단다. 샘은 단지, 넌 억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꼭 말해 주고 싶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는 반대로 너무 외로워서..너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지. 샘은 YB는 충분히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해. 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야.ㅋㅋㅋㅋ

 

우리 이제 같이 방과 후 활동도 하기로 했고, 난타반에서도 계속 만나잖아. 샘은 YB가 지금의 모습보단 내년이, 그리고 내후년의 모습이 더 멋질 것이라고 확신해. 어찌 아냐고? 너의 진실함을 알기에 그래.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샘은 좀 빨리 알게 된 거야. 워낙 많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어.^^

 

샘이 YB의 모든 고민을 다 해결해 줄 꺼라고 말하진 않을께. 자신도 없고, 하지만 이 것 하나만은 약속할 수 있어. YB가 샘을 찾을 땐, 항상 곁에 있을께. 너무 외롭거나 속상하거나 하소연할 사람이 없으면 그냥 샘을 찾아와. 샘은 YB의 든든한 친구가 되고 싶어.

 

샘 혼자 생각이지만 우리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금은 많이 친해진 것 같아. 그래서 기분이 좋다. 너도 샘과 비슷한 기분이면 좋겠어. 내일 또 학교에서 만날꺼고, 이 편지를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샘은 지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오직 YB를 위해서 편지를 쓰고 있어. 샘 나름 파워블로거야. 내 블로그에 편지를 쓰는 건 진짜 처음이다. 영광으로 알어 이것아.^^

 

샘이 말했지. 삶은 견디는 거라고, 우리학교에서 3년은 견디고 졸업을 하면 자신도 모르는 새 훌쩍 커버린 자신을 만나게 될 꺼라고.. 중학시절은 모두에게 불편한 시기일수도 있어. 이 시기에 믿을만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같다.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 

 

완벽한 사람보단 따뜻한 사람이 되자. 잘난 사람보단 위하는 사람이 되자. 탓하는 사람보다 돌아보는 사람이 되자. 다음에 밥 먹을 때, 이 글이 좋은 이야깃꺼리가 되면 좋겠구나. 나 자신을 먼저 아끼고 믿고 사랑한다면 세상에 외로운 일은 많이 줄어들꺼야.

 

암튼 YB 덕분에 간만에 재밌는 컨텐츠가 탄생했네. 이 글이 인기 있으면 우리 학교 전교생에게 공개 편지를 써볼까 해.ㅋㅋㅋㅋㅋㅋ. 혹시 이 글을 읽고 샘의 공개 편지를 받고 싶은 친구는 댓글에 학반번호를 적으면 빠른시간안에 써 주겠다.ㅋㅋㅋㅋㅋㅋ

 

가을 장마가 생각보다 길다. 비가 맞으면 개운하진 않지만 비 개인 하늘은 참 이쁘다. YB도 비 개인 하늘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잘 견뎌나가길 빌어. 충분히 해 낼수 있을꺼야. 샘도 응원하마. 고맙다. 낼 보자. ㅃㅃㅇ~~~~~^^

 

-2019년 9월 3일, 저녁 6시 57분, 용샘으로부터-

ps)담에는 남친에게 이런 편지를 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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