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3
우리반에 훈이가 있다.
이녀석은 일년을 학교를 더 다니고 있다. 즉 나이는 2학년인데
학교를 다시 들어와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이 놈이 문제아여서 반 분위기를 망치진 않을까..
걱정하며 지켜봤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너무나 성격이 좋고 붙임성이 좋아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훈이의 단 한가지 단점은!
바로 무단결석이다..
아버지, 남동생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일찍 나가시고
늦고 들어오시는 관계로 이 놈 둘이서 챙겨서 제 시간에 학교
오는게 좀 힘든 것이다. 해서 훈이는 학기초부터 무단지각, 무단
결석이 좀 잦다. 달래도 보고 위협도 해보고 체벌도 해보고, 아버님
과 대화도 해보고, 숙제도 내어보고, 아버님 회사에 체험활동도
보내보고..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으나..매번 실패했다.
그리고 이번주에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해서 난 결심했다.
'훈이 집아는 사람.'
'네 선생님, 제가 압니다.'
'어 그래 신이가 알제. 그리고 이번에 샘이랑 밥먹기로 한사람
누구지?'
'네 남이랑 수입니다.'
'남이랑 수. 선생님이랑 같이 훈이집에 갈래?'
'네 좋습니다.'
난 2학기 들어 반아이들 3~4명씩 모아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과 점심때 같이 나가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또 다른 재미다. 남이랑 수가 같이 먹을 차례였다.
'잘 들어라. 샘은 지금 너희들과 훈이집엘 찾아갈꺼야. 찾아가서
이 놈을 학교에 끌고 올 생각이다. 알겠나? 준비됐나!!!'
'네!!!!'
4교시가 마치자 마자 우린 같이 출발했다.
붕~~~
훈이집에 도착했고 신이과 욱이가 연기를 해서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형 문열어라. 우리 왔다. 담배피러가자. 내 학교 째고 왔다.
문 열어주라.'
왠지 연기를 하라고 했는데 연기 같지 않았다.ㅡㅡ;;너무나
익숙한 느낌은 뭐지?
아무튼 훈이는 집에 있었고 우리는 집에 다 같이 들어갔다.
날 보자 훈이는 헉!!! 놀랬다.
라면을 사오라 했고 우리 6명은 라면을 13개 정도 끓여 먹었다.
김치가 참 맛있었다.
이리저리 집 구경을 하고 훈이를 좀 갈구고 우리는 같이 학교에
왔다.
아이들은 영문을 아느지라 신나했다.
훈이도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의 훈이 검거작전(?)은 성공했고 다같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었다.
훈이와는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나누었다.
'마. 이제 니 학교 몇일만 더 안나오면 자동유급이다. 또 어찌
일년을 더 다니끼고. 열심히 좀 하자. 응?'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앞으론 열심히 하겠습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이래저래 속썩이는 놈들과 생활하지만 날 보면 즐거워하는
이런 놈들과 생활하는 난...행복한 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