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짜리 조카와 7살짜리 딸 아이를 데리고 "오늘은 뭐하고 놀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뚜렷이 생각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 우리 영화보러 갈가? 굿 다이노 어때?"
아이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이모부, 그거 유치한 거 아니예요?"
"아빠, 그거 유치한 거 아냐?"
저도 사실 확신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냐, 무지 재밌어. 같이 보러 가자. 응?"
아빠의 성화에 못이겨 아이들은 반 억지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거의 100분이 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알로와 스팟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먼저 빠져들었습니다.
알로의 어리숙함과 스팟의 귀여움에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에 대한 호기심까지,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스토리는 알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라 공룡이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공룡들이 말을 합니다. 저는 더빙을 봤으니 한국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인간으로 나오는 스팟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인간보다는 개, 늑대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보여집니다.
즉 공룡들의 세상에 인간은 또 다른 야생동물로 등장합니다. 냄새 잘 맡고, 충성심 좋은, 그리고 주인(알로)을 위해 용감하기까지한 야생동물로 말이죠.
이런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주 스토리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이들몰래 눈물을 닦느라 애 먹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화면, 자연스러운 스토리, 약간의 반전과 중간 중간의 재미까지, 마지막으로 큰 감동까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들 보여주려 본 영화에 어른이 더 몰입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데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이모부, 저 사실 애니메이션이라서 시시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요." 초딩 5학년의 평입니다.
"아빠, 스팟 너무 귀여워요. 알로가 이랬죠. 어흥. 너무 재미있었어요." 유딩의 평입니다.
다 보고 나서 감독을 알아봤더니 '피터 손'이라고 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더군요.
이민자 세대라고 합니다. 픽스사에서 동양인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합니다.
그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자주 영화를 봤습니다.
다른 영화들은 어머니에게 통역을 해야 했지만
애니메이션은 통역이 없이도 즐기시는 모습에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하게 된 계기 였습니다.
피터 손 감독의 성장도 기대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스팟과 알로의 삶이 더 궁금합니다.
알로의 아빠가 알로를 데리고 나가 반딧불밭에서 함께 노는 장면, 알로가 스팟에게 자신의 가족을 설명하는 장면, 알로가 친구를 도우려고 물살에 뛰어 드는 장면, 알로가 스팟과 헤어지는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충분히 힐링이 되고 가족을 생각나게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굿 다이노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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