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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빠가 유치원 차에!! 는 사정상 비공개로 처리했습니다. 죄송하구요. 아래 글은 제가 작년 합포고등학교에 근무할 때의 교단일기 입니다.^^>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은 어느 새 올해만 넘기면 고3이라는 생각에 표정들이 사뭇 비장합니다. 이번에 또 수능제도가 바뀐다고 합니다. 사실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에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기 때문이죠. 아무튼 우리는 당장 중요한 것부터 치러야 했습니다. 바로 2학기 한국지리 수행평가죠.

1학기 수행평가는 국내여행 콘셉트로 큰 호응을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조사를 하고 나서 가족들과 여행을 직접 다녀온 학생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은 카톡이나 문자로 '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연락을 했지만 사실 내가 한 것은 없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조사하고 준비하여 발표한 학생들의 공이었죠. '내가 무슨, 니가 열심히 한 것이 더 자랑스럽구나. 구경 잘하고 다녀와서 선생님께도 말해주라'라고 답을 보냈습니다.

2학기 수행평가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방학기간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여행으로 해볼까? 너무 범위가 넓나? 아이들은 좋아할 것도 같은데…. 인터넷에 있는 어떤 사람의 여행기를 복사해서 제출하면 어쩌지? 내가 확인을 다 할 수 있을까? 1학기에는 실내조사 위주로 했으니 2학기에는 야외조사 위주로 해볼까?' 혼자 정리가 되지 않아 학생들에게도 직접 물어봤습니다. 

"선생님이 2학기 수행평가로 괜찮은 아이템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것이구요. 좋은 생각 있는 친구들은 언제든 말해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장고 끝에 결정했습니다.

"2학기 수행평가 과제를 발표하겠습니다!!!!"

두두두두둥!!!! 나를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눈빛들. 

'흐흐흐 이놈들도 기대하고 있구나.'
"2학기 수행평가 과제는!! 바로!! 우리 동네 조사하기입니다!"

순간 정적.

"네 선생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 통합창원시에는 모두 합하여 대략 40여개의 동과 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이 6반을 수업을 하는데 한 반에 조가 7개 정도 나옵니다. 따라서 7개조 6반을 곱해보면 42가 나오죠. 즉 모든 반의 모든 조가 각기 다른 지역을 뽑아 야외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단 조사 필수항목이 5개 있습니다. 지대, 지가, 접근성, 토지이용현황, 경관은 필수 사항입니다. 덧붙여 그 지역의 특별한 내용들을 한두 가지 추가하면 되겠습니다. 지역의 변화를 알기 위해 그 지역의 과거를 조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웅성웅성…….

"자 그럼 지금부터 조장을 선출하고 조를 뽑겠습니다."

우선 A부터 F까지 7개의 조를 칠판에 적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추천으로 각 조장을 뽑았습니다. 

"조장들은 나오세요. 지금부터 조원을 뽑겠습니다." 

출석부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지명하면 원하는 조장들이 손을 듭니다. 여럿이 들면 가위 바위 보를 통하여 이긴 조장이 스카우트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로 조원을 뽑으며 기뻐하는 아이들



조장 밑에 자기 이름이 적힐 때마다 아이들은 탄성이나 한숨을 내쉽니다. 

"니 왜 내 뽑는데!!!" 
"내 맘이다." 
"야호!!! 우린 같은 조"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앞으론 잘할게, 제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저도 재미있지만 아이들도 즐겁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조를 다 뽑고나서 다시 조장들을 불렀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가 하이라이트입니다. 지금부터 조장들은 자신들이 조사할 지역을 뽑게 됩니다. 우리 동네부터 저 멀리 진해나 창원 끝지역, 면 지역까지 뽑을 수 있습니다. 모두들 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우아!!!!!! 잘 뽑아라. 알제?" 
"내만 믿어라. 내가 신의 손 아이가."

긴장하는 아이들.



  지역 추첨을 하는 조장
ⓒ 김용만

"2-5반 B조!!!! 동읍!!!!"
"와~~~~!!"

하고 웃는 다른 조 친구들, 정작 B조 아이들은 되레 묻습니다. 

"선생님 동읍이 어디에 있습니꺼?" 
"찾아봐라. 하하하."



  지역을 발표하는 교사
ⓒ 김용만

"2-5반 D조!!!진전면!!!",
 "와 그기 우리집인데!!!", 
"그기 버스 가나?", 
"간다. 무시하지마라." 

난리납니다.

"2-6반 B조!!마산 중앙동!!!", 
"오예!!!!!"
"으라차차!!!" 

환호하는 아이들. 조를 모두 뽑고 나서 바로 실내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조와 장소가 결정되었으니 조사방법과 조사 시기 등조별 회의를 하기 바랍니다."



  실내조사를 하는 아이들
ⓒ 김용만

대부분의 반에서는 교과서와 지리부도, 아이들의 상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회의를 진행한 반도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습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폰을 오전에 걷고 필요할 때 개인적으로 허락을 득하고 사용하거나 하교시 학생들이 폰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수업에는 개인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니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 교사가 계속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피드백을 하고 폰으로 딴짓(?)을 하진 않는지 봐야 하는 고충도 있었죠. 하지만 아이들은 딴짓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아침에 만나서 돌아댕기다고 점심은 어디서 먹을래?", 
"이 동네는 국밥이 유명하다 아이가, 국밥 먹자." 
"글나? 그럼 그라자." 
"커피숍도 한번 가야지. 팥빙수도 먹으면서 회의해야지." 
"언제 갈래?"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발표일은 10월 14일입니다. 빠른 조는 이번 주 주말부터 출발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내지역알기와 내지역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시간 지나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움이 큽니다. 하지만 2013년 합포고등학교 2학년 인문반 학생들은 1학기 때에는 여행가기 프로젝트로 수행평가를 실시했고 전원 보고서 작성과 발표로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구요. 실제로 조사한 것을 가지고 가족여행을 간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2학기 때에는 우리 지역 조사를 실시했었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 모든 지역을 조사했죠. 즐거웠습니다. 솔직히 평가의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점수를 공개하고 의문나는 학생은 개인적으로 찾아 오면 점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 한 건의 민원은 없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일반 학교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수업을 잊지 못했습니다. 제가 좀 피곤하긴 했으나 이게 바로 선생질 아니겠습니까? 전 행복한 교사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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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18

학기에는 특별한 수행평가를 준비했다. 협동 학습을 통한 가상의 여행 보고서 작성 및 발표하기가 바로 그것. 지난 5월 수행평가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많은 아이들이 많이 의아해했다.

"선생님 그게 뭔가요? 어떻게 해야 하죠?"
"이번 수행평가는 기존의 시험시간 중에 치르는 서술형 형태와는 다릅니다. 선생님이 약 2달간의 시간을 줄 테니 그 기간에 조별로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것입니다. 물론 직접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관련 서적을 통해 이동 방법, 맛집 조사,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조원이 3명이면 2박 3일 코스로, 4명이면 3박 4일 코스로 준비합니다. 여러분들의 보고서는 발표가 끝나면 자료로 만들어서 여러분께 다시 배부할 것입니다. 그 자료를 가지고 실제로 여행을 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네!"

곧이어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 저희가 운전해서 간다고 해도 되나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시외버스나 기차를 추천합니다."
"시기는 언제로 해야 하죠?"
"여러분이 가고 싶은 때로 정하면 됩니다. 신나는 여행이 되면 더욱 좋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협동학습이 시작됐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생각해주세요"


 조별 활동중인 아이들
ⓒ 김용만

조는 내가 직접 짰다. 일부러 남녀 비율을 맞추고 성향을 고려해 편성했다. 특별히 유리한 조나 특별히 불리한 조가 없게 하기 위함이다.

이 수업은 자료를 찾고 자유롭게 협의를 해야 하기에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한다. 이미 사서 선생님께서 컴퓨터와 여행 관련 도서들을 준비해주셨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구체화되고 재미가 더해지고 있었다.

6월 넷째 주, 중간 상황을 점검했다. 이미 자료 준비가 다 돼 PPT를 만들고 있는 조도 있었고, 아직 여행지조차 정하지 못한 조들도 있었다.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능하면 여행을 그냥 구경만 하는 것보다 스토리를 넣었으면 합니다. 이런 부분에선 준이조가 매력적입니다. 소개하자면…, 준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보냅니다. 준이 친구들은 이런 준이를 보며 너무 마음 아파합니다. 그래서 준이를 위해 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장소는 평소 준이가 가고 싶어했던 남해. 그곳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고 마지막 날 준이가 죽습니다. 친구들은 준이의 유품을 가지고 가장 의미 있었던 여행지에 와서 유품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들어가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경청한 후 또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네! 선생님. 저희 조는 수능 후 뒤풀이 여행을 갈 겁니다."
"저희 조는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 제주도에 불시착했으나 제주도의 풍경에 매혹돼 정착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저희는 살인범이 도주하는 여행을 짜보려고 합니다."
"니 얼굴이 살인범 아이가?"
"니가 더 살인범 같거든!"

아이들이 "와~~~" 하고 웃는다. 정말 다양한 스토리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가능하면 모두 다 수용했다.

"네, 네,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같이 하는 겁니다. 말이 안 된다고 친구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함께 의견을 모아가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네!!!"라고 힘차게 말하며 신나한다.

아이들이 부딪히며 '함께'라는 가치 배울 수 있길


 아이들 질문에 대답 중인 나
ⓒ 김용만

몇몇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 한국지리 수행평가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일반 수행평가와는 달라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집중을 안 하는 친구들이 있어 속상하기도 했어요."
"처음 여행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급하게 하다 보면 내용이 뒤틀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힘든 면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며 협동심이 향상되는 것 같고 혼자 보다 여럿이 하니까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주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시험형이 아니라 발표하는 거잖아요. 아직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이런 경험은 참 소중한 것 같아요."


 인터뷰 중인 학생
ⓒ 김용만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물론 시험지에 문제를 내어 채점을 하면 편하다. 아이들도 어찌 보면 편하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 같지는 않다. 가상의 여행 보고서를 작성하며 아이들은 서로 부딪히며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의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지만 그 틈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때 그 수행평가는 참 의미 있었다'고 추억하길 희망한다. 아이들은 무능력하지 않다. 단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상한 내용을 질문하며 배시시 웃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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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한국여행 수행평가가 성황리에 끝났고 2학기 수행평가인 '우리 동네 조사하기'도 어느덧 발표할 날이 다가왔다. 보고서 제출은 10월 14일(월) 오후 5시 까지였고 발표는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1학기에 발표를 한번 해 봐서인지 마이크 잡은 아이들의 손과 목소리는 한층 더 씩씩하고 자연스러웠다.

"자, 여러분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재미있게 잘 준비했나요?"
"네~~"
"선생님 저 친구는요. 늦잠 잔다고 안 왔어요."
"내가 언제!"
"니 잔다고 안 왔잖아."
"그리고 우리 조는요. 오동동을 조사하며 허영만 아저씨의 식객에 나오는 아구찜집에 가서 아구찜을 먹었어요."
"원래 아구찜을 좋아했나요?"
"아뇨. 아구찜은 어른들이 먹는 것인지 알았어요. 근데 먹어보니... 우와... 완전 짱! 맛있어요. 양념만 남기고 다 먹어버렸어요."
"너거가 남기는 음식이 있나?"

와~~~하고 다같이 웃는다.

"다들 우리 지역을 조사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준비한 보고서 발표를 들어보도록 할까요? 우선 조장들 나오세요. 발표 순서를 사다리 타기를 통해 뽑겠습니다."
"잘 뽑아라. 조장!"
"첫 번째만 아니면 돼."

순서 정하는데도 아이들은 난리다. 이렇게 해서 조 발표 순서를 정했고 발표가 시작되었다. 발표에 대해 안내했다.

"이번 수행평가 발표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미리 제시했던 척도표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합니다. 평가척도에서 빠진 내용이 있으면 감점이 될 것입니다. 발표할 때 협동성이 중요하구요. 창의적인 발표 또한 중요합니다. 첫 번째 조부터 발표해 볼까요?"

"네 저희 조는 창원시 진전면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농경지가 많은 지역이었구요. 사람이 보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조는 주말에 갔는데요.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아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질문했다. "지대와 지가, 접근성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까?"

"네 지가와 접근성은 조사했는데 이 동네엔 공인중개소가 있었는데 망했다고 하더라구요. 해서 많은 정보를 조사하진 못했습니다."

큭큭... 군데 군데 들리는 웃음소리... 이놈들은 친구들이 힘든 곳에 가서 고생했다고 하면 어찌나 좋아하는지...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맹자의 성악설이 더 맞는 게 아닐까, 라는 확신이 들 때가 많다.

"네 고생했습니다. 나머지도 계속 발표해 보세요."

 아이들이 자기조가 발표 하기 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 김용만


 웃으면서 자기 조의 발표를 진행하는 아이들

ⓒ 김용만


 자기조의 조사 내용을 발표하는 아이들
ⓒ 김용만


 친구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경청하는 아이들
ⓒ 김용만

이렇게 한 반씩 발표 하는 것을 보면 느끼는 것이 참 많다. 아이들은 소극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학업에 관심이 없지 않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없지 않다. 단지 주인공이 아닌 채 교실에서 자신의 책상에 앉아 글자로만 구성된 텍스트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이 편치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와 2학기의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직접 해보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됐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성적과 성별에 상관없이 참으로 즐겁게 조사를 했고 발표를 했다. 발표를 할 때에도 파워포인트뿐만 아니라 프리즈라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발표를 하는데 1학기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리를 잘 해 감동했다. 처음에는 힘들다며 나한테 와서 투정부리다가도 막상 친구들과 날을 잡아 야외조사를 나가선 신나게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교육적 실험이 헛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반의 발표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한 학생에게 물었다.

"어때? 한국지리 수행평가. 괜찮았니? 직접 나가서 조사하고 돌아다니니 힘들지 않았어?"
"네 선생님 재미있었어요. 친구들과 만나서 무작정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같이 맛있는 것 사먹고, 파워포인트로 만들 땐 다 같이 PC방에서 고생했던 경험이 정말 특별했던 것 같아요."
"수행평가를 시험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냐?"
"네 선생님 한국지리 수행평가는 참 특별했어요. 이 수행평가 짱이에요."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뛰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았다.

난 단지 이번 수행평가를 통해 우리 지역을 조사하며 지역조사와 도시의 내부구조를 배우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훨씬 소중하고 즐거운 학습을 한 것 같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한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없어, 요즘 아이들은 싸가지가 없어, 요즘 아이들은 너무 나약해.'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은 결국 누구를 보며 자랐을까?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라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며 자랐을까? 요즘 아이들은 너무 머리만 많이 사용하며 자라는 것을 강요받진 않았을까?

아이들만 탓하기에는 어른들의 무책임함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결국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나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고,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보면 나의 가정생활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아빠이고 교사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너무 아이들에게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안돼, 라는 말과 함께,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내가 하기 싫음을, 나의 게으름을, 포장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건 아닌지. 많은 책임을 느낀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었지만 결국 아이들이 나에게 또 다른 과제를 준 느낌이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놈들과 생활하는 난. 참 행복한 교사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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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18 

 

이번학기에는 특별한 수행평가를 준비했다. 협동학습을 통한 가상의 여행 보고서 작성 및 발표하기. 많은 아이들이 의아해 했다.

"선생님 그게 뭔가요? 어떻게 해야 하죠?"

"이번 수행평가는 기존의 시험시간 중에 치르는 서술형 형태와는 다릅니다. 선생님이 약 2달 간의 시간을 줄 테니 그 기간에 조별로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것입니다. 물론 직접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관련 서적을 통해 이동 방법, 맛집조사, 체험꺼리 등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조원이 3명이면 2박 3일 코스로, 4명이면 3박 4일 코스로 준비합니다. 여러분들의 보고서는 발표가 끝나면 자료로 만들어서 여러분께 다시 배부될 것입니다. 그 자료를 가지고 실제로 여행을 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할수 있겠습니까?"

"네!!!!"

곧이어 질문들이 쏟아졌다.

"선생님 저희가 운전해서 간다고 해 됩니까?"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시외버스나 기차를 추천합니다."

"시기는 언제로 해야 하죠?"

"여러분이 가고 싶은 때 가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신나는 여행이 되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들의 협동학습은 시작되었다.

 

 

조는 내가 직접 짜주었다. 일부러 남녀 비율을 맞추고 성향을 고려하여 짰다. 특별히 유리한 조나 특별히 불리한 조가 없게 하기 위함이다.

이 수업은 자료를 찾고 자유롭게 협의를 해야 하기에 학교 도서관에서 한다. 이미 사서 선생님께서 컴퓨터와 여행관련 도서들을 준비해 주셨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구체화 되고 재미가 더해가고 있었다. 이미 자료 준비가 다 되어 PPT를 작성중인 조도 있었고 아직 여행지조차 정하지 못한 조들도 있었다.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능하면 여행을 그냥 구경만 하는 것 보다는 스토리가 있으면 합니다. 이런 부분에선 준이조가 매력적입니다. 소개하자면 준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보냅니다. 준이 친구들은 이런 준이를 보며 너무 마음아파 합니다. 해서 준이를 위해 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장소는 평소 준이가 가고 싶어했던 남해. 그곳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고 마지막 날 준이가 죽습니다. 친구들은 준이의 유품을 가지고 가장 의미 있었던 여행지에 와서 유품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들어가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경청한 후 또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네!! 선생님. 저희 조는 수능 후 뒤풀이 여행을 갈 겁니다."

"저희 조는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 제주도에 불시착했으나 제주도의 풍경에 매혹되어 정착하는 스토리입니다."

"저희는 살인범이 도주하는 여행을 짜볼려고 합니다."

"니 얼굴이 살인범 아이가?"

"니가 더 살인범 같거든!!!"

와~~~하고 웃는다.

정말 다양한, 별의 별 스토리가 다 쏟아져 나왔다. 나는 가능하면 모두 다 수용하며 "네 네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이 안된다고 친구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함께 의견을 모아가기 바랍니다."

"네!!!" 참으로 신나한다.

 

 

몇몇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의 한국지리 수행평가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일반 수행평가와는 달라 매력적 이예요. 하지만 집중을 안하는 친구들이 있어 속상하기도 해요."

"처음 여행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급하게 하다보면 내용이 뒤틀릴 수도 있었어요."

"힘든 면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며 협동심이 향상되는 것 같고 혼자 보다 여럿이 하니까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주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시험형이 아니라 발표하는 거잖아요. 아직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친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이런 경험은 참 소중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물론 시험지에 문제를 내어 채점을 하면 편하다. 아이들도 어찌 보면 편하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 같진 않다. 가상의 여행 보고서를 작성하며 아이들은 서로 부딪기며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의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지만 그 틈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 하고 싶다.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때 그 수행평가는 참 의미 있었다.' 고 추억을 하기를 희망한다. 아이들은 무능력하지 않다. 단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상한 내용을 질문하며 베시시 웃는 이놈들과 함께 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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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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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4

 

첫 여름방학을 보냈다.

 

첫 여름 보충이라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까 참으로 고민을 했고

 

결국 난 협동학습을 선택했다.

 

방학때 보충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반별로 4명씩 조를 짰고

 

1학기때 배운 내용을 총 22개의 소주제를 뽑아 조별씩 4개씩

 

선택하여 조별로 학습내용을 정리해 와서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아이들이 질문하고 내가 보충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아이들의 흥미도는 상당히 좋았고 첫시간에는 진행이 잘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준비가 튼실해졌다. 나중에는

 

파워포인트로 준비해 오는 조도 있었고 어떤 반의 경우 난상토론을

 

하며 활기찬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의 마지막 시간에는 스피드 퀴즈를 통해 즐겁게 게임을 하며

 

방학 보충수업을 정리했다.

 

---------

 

항상 꿈꿔왔었던 협동학습을 이번 방학때 실천해 보았다.

 

물론 이론처럼 딱딱 맞아 떨어졌던 것은 아니었으나 난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 보충수업은 항상 이렇게 진핼할 것이라고 아이들

 

에게 말했고 아이들 또한 좋아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협동학습을 방학때 보충수업때 실시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고 실험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이 결석을

 

자주해 조별 플레이가 한번씩 미흡했다는 흠이 있었으나 이것은

 

겨울 보충수업때 부터는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수업을 난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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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개학을 했고 1학기 때보다 더욱 활기찬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개학후 항상 줄다리기하는 두발및 용의 검사도 끝났고 이젠

 

시들해 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수업을 준비한다.

 

한시간 한시간은 짧지만 그 한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길다.

 

하지만 그 수업을 끝내고 수업이 만족스러우면 참으로 기분이 좋다.

 

하나씩 알아가며 흡족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감동스럽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난 적어도 한국지리라는 과목에 대해 아이들이 기피하지 않고

 

열심히 듣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감사하다.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하고 그 수업에 조언을 하며 같이 동참하는

 

아이들과 생활하는 난..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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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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