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정기석'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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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부제도 좋았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전망과 대안을 찾아서', 저는 평소 마을의 중요함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저자 정기석님의 책은 이전에도 몇 권 읽어왔습니다.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었습니다.


-마을을 배우는 교육적 마을주의자들은 마음가짐부터 넓고 따뜻하다. 교육의 진가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마을목사, 마을 교사, 마을 평생 교육사, 마을교육운동가, 마을책방주인, 마을 학자 등이 마을을 학교로 삼고 있다. 어머니처럼 마을사람을 가르치고 마을을 보살피고 있다. (본문 중)


정기석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떤 형태로든 마을을 살려보려는 사람 분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전국에 이 분들이 다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전국 각지에서 도시라는 감옥안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사는 도시난민들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깨닫고 함께의 의미를 되새이며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주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마을을 만드는 마을경제주의자들을, 2부에서는 마을을 배우는 마을교육주의자들을, 3부에서는 마을을 높이는 마을문화주의자들을, 4부에서는 마을을 살리는 마을생태주의자들을 만난 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모두들 마을을 품에 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가꾸고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길이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 입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나 된는 막대한 정부의 개발보조금, 즉 우리 세금이 수천 곳의 마을에 투입됐잖아요. 그런데 과연 이들 마을 가운데 잘될 마을은, 제대로 굴러가는 마을은 얼마나 될까요? 5%나 될까요?..마을만들기는 곧 마음만들기라는 진리를 애초부터 몰랐거나, 이후 초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마을만들기는 곧 '우리'라는 한마음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진안 진안마을주식회사 마을기업가 강주현 대표)


이부분을 읽으며 절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농촌에는 6차 산업이라는 명분으로 엄청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6차산업이란 1차 산업의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 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으로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합니다. 즉 쉽게 말하면 1+2+3=6이란 뜻이죠. 그런데 문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말인데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1차 산업이 도외시 되고 있습니다. 즉 농촌의 기반은 농업이고 농업이 잘 되어야 농민들이 다른 사업까지 확장시킬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농업에 대한 지원은 아주 부실합니다. 한 예로 2016년 쌀 수매가격이 24년 전 가격인 4만 5천원으로 폭락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이 안정적이고 농사일을 하는 게 신이 난다면 국가에서 따로 농업의 수익창출을 위해 정책을 세워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의 짧은 생각에도 농촌에 투입된 개발보조금을 쌀 수매가를 현실적으로 올려 주는 것이 더 농민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진안의 강주현 대표는 그런 부분을 읽고 계셨습니다. 마을 자체의 수익을 증대하는 마을만들기가 아닌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마을만들기라고 말이죠. 공동체가 건강해져서 서로 돕고 서로 위하는 마을이 되면 외부인들이 관광을 오지 않더라도 주민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기농은 부자들만의 먹거리일까?


장수 지니스테이블 '마을먹거리사업가' 박진희 대표님의 말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경제력 있는 사람들을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유기농을 먹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소득과 관계없이,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유기농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 아닌가요? 정부의 지원이 없이 운영되는 공부방 아이들, 지자체 지원은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급식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가난과 결손, 학대를 이유로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들,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우들에게 정의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유기농을 보내드리고 싶어요.(본문 중)


아..정의란 다른게 아니다 싶었습니다. 경제력 있는 사람만이 좋은 것을 향유하는 사회가 아닌 경제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안전하고 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 이런 세상을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마을도 있었습니다. 각 마을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른 사회를 위해, 그것을 농업을 통해 추구하시는 분들이 이리도 많음에 그나마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케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국가가 지원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는 일을 효율성도 증진시키지만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일을 못하게 하는 면도 발생합니다. 최소한 마을만들기를 하는 마을에 대해서는 자치권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곳


시흥 평생교육실천협의회 '마을평생교육사' 이규선 회장님은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십니다.


-평생학습마을의 목적은 일자리 늘리기가 아닌 사람키우기라야 됩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아이들이 잘 놀게 하자는 목표로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해서 전래놀이와 생태놀이 강좌는 반드시 개설했습니다. 교육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학원을 빼먹고 마을학교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이 늘어갔습니다. 따분하게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게 노는 게 교육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을학교는 어른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놀면서 위로도 받고 치유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본문 중)


마을을 살리는 것의 기본이 공동체성 회복이었습니다. 나, 너의 관계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의 공동체, 흔히들 공동체를 말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흥에서는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마을 주민 가운데 교장선생님을 모셨고 마을 주민 가운데 강사요원을 발굴하고 양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아이들이 와서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즉 어른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노는 마을로 변화한 것입니다.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아련하지 않습니까? 이 마을이 바로 사람사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4인의 마을주의자


이 책에는 이런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마을만들기를 하고 계시는 24인의 마을주의자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분 한분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서 이런 가치있는 활동들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에 격한 설레임마저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마을들은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친절하게도 책의 제일 뒷장에는 저자가 방문하여 만나본 마을의 위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 마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농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농하시는 분들이 꿈꾸시는 농촌의 이미지는 모두들 다를 것입니다. 현지에 살고 계시는 마을분들께 새로 이사오는 외지인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기만을 기대하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농촌은 살아야 합니다. 농촌이라서가 아니라 국민의 먹꺼리 안전을 책임지는 곳며 자연환경을 잘 보전되어 있으며 그 곳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 이상 논을 덮어서 건물을 올리는 무지막지한 개발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팔아 그 돈으로 외국의 먹꺼리를 사오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무지막지합니다. 식량주권의 중요함은 두번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을을 살리려는 분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나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에 맞춰져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아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공동체적 논리로 마을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해?'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가 많아진다면 이 사회는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회백색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도시가 아니라 푸른 녹읖에 둘러싸인 마을이 될 것입니다.


마을 전문가가 곧 세상전문가 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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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기석님은 마을에 미친 남자입니다. 농업에도 미친 남자지요.


그가 지금까지 썼던 책을 봐도 이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마을을 먹여살리는 마을기업,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 오래된 미래마을, 사람 사는 대안마을, 농부의 나라'


하지만 이 책들에는 공통된 정서가 있습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소위 말하는 부자가 아닙니다. 시간이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농부의 나라'라는 실증적 실천 모델을 유럽사회에서 공부하고 발견하고 개발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출구를 찾아보기위해 유럽으로 떠납니다.


-태생적으로, 만성적으로, 그리고 필시 반영구적으로 가난한 귀농인 주제에 지난 두 차례의 유럽행은 재정적으로 다소 무리였다. 하지만 사명감과 목표의식을 내세워 현실의 곤궁함과 타협했다...무엇보다 책이나 뉴스에서 보고 듣던 대로 유럽은 어떻게, 그토록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행복사회 한국'을 위해 '행복사회 유럽'으로 가게 되고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책한권에 오롯이 담았습니다.


유럽 7개국을 가다.


영국을 시작으로 체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까지, 이동경로와 씌여진 순서를 보면 저자의 내심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동선의 순서대로 책이 구성된 것 같진 않습니다. 


저자는 아무래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부, 농업에 대해 큰 감동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가 읽어봐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정책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받은 민족이기에 가능했던 일같아 보이진 않습니다.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떠난 여행아지만 저자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도 해박합니다. 실제 유럽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이 책을 읽고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디테일하고 자료가 풍부합니다.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마치 유럽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체험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이야기까지 덧붙여 주니 이해하는 데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 영국에서의 일이다. 2층 버스를 안 탔다면, 런던에 간 게 아니다...하루종일 무제한 승차할 수 있는 1일권까지 있으니 2층 버스만 보면 자꾸 올라타고 싶어진다. 아마 런던에 가서 2층 버스를 한 번도 타지 않은 여행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만일 있다면 그이는 런던을 여행하지 않은 셈이다...런던에서 2층 버스가 도시의 명물로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영국에서 약 사는 법, 지하철 소개, 살인적인 런던물가에서 살아남기, 체코의 맥주, 체코식 돼지족발, 천년동안 건축한 프라하성에 사는 대통령 등 흥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펼쳐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뼈속까지 한국사람. 유럽 각국을 여행하면서도 저자는 한국을 잊지 않습니다.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있었던 세월호 시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억, 운하로 사는 베니스를 보며 운하로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4대강을 걱정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유럽 곳곳의 합리성과 인간다움, 자연스러움에 대한 동경이 생깁니다. 동시에 한국의 강제적인, 자연을 해치는,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듭니다.


이런 협동조합도 있다.


유럽 각국의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현실화는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스위스의 취리히에 있는 '쿱'과 '미그로'라고 하는 협동조합 소개하는 글입니다.


-포장봉투에는 '지역으로부터, 지역을 위해'라는 협동조합의 지역정책이 새겨져 있다. 취리히를 비롯한 스위스의 소매시장은 협동조합이 장악하고 있다. 미그로와 코프가 양분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아이쿱생협과 한살림생협이 홈플러스나 이마트를 장악한 셈이다.


- 미그로 매장에는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단 미그로 매장에는 3가지 상품이 없다. 술, 담배, 성인잡지는 팔지 않는다...스위스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겠다는 설립자의 기업가 정신이 아름답다.


- 세계적 협동조합 미그로는 글로벌시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지역전략에 집중한다. 조합원들은 해외시장에 나가 돈을 더 벌어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배당을 더 달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오직 가까운 매장에서 좋은 품질의 물건을 더 값싸게 살 수 있기만 바란다. 글로벌, 외형 성장 전략이 불필요한 이유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 글로벌이 무슨 필요인가. 외화를 많이 벌어오는 것이 무슨 필요인가. 지역의 사람들이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사고 판매자들은 제 값 받고 팔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의 거래만 활발해져도 충분한 것 아닌가.'


돈을 무조건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국내시장을 무시하면서까지 해외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돈은 무조건 많이 버는 것이 좋은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책에 소개된 오스트리아의 농장주 마틴 알버씨의 대답이 현답인 것 같습니다. 


-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서 팔면 더 팔려서 돈을 더 벌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더 팔 필요가 없어요. 이 정도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요."


농업에 대한 해결책을 찾다.


- 돈 버는 농업이 아니라 사람 사는 농촌이어야 한다. 농사를 지어 못 먹고 사는 농민도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나라가 먹여 살려야 한다. 


저자가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만난 황석중 박사의 말입니다. 황석중 박사의 말과 상통하는 독일의 교육정책과 농업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참고로 소개하자면 독일에서는 유치원 3년동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저 자연 속에서 다른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고 어울리는 법을 배웁니다. 모국어조차 깨우치지 못하고 3년을 보내도 학부모는 전혀 항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습을 시키지 않는 것도 놀라웠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지지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초등학교로 진학하면 4년 동안은 줄곧 동일한 선생님이 담임을 맡는다고 합니다. 교사가 4년은 관찰해야 아이를 겨우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 후 교사는 아이의 미래를 학부모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학부모는 교사의 신중한 결정을 믿고 따릅니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교육 분위기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농부가 되는 방법입니다. 농부가 되려는 아이는 농업전문학교에서 철저히 공부를 하고 졸업하고도 수년간 농장에서 현장실습을 마친 후 국가고시를 봐서 농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농민자격증을 딴 선택받은 2%의 농부만이 국민의 먹을 거리를 책임지는 독일 농민의 자긍심은 말도 못할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농사 뿐 아니라 농식품 가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뭐가 다르길래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저자는 철학의 차이라고 설명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철학, 농업을 대하는 철학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도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면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용히 외칩니다.


- 독일에서는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기본 생계를 국가에서,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다. 어찌 보면 기본소득제나 마찬가지인 직불금 정책으로 농업 소득만큼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해 준다. 농민들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그런 국가와 정부를 믿고 농촌을 잘 지키고 있다.


정부에서 기본 생계를 책임집니다. 그 해가 흉년이든, 풍년이든 상관없이, 가격의 변동이 심하든, 그렇치 않든, 정부가 기본 생계를 책임집니다. 농사만 집중하면 되는 사회라는 뜻이지요. 


이에 반하면 우리나라의 농민들은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 판매에 대한, 수익에 대한 고민만 덜어줘도 농민들도 숨을 쉬며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의 농업정책은 돈 버는, 돈 되는 농산업이 아닌 사람사는 농촌이라고 합니다. '농촌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인구밀도'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 그래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굳이 떠날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정부의 공무원들이 애쓰는 나라. 믿기지시나요? 이 나라가 독일입니다.


보통 독일하면 자동차의 나라라고들 떠 올립니다. 벤츠, 아우디, 포르쉐, BMW, 폭스바겐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자동차들이 독일에서 만드는 자동차 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조업에 강한 나라, 독일이라고만 떠올렸지만 이제 독일은 국민을 대하는 철학이 다른 나라, 농업이라고 해서 허투루 대하지 않는 도덕적인 나라라고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농촌은 소중합니다.


농부에 대한 대우가 어느정도인지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독일에서는 농민도 65세가 되면 은퇴합니다. 일하지 않아도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연금이 충분히 나오니 더 이상 농사를 안 지어도 되죠. 그리고 자식에게 농업의 가업을 물려줍니다. 이 나라에서는 자식이 농사를 물려받는 걸 큰 자랑으로 여깁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제 머리에 남은 것은 농업이었습니다.


저자가 원했던 바인지도 모릅니다.


농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인과관계가 연결되었고 대한민국, 지금의 농업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독일의 정부가 그토록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보호하는 이유에 대해 황석중 연수단 지도교수는 10가지 기능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나. 농업은 우리의 식량을 보장한다.

둘. 농업은 우리 국민 산업의 기반이 된다.

셋. 농업은 국민의 가계비 부담을 줄여준다.

넷. 농업은 우리의 문화경관을 보존한다.

다섯. 농업은 마을과 농촌 공간을 유지한다.

여섯. 농업은 환경을 책임감 있게 다룬다.

일곱. 농업은 국민의 휴양공간을 만들어준다.

여덟. 농업은 값비싼 공업원료 작물을 생산한다.

아홉. 농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

열. 농업은 흥미로운 직종을 제공한다.


정말 틀린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유럽이 건강한 이유는 농촌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농촌이 건강한 이유는 농촌을 대하는 정부의 도덕성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철학이 특별해 보이진 않습니다.


단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돈 보다는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행복사회유럽'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암울한 면도 보았지만 '행복사회한국'이 되기 위한 방법도 동시에 읽었습니다.


희한한 책입니다. 


기행문인지 알고 펼쳤더니 덮고 나니 농업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 고도의 상업적 전술이었을까요?


농업의, 사람이 어떤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는 꿈을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행복한 삶을 원하시는 분,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신 분, 사람의 소중함을 공감하시는 분들께 권합니다.


행복한 사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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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는 대안 마을 책 표지


귀농에 관심있으십니까?


작은 학교에 관심있으십니까?


어릴 적 매미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리던 고향이 그리우신가요?


정기석씨가 쓴 '사람 사는 대안 마을'이라는 책이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기석씨는 참 재미난 이력을 가직 사람입니다. 이력을 잠시 소개하자면


"난민촌 서울에서는 말단 은행원, 비민주 노조 간부...등으로 밥벌이를 했다. 도시민으로 지은 죄가 다양했다. 마흔에 이르자 마을로 자발적 유배를 떠났다. 농헙회사 관리자...마을 연구원 행세를 하고 돌아 다녔다...오늘날 비인가 '마을 연구소'에서 혼자 일하는 척 한다. 이제 아무 짓도 안 하고 싶다. 산과 물은 맑고, 하늘과 들은 밝고, 바람과 사람은 드문, 작고 낮고 느린 '오래된 미래마을'에서 겨우 살아가고 싶다."(본문중)


마을에 아주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저서들을 봐도 '오래된 미래마을(2005),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 기업(2011), 마을 시민으로 사는 법(2011), 사람 사는 대안 마을(2014)' 등, 모두 마을에 관련된 책뿐입니다. 저자는 마을을 연구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마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듯합니다. 이 책은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이라는 소제목으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을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신념이 자주 읽힙니다. 

'본디 마을은 관광지나 공원이 될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생활하고 생존해 온 박물관 같은 생활공간이다...그래서 법이나 제도보다 '마을 만들기'의 개념과 방법론부터 먼저 수정하는 게 순서다. 기왕의 '토건적 마을 만들기'는 사회 생태적 마을 살리기'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본문중)


저자는 더이상 마을을 식상한 축제나 하는 구경꺼리용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귀농? 물론 좋치만 도시의 생활이 힘들어 선택하는 귀농은 더 위험하다고 조언합니다. 농촌에서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마을에서 먹고 살기가 가능해야만 주민도 살고 마을도 살 수 있다고 현실을 이야기 합니다. 즉 '마을 만들기'가 아닌 '마을 살리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을을 살리는 방법으로 '마을 시민'들이 '마을 기업'으로 함께 꾸리는 '대안 마을'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20개의 마을을 소개합니다.


조합형 시장마을, 옥천 연주리<배바우골>의 주민 이야기입니다.

"황씨를 비롯한 배바우마을 주민들은 1980년대 대청댐으로 인해 홍수와 수몰 위험으로 고통받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대청호 주민연대를 만들었다. 수자원공사가 독점 운영하는 대청댐과 관련해 주민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대청호보전운동본부에 기꺼이 참여했다. 황씨의 말이다. '더 이상 관료들의 농업정책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농민연대를 농업발전위원회로 발전시켰어요. 자본의 힘에 취약한 유통 조직이 휘둘리지 않기 위해 옥천살림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냈고요.'(본문중)


배바우골은 주민들이 행정구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농민과 농민의 힘으로 협동과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야, 이게 가능해? 농민들의 힘으로?' 이런 사례들이 책에선 여럿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양한 직업군들의 도시민들이 귀농을 해야 하고, 마을 주민들은 귀농하시는 분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한다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적 마인드를 가지고 마을 기업을 육성하며 먹고 사는 것이 해결 될 때, 마을은 살아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마을 만들기는 혼자서는 결코 잘할 수 없는 일이다. 혼자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마을 주민들끼리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믿음과 진정성을 공유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공동체 사업을 위해 힘을 모을 안팎의 동업자들, 조력자들을 찾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중심에는 마을 주민들이 한데 힘을 모아 서로를 위하는 마을 기업을 우뚝 세워야 한다.'(본문중)


저자는 마을 주민이 행복해야 함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농촌 마을이 먹고 살기 위해선? 공동체적 마인드가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별로 낯설지 않습니다. 애초에 한국의 전통 마을에서는 공동체적 마인드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마인드를 다시 살리는 것,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시로부터 귀농하시는 분들은, 개인주의적인 도시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입니다.


마을의 형태도 아주 다양하고 내용도 다양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하지만 이 마을들이 지금 현재 굳건히 자리를 잡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마을들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영화를 찍는 마을, 새로운 공동체 사업을 꾸려 나가는 곳,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고 또 성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드리 마을에서 22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글은 정말 '울컷'했습니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마을들입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낭만적인 귀농생활을 꿈꾸시면 곤란합니다. 귀농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며 마을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은 현실을 알기 위해 읽어야할 책 '사람 사는 대안 마을'을 추천합니다.


마을에는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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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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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아하자 2014.11.05 23: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도시민들이 귀농해서 마인드를 바꾸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골에 원래 있던 사람들이 괜한 텃세 부리면서 돈뜯어가는 경우도 있다죠.

  2. 여강여호 2014.11.06 09: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요즘 도농 통폐합이니 뭐니 하면서
    동네마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전통이나 문화들을 깡끄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보냅니다.